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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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찾아 들판으로 나섰습니다.
춥습니다. 올해 들어 제일 춥다는 날씨랍니다.
봄, 여름, 가을…혼자서도 여기 저기 잘 쏘다니는 편이지만,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내게 겨울은 동면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게으름을 마냥 피울 수가 없습니다.
칼날 같은 바람에 몸이 에이는듯 했지만 역시 들판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허허벌판에는 나무들이 서 있었습니다.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온갖 시련을 홀로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찬바람 속 빈 가지로 선 겨울나무는 기도합니다.
기도는 감추거나 보태지 않은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치는 것.
눈밭 깊숙히 발목을 묻고 잎떨군 나무들의 간절한 해바라기 입니다.
마치 죽어있는 듯이 보이지만, 절대로 도망치는 법도 없이
묵묵히 새 삶을 준비하고 있는 것임을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빈 몸으로 까치발 선 겨울나무가 고통과 시련을 넘어
부단히 새 기운을 뿜어 올려 후두둑 하고 폭죽처럼
꽃망울 피워내는 것을 우리는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갈대의 울음을 품고 연줄 같았던 목숨이
얼마나 뜨거운 것이었는지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아주 고요한 몸짖으로,
그렇지만 온몸으로…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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