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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3일 10시 58분 등록

몇 년 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인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워렌 버핏이 보험 부정거래와 관련해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기업 가치에 바탕을 둔 투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명예와 정직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사람이다. 정직과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기업인은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폭넓게 존경을 받아온 사람이었기에 이 사건으로 인한 미국인들의 상실감은 컸다. 이 사건은 결국 보험회사 AIG가 16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워렌 버핏은 이 사건으로 자신의 이력에 직접적인 해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하마터면 그의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뻔했다.

AIG 회계부정과 관련된 스캔들에 휩싸인 지 약 1년여가 지난 2006년, 워렌 버핏은 자기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의 재산을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TV 인터뷰에서 버핏은 “시장 경제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경제는 극단적인 빈부 차이를 만들어 냈고, 이 메커니즘에서 성공한 자기 같은 사람은 결국 자신을 성공하게 만들어준 사회에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는 ‘비시장경제적’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경제체제에서 자유방임주의적 경제운영 방식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 사이에서 윤리경영이 중요한 경영이념의 한 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들은 한결같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할 때 윤리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결론짓는다. 기업이 이윤 추구에 대한 동물적 욕망만을 좇다보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버핏이 말한 ‘비시장경제적’ 방식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사회 공동체가 함께 번영해 가기 위해서는 기업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구하라』를 읽으면서 윤리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됐다. 그런데 책을 읽던 중 한 구절에서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의문을 일으킨 구절은 IBM CEO를 지낸 ‘루 거스너’ 회장이 말했다는 이 문구다. “위대한 조직이란 개인의 연장이요, 그림자다. 위대한 조직은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대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처럼 자신이 번 돈을 ‘비시장경제적’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기업가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좀 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해 갈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조직이란 개인의 연장이고 그림자” 라고 한다면, 기업에 속한 개인들의 ‘개인윤리(혹은 생활윤리)’와 기업의 윤리경영은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 즉 개인들이 윤리적 가치관에 충실할 때 기업의 윤리경영도 제대로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에 속한 개인들은 (개인)윤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데,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윤리경영이 추구되고 있다면 그것을 진정한 윤리경영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윤리경영이 취하고 있는 ‘비시장경제적’ 방식 또는 사회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모두 함께 잘 살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부문에서는 이런 ‘비시장경제적’ 방식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적부조, 누진세제도,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부문에서 행해지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경제적 논리에 의해 위축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소득재분배를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시장경제적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역발상을 시도하고 있는 데, 정부부분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다.


윤리경영이 기업경영의 중요한 비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구하라』에서 나오는 것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에 종사하는 개개인들이다. 개인이 변해야 기업이 변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의식과 가치관은 변화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윤리경영의 앞날이 멀고 험한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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