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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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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9일 17시 25분 등록
살구꽃1.jpg
                            <네이버 기사에서 사진 퍼옴>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어느 시인의 시처럼 내 어린 고향집은 그런 집이었다.


꽃잎이 하얗게 바람에 흩날리는 날이면

꽃잎이 내마음에 꽃물결을 만들곤 했다.

살구꽃.jpg

고향집 앞마당엔 살구나무 두 그루 나란히 서 있었다.

봄이면, 잎보다 꽃잎을 활짝 피워내어

나무가 새 꽃을 피우기 위해 차가운 대지에 발목을 묻고

부단히 새 기운을 뿜어 올린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하는 나무였다.

 

그렇게 나무는 고단한 마음에 축제의 불을 밝히고

아직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꼬마 아이를 위해

노오란 살구를 뚝뚝 떨궈놓고는 했다.

 

나와 함께 쭈욱 자라던 살구나무

내가 자라 고향을 떠날 때 즈음 알게 됐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나를 위해 심은 나무란걸

 

아버지

내가 태어나자 살구나무를 심고

도화꽃 닮은 젊은 여자와 떠나버린 사람

 


살구2.jpg


젊은날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 사나운 들짐승 같았다

그러나 그만큼 마음으로 스며드는 그리움을 어찌하지 못했다.

아들을 낳고 뜨락에 감나무를 심은지 열두해

지금은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고향집과 함께 사라지고 없지만
아 다시 환하게 살아나는 살구나무

내 마음에 영원히 사는 나무

 

새해에는 누군가를 위해 나무 한그루 심으리라

속으로 이름 부르며 어여삐 가꿀 수 있는

나무 한 그루 가져보리라


IP *.161.25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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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12.29 20:24:44 *.248.75.23
아,그랬구나.
'젊은날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 사나운 들짐승 같았다'는 은미씨 표현 가슴에 바로 다가와 꽂히고,

'그러나 그만큼 마음으로 스며드는 그리움을 어찌하지 못했다'는 표현 가슴에 기어이 
푸른 눈물 한 방울 떨구어 주네요.
나무가 점점 은미씨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어요.
좋아요.

나는 글이 안되요.
가슴이 체한 것처럼 답답해요.
눈발이 흩날리는 저녁, 마냥 책상 앞에 앉아 마른 눈을 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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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01.04 07:39:58 *.160.33.149


  은미야,  book fair 를 위해 몇개의 sample을 뽑을 때 가장 너 다운 것을 뽑도록 해라.   

  최근 산문시들이 좋다. 
 그리고  사진 역시 특별하고 매력적인 것을 뽑도록 해라.  꽃에만 치중하지 마라.  나무도 좋다. 미루 나무도 좋고, 은행도 좋지 않더냐.  어제 내가 썼던 처음 두 장의 꽃 사진은  지나치게 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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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9.01.05 16:09:29 *.161.251.173
네 사부님
너무 꽃에만 치중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Key메세지를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샘플글은 저다운 것으로 추려보겟습니다.

사부님을 통해 시작한 이 나무여행이 참 즐겁습니다.
나무여행을 하는 요즘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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