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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8일 22시 28분 등록
 
김장수 사장은 견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40대 사업가다. 고등학교 3학년 딸과 미모의 부인과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김사장이 친구인 권사장과 모처럼 만나 소주를 한잔 하고 있다.

“김사장. 요즘 어때? 잘 되가나?”
“잘되긴 매냥 그렇지 뭐. 힘이야 들지만 직원들 자르지 않고 월급 밀리지 않고 꾸려나가는 게 요즘 같으면 잘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자네 요즘 말들 많은 노후 준비는 하고 있나?”
“노후준비? 난 국민연금 들고 있지. 15년 정도 됐는데, 따로 하는 건 없어.”
“국민연금만 가지고 노후준비가 되나. 내가 아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데, 그 분은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에 한 달에 300만원씩 연금이 나온다는군. 그 정도만 있으면 노후에 괜찮을텐데 말이야.”
“300만원? 그거 괜찮구만. 난 얼마 전에 국민연금공단에서 뭔가 왔는데, 60세 이후에 한 달에 백만 원 좀 넘게 나온다는군. 다른 준비를 좀 하긴 해야 하는데, 요즘 같아선 정말 여유가 별로 없어.”

다음날 김사장은 이번에 대학입시를 치룬 딸과 부인의 생일축하 파티를 겸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책상을 정리하고 윗도리를 걸치고 있는데, 총무부장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사장님, 크, 크, 큰일 났습니다. 안산 공장에 불이 났습니다.”
“뭐야? 그래서...” 놀란 토끼 같은 눈을 한 김사장이 말을 잇지 못한다.
“아직도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공장 안에서 작업하던 직원들 상당수가 아직 빠져 나오질 못했다고 합니다.”
“뭐야!!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김사장은 뒷덜미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이게 그의 마지막이었다.

김사장 부인과 딸이 병원 영안실에서 문상객을 맞고 있을 때, 상복을 입은 한 떼의 사람들이 몰려들어와 악다귀로 소리를 지른다.
“야 이 도둑놈들아! 내 아들 살려내라. 이눔아. 다음 달에 결혼할 놈인데 니놈들이 죽여버렸으니. 아이고 이를 워째...”
“아이고! 내 남편 살려내라! 우린 어떻게 살라고. 혼자 그렇게 가버리면 우린 어쩌라고...”

총무부장이 그 사람들을 막아서며 보호하지 않았으면 부인과 딸은 그들에게 잡혀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기세였다.
“여보세요. 이러지들 마세요. 사장님도 그 소식을 듣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이곳도 상가입니다. 제가 총무부장인데, 여러분 보상 문제는 제가 책임지고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돌아가 주세요. 부탁입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남편의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 부인에게 또 다시 한 떼의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당신이 사장 부인이야? 당신 어떻게 할 거야. 우리들 보상 문제 어떻게 할 꺼냐고!”
“아니 왜들 이러세요. 보상 문제라면 총무부장님과 얘기하세요. 그 분이 모든 걸 맡아서 정리하고 있으니까.”
“총무부장 좋아하시네. 그 새끼 도망갔어.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그래. 너 이년, 그 새끼하고 짜고 우리 보상금 띠어 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그래 맞아! 두 년 놈들이 붙어서 해쳐먹으려고 그러는 거 같아!”
“말씀 함부로 하지 마세요! 아니 해쳐먹다니요. 그리고 누가 도망갔다는 겁니까?”
“총무부장이란 놈이 우리 배상금 줄 돈이랑 회사 다 팔아가지고 날랐단 말이야 이년아!”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사람들은 계속 고함치고 욕을 하며 부인을 쥐고 흔들어 댄다)
“그만하세요! 알겠어요. 집을 팔던 뭘 팔던. 제가 가진 거 다 팔아서라도 여러분 보상금은 해결해 드릴 테니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제발 돌아가 주세요. 흑흑흑...”

가진 걸 모두 정리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두 식구가 갈 수 있는 곳은 단칸 월세 방이었다.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부인은 남편 친구인 권사장을 찾아간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신청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경황이 없어서...”
“그럼 일단 국민연금부터 신청하세요. 그리고 일자리는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부인이 직원과 얘기한다.
“김장수 선생님이 얼마 전에 사망하셨군요. 선생님이 사망하셨으니 유족연금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 달에 40만원 정도 될 것 같군요.”
“아니 한 달에 백만원이 좀 넘을 거라고 남편이 그랬는데요?”
“그건 60세 이후에 노령연금으로 본인이 받을 때 그렇구요. 사망하신 분의 유족이 유족연금을 받게 되면 감액된 금액이 지급됩니다. 유족연금은 보조 성격의 연금이거든요.”

40만원. 그걸로 어떻게 생활을 꾸려나간단 말인가. 하지만 40만원이라도 지금 당장은 큰돈이었다.
권사장의 소개로 빌딩 청소 일을 하게 된 부인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딸과 함께 열심히 살아갔다. 그리고 아빠가 남기고 간 유족연금은 딸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차곡차곡 통장에 쌓여갔다.

어느날 권사장이 부인과 만나게 된다.
“영미씨. 이런 일 밖에 소개시켜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힘드시죠? 고생이라곤 전혀 모르고 사셨던 영미씨가...
“아니예요. 중권씨가 이렇게 저희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희는 좌절하고 말았을거예요. 청소일이 어때서요. 그리고 전 가영이가 있잖아요. 어떤 고생도 두렵지 않아요.
이런 말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정말 망설였는데... 이제 더 이상 제 마음을 감출 수가 없군요. 영미씨.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남편이 돌아 간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남편 친구에게서 결혼하자는 소리를 듣는 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영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얼마 후 가영이가 엄마 고생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겠다고 휴학을 하고 길거리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추며 전자제품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서, 영미는 권사장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권사장과 결혼 후 영미는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게 되었다. 헌데, 하루는 국민연금이 입금되던 통장을 들여다보던 영미가
“국민연금이 얼마 전부터 안 들어오네요.”
“왜 그렇지? 뭔가 잘못된 모양이군. 혹시 우리가 결혼해서 연금이 중단된 건 아닐까?”
“그럴 리가 있겠어요? 장수씨가 15년 넘게 돈을 냈는데. 그리고 1년 정도 밖에 받지 않았는걸요. 이 돈은 우리 가영이 결혼할 때 장수씨가 주는 아빠 선물로 생각하고 한 푼도 허투로 쓰지 않고 모을 생각이거든요. 내일 국민연금공단에 한 번 가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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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
1. 영미의 남편은 15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다 사망했다.
2. 영미는 1년 동안 유족연금을 받다가 남편 친구와 재혼을 하게 됐다.
영미는 유족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없을까? 배심원들의 판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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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1월 3일 오프 수업 때 전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응모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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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02:14:27 *.41.62.204

 정산 오라버니.  사례가 너무나 리얼해요. 우린 다들 소설로 가야하려나봐요.

  정답은 '받을 수 없다'   성. 딩동댕 울려 주시고. 상품 주세요. 그날. 그래서 보고 싶은 거구나 상품 에 눈이 멀어서. 므흣.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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