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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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 생각이 자주 납니다. 특히 ‘어릴 때 깨달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능력’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에 독서 모임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누구나 ‘학교에서 배웠으면 좋았을 것’에 대한 니즈가 있고, 사람마다 이야기하는 것이 다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제 추측인데 ‘학교에서 배웠으면 좋았을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아 곤란했던 기억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곤란했던 그 상황에서 준비가 되어 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원천이 되어 나오는 생각들이다 보니 참 여러 가지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생각한 것을 몇 가지 공유 드리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입니다. 최근에서야 저는 자유 주제를 하나 잡아서 공부를 해보고 있고, 덕분에 결과와 상관없이 공부 자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뒤늦게 맛보고 있습니다. 특히 공부의 우선순위를 수능이나 생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정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만약 학창 시절을 수능에 쫓기듯 공부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 이 즐거움을 미리 알았더라면 제 진로가 지금보다 좀 더 나에게 맞는 방향으로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자료를 읽고 찾아보는 법’이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대학교에 가서야 훈련을 시작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의도대로 자료를 찾게 되었다 싶으면 졸업할 때가 다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졸업하면 논문 검색 사이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없으니 가뜩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정보가 유통되는 플랫폼들을 보면, 의견과 사실을 섞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럴 때 자신이 직접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다면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능력이 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금융기관, 관공서 서류작성’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버지로부터 어느 날 편지 한 장과 만 원짜리 한 장을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라디오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한 학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만 원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모금 계좌로 돈을 부쳐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모르는 은행 직원에게 용무를 말하는 것도 쑥스러워했던 어린이였던지라, 도저히 이 부탁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그 만 원을 따로 쓰지도 못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에게 ‘잘 모르겠으니 같이 가 달라’고 부탁했으면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싶네요.
비단 은행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관공서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사는데 얼마나 든든할까요? 제 친구는 이 항목을 이야기하며 ‘법원에도 요청서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해본 적 없는 일이니 만약 한 아이가 이런 경험을 일찌감치 체험해 본다면 진짜 필요할 때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지금은 제 또래가 어렸을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노출되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스스로 공부하고, 조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은 최소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작고 단단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습해 보기에는 어려운 것들도 섞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학교’인 가정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아이에게 많이 제공해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은 학교에서 어떤 ‘학교 바깥의 지식’을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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