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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7일 18시 10분 등록
지혜로운 자의 목표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지난 편지에서 소극적 행복론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소극적 행복론의 핵심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 거기에는 미래의 고통도 포함됩니다. 미래의 고통 - 불행을 피하는 것이 미래의 행복을 확보하는 거라 이거죠. 그럼 이번 편지에서는 아예 대놓고 불행을 피하는 필살기를 소개하고 있는 책을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스위스의 작가 롤프 도벨리는 그의 책 <불행피하기 기술>에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는 실용적인 내용이 많은 편입니다. 그가 말하는 행복과 좋은 삶의 핵심은 많은 오해와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에 있습니다. 가장 큰 오해는 좋은 삶이라는 것을 어떤 상태로 여기는 것입니다. 좋은 삶은 지속해서 조정해나갈 때만 가능하다고 롤프 도벨리는 말합니다. 자전거 타면서 끊임없이 중심을 잡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작가는 초점의 오류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어떠한 상태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상태가 가지는 효과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건데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과잉기대인 셈이죠. 비싼 차가 주는 행복감은 인생을 놓고 볼 때 극히 미미한 한점에 불과합니다. 거리를 두고 삶을 바라보면 지금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아주 작은 점으로 축소됩니다. 그리고 그 점들은 전체 그림, 즉 삶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 밖에 작가가 얘기하는 불행을 피하는 기술, 다시 말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소소한(?) 팁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첫번째는 삶의 원칙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고지식한 원칙론자가 되면 안되겠죠. 필요할 땐 융통성도 있어야 하고, 중용의 지혜가 필요할 겁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포인트는 중요한 문제에서 융통성이 유익하게 작용하기보다는 함정이 될 때가 많다는 건데요.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의지력이 소진되고 맙니다. 이를 학문적인 용어로 의사결정의 피로감이라고 합니다. 너무 많은 결정을 내리다가 피곤해진 두뇌는 나중에는 가장 편안한 버전으로 결정해버리는데, 그 결정은 대부분 최악일 때가 많다고 하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 듯 합니다. 원칙을 세우는 것과 그 원칙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될 때를 판단하는 것 - 중국집에서 짜장이냐 짬뽕이냐 매번 선택장애를 겪는 제게는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두번째 팁은 역생산성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역생산성은 생산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건데요. 이건 곧바로 나타나기보다는 전체를 크게 보았을 때 드러나는 사실들입니다. 우리 삶을 편하게 하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문명의 이기들이 진짜 생산적인지 따져보자는 거죠.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예시가 될 겁니다. 스마트폰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부작용과 역생산성도 만만치 않죠. 작가는 스마트홈(smart home)을 예시로 듭니다.

"스마트홈은 내겐 호러버전이다. 앱을 장착하고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느니 차라리 나는 내 손으로 전등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고 싶다. 게다가 기존에 쓰던 스위치를 다 들어내고, 다시 설비를 하는 일은 또 다른 역생산적 요소다... "

제가 종사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세계에서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최신의 툴과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건 아니죠. 일례로 그냥 종이에 그려서 보여주면 되는데, 굳이 설계툴을 사용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세번째, 작가는 좋은 삶은 자기관찰로 얻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삶의 목표, 삶의 의미, 행복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자기관찰의 착각'이라고 심리학자들이 말한다고 합니다.

"많은 시인들이 우리의 감정세계를 깊은 숲에 비유했듯이 감정을 따라가보면, 우리는 깊은 숲에서처럼 길을 잃고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 감정적 자극들로 가득한 수렁에 빠지게 될 뿐이다...(중략)... 자기 관찰은 자기 자신과의 면접과 다를 게 없다. 극도로 신뢰할 수 없다. 대신 당신이 관찰해야 하는 것은 당신의 과거다. 어떤 주제가 당신의 삶을 관통해왔는가? 덧붙인 해석을 보지 말고, 증거를 보라."

"이론가, 교수, 컨설턴트, 작가, 블로거, 저널리스트들은 숙고를 통해 세계를 알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대사상가들을 제외하면 그런 경우는 드물다. 학문에서건, 경제계에서건, 일상에서건,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 세계와 몸으로 부딪힘으로써 이루어진다."

"..... 그들은 사람마다 언젠가 삶에서 꽃피울 싹이 내재해 있다는 낭만적인 표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삶을 충만케 할 활동을 발견했으면 하는 희망으로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다. 이는 위험한 일이다. 가슴 뛰는 소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 시대의 커다란 환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안으로만 침잠해서는 안되고 밖으로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내면의 목소리와 외면적인 경험 모두 중요합니다. 그네와 같이 앞뒤로 움직여야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더 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의미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참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삶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됩니다. 작가는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들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한계효용이 감소합니다. 즐거움과 의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밤낮으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애쓰면서, 즐거운 일은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의미 있는 활동과 즐거운 활동을 번갈아 하는 것이다. 세계를 구하는 데 작지만 일조했다면, 일단 맥주 한잔을 하라."

마지막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인과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에 대해 무감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대중매체와 거대기업들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광고주, 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친구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어디에 기울일지를 결정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관련하여 2천년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꾸짖음으로 오늘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최고의 인간이 그대의 몸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인데, 어찌하여 마주치는 어중이떠중이가 자신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가?"



IP *.242.2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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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13:00:03 *.166.87.118

늘 공부하고 꾸준히 올려주시는 글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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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09:42:04 *.132.6.13

감사합니다. 마지막 문구 가르킴을 잘 새겨 나가 보겠습니다.  '나다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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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08:00:16 *.133.149.229

50 년째 무기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글을 읽다보니 훌륭한 프랑스의 마에스트로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펜싱은 몸으로 하는 체스다"  

지금은 지식과 정보가 공개되고 세계화되어서 많이 바뀌었지만 오래전, 현장출신인  저의 몸과 기능과 정신의 통합이론은 개똥철학으로 취급받았죠 ^-^ 

올려주신 글 내용이 약간의 주관적 해석을 거치면 제게 운동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연구원시절에 글공부하면서 썼던 내용인데....  


일차 가설. 1. 하나이면서 동시에 전부다.
세계는 동일한 것이지만 동시에 개인에게 각각 다르다.


이차 가설. 1) 행동하는 개인은 반응한다.

반응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물학적 개체로서 개인은 자연물리적인 법칙아래
생리적 역학적인 기능으로 반응한다.


이차 가설. 2) 개인은 아는 만큼 지각한다.
세계에 대한 개인의 지각은 학습과 경험에 의존한다.

상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다. 판단은 과거를 근거로 미래에 대한 현재의 대응이다.
이차 가설. 3) 전체가 부분의 관계와 역할을 결정하고 부분의 속성과 기능이 전체를 조율한다.
지각과 행동은 상호보완된다. 행위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평형상태가 있고 그러한 평형상태는 다수이며 변화되고 조작되어 질 수 있다.

 

 한창 열내면서 세상을 싸돌아다니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저의 행동지침이람니다. 

첫째 : 망설이지 않는다. 

        삼십분의 일초인 펜싱타임 그 상황아래서 머뭇거리다보면 기회가 위기가 된다.

둘째 : 기회가 오면 선제한다.

        생물학적인 인간의 기능과 학습으로 보아 반응의 시간을 줄이고  성공율을 높일 수 있다

셋째 : 정면으로 승부한다. 

        삶이 부딪쳐 싸우든지, 방관하든지, 아니면 도망치든지 하는 것중에 하나이듯이 

       게임에 임하는 태도도 마천가지다  피동적인 펜싱을 지향하고 주도적인 경기운영을 해야한다.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좀 늘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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