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 조회 수 781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9년 3월 우리는 봄...깊이 여행을 떠난다. 가족이 함께하는 봄여행은 폐속까지 깊이 봄을 맞이하기이다.
벙글어진 봄웃음이 돌담길 사이사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 좋은 봄날이다.
봄날은 어디든 다 좋겠지만, 자리산을 휘돌아 길섶따라 강둑따라 피어나는 봄날은 꿈속의 팔랑거리는 나비같다. 섬진강을 따라 봄님을 마중간다. 섬진강 도보 여행은 전에도 한번 갔었느니 그리 어렵지않은 코스다.
섬진 마을의 매화, 강자락너머 지리산 눈이 채 녹기전 섬진강의 봄을 실은 매화 꽃잎들은 강물위로 낙화한다. 구례군 산수유들 일제히 눈을뜨듯 화르르 샛노란 꽃 피우고 쌍계사 십리길 벚꽃길은 하늘문을 연다.
그 길섶따라 섰노라면 ...
속 깊이 꾹꾹 눌러 두었던
말못할 그 무엇이
여린 미물까지 빗장을 푸는 봄날
복받친 설움에, 일순 뿜어내는,,,
저것은 주체할수 없는 연심의 폭발이다”
라고 말하는 시인의 말에 온 몸으로 동감하게 된다. 그래 저것은 폭발이다. 그렇게 일순간의 폭발 속에 있노라면 문득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알 수 없어지고, 꽃향기 머리 속 가득히 퍼져 들어와 마음도 몸도 온통 꽃물결로 어른거린다.
길모퉁이라도 잠시 돌아설라치면 와락 달려드는 것들, 꽃잎들, 숨이 턱 막힌다.
공중에 쏟아지는 꽃잎 소낙비 세례, 다시 공중으로 솟구치며 만들어내는 회오리 바람,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꽃잎들은 나무와 허공과 땅의 경계를 한순간 없애버리며 의식까지몽롱하게 만든다.
저장된 첫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 내게 섬진강 봄의 첫 기억은 물길따라 흐르다 꽃길따라 흐른다. 더이상 길은 길이 아니다. 오로지 꽃길만이 길이 된다. 온 종일 길잡이를 하던 꽃나무들은 저물무렵 달 능선 위로 달이 차 오르면, 그윽한 달빛아래 꽃은 쉼없이 지고 피고, 피고 진다.
봄을 실은 미풍이 벚나무의 꽃망울을 터트리고, 겨울을 난 벚나무에 향기로운 꽃이 피어날때 바람의 곡선따라 부드럽게 내리는 꽃길, 그 길에 들어서리라.
그리고 우리는 기억하리라. 이 봄날의 눈부심을
그리고 우리는 약속하리라. 한번쯤은 찬란히 피워 내는 나만의 삶을
그리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마음위해
돌아오는 길에 꽃바람 소리, 꽃향기 라도 한봉지 가득 담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