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향
- 조회 수 3686
- 댓글 수 9
- 추천 수 0
천재 또는 성공적인 삶을 산, 살아가는 이들의 뒤에는 항상 책 읽기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열정과 기질>의 저자 하워드 가드너는 전기물과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고, 이 책에 등장하는 천재 프로이트도 소년 시절, 책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자기만의 책장을 이미 갖고 있었으며, 그레이엄도 작품활동의 진면목을 보여준 절정의 시기에 고전 및 신화, 프로이트와 융학파의 저서를 탐독하는 등 책 읽기와 사유에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다른 천재들에 비해 주변에 스승 역할을 담당해 줄 직접적인 조언자가 없었던 아인슈타인도 대중적인 과학서, 전문적인 과학서 등의 책읽기를 통해 간접적인 조언을 얻음으로써 부족한 여건을 극복?보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창조적 거장, 그들 모두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연구활동에서도, 활동적인 삶에서 물러나 은거하는 중에도, 감옥에 갇힌 옥중에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들의 일대기를 보며 이 책에서 저자가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책 읽기에 대한 열정이 저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
저는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어린시절, 누구나 읽었던 전래동화집, 위인전집, 세계문학전집 등을 읽었던 기억은 분명히 있지만 그 내용을 잃어버린지가 한참이 되었고, 누구처럼 잠을 자는 것도 잊은 채 밤세워 책을 읽다 부모님의 협박으로 불을 꺼야만 했던 경험도,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좋아 이불 속에서도 손전등으로 책을 비춰보았던 그런 추억이 제게는 없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이나 글이 주는 여운과 감동보다는 동화책 안에 그려져 있는 뽀송뽀송한 그림들, 즐겨 읽던 만화책의 구도와 섬세한 터치, 유명화가의 화집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운 색감에 매료되었고 더 집중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몇 년전부턴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예전보다 책 읽는 시간이 늘었으며 좋은 책으로 제대로 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책을 즐겨 읽지 않다가 책 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요즘들어 제대로 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연유에서일까, 어떤 이유에서일까를 생각해보니 그 첫 번째가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가족이 있는 집안의 분위기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늘 성경책을 곁에 두고 읽으신 덕분에 기억을 잃지 않고 총기있는 삶을 사셨던 할머니, 안방문을 열면 언제나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계시는 아버지, 어려서부터 문학책, 소설책, 시집, 무협지, 그리고 만화책까지 가리지 않고 잠자는 것도 잊은 채, 책세상에 빠져 일찍이 안경을 써야했던 동생, 이들의 책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저의 삶에 베어 있어 책 읽기의 긴 공백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안 여기저기에 꽂혀 있는 책들을 통해 눈요기한 제목들의 영향으로 처음 접하는 책들이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고, 본격적인 책 읽기를 시작하는데 있어서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듯 합니다.
책을 읽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필요한 지식과 콘텐츠를 얻으려다 보니 전공분야와 관심영역의 책을 집중적으로 모으고, 필요한 자료를 수집, 활용하게 되면서 이것이 좀 더 깊이있는 책 읽기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 있지, 관련분야의 지식도 부족하고 글쓰는 능력도 시원치 않기 때문에 책과 스크랩, 자료를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충분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모아 놓은 책과 스크랩, 자료를 믿고 과제가 주어지면,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 모으며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렇게 책과 자료 수집에 열정을 쏟는 활동이 계속되면서 책에 대한 생각과 책 내용에 대한 깊이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이렇게 제가 좋아하고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비교적 심오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와 연관되는, 또는 이를 통해 응용되어진 새로운 관심 분야들이 차츰 생겨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저를 만족시켜 줄 최상의 대안은 책 읽기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얻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책 읽기에 빠져든 계기도 아마 흥미가 있는 분야로 시작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책 읽기를 창조성 개발의 도구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위대한 천재이건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건 간에 자신의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다른 물가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지적 유산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평등한 혜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창조적 사고를 기르는데 있어서도 무엇보다 유용한 정신적, 실질적 창조의 도구로 쓰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책 읽기는 단순히 글자를 눈으로 읽는 행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글자와 글자, 각 행간과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며, 즉 읽는 이에게는 글자만을 제공하고 나머지 몫, 상상이라는 몫은 온전히 읽는 이의 것으로 남겨 놓아 우리에게 창조성 개발의 도구로 활용케 하는, 그야말로 평등하고 무한한 혜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책 읽기를 계속함으로써 우리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그 상상력이 조합을 이루어 창의적인 생각으로, 창조적인 행위로 이어져, 저의 창조성 개발에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책 읽기에 대한 고민과 갈등
저는 얼마전까지 책에 관한 고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반드시 지금 읽어야 하는 책과, 읽고 싶은 책 사이에서의 갈등이었습니다. 연구원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그동안 저의 관심 밖에 있던 처음 접하는 책들, 저의 분야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멀어보이는 책들과 그동안 읽어왔던, 읽고 싶은 책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구조였습니다. 저는 매주 읽어야 하는 두꺼운 책들, 그에 따르는 리뷰, 칼럼 등을 작성하기에도 빠듯하고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신화 없이도 잘 살았다는 둥, 이 사람들은 괜히 무덤에서 나와 나를 힘들게 하나는 둥, 괜한 투정을 부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두꺼니(두꺼운 책들)들이 주는, 읽는 당시에는 깨닫지 못하는 알 듯 모를 듯한 오묘함, 아직은 모두 알수 없는 그 깊이에서 오는 매력과 한권한권 더할수록 연관된 흐름이 느껴지는 사부님의 계산된 책선정에 감탄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연구원 1년 과정을 끝내고 나니, 앞으로 어떠한 책도 다 읽을 수 있겠다는, 읽지 못할 책이 없을 것 같다는, 어느 연구원 선배님이 말씀하셨다는, 이 말씀에 희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몇일 전, 연구원 선배님 한 분이 저희 5기 까페에 오셔서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도 그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는 무척 읽고 싶은 책이었으나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관함에만 담아두고는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지금에 충실해야지 하며 내심 갈등중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고민을 들은 연구원 동기 한 분이 그럴 땐 카드 박박 긁어 보관함을 비우라는, 자신도 그렇게 해서 받아보았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히 보게 된다는, 언젠가는 보게 될 것이라는 말에 혹해, 저도 즉시 카드 삭삭 긁어 꽉 채워진 보관함을 20%쯤 덜어내는 일을 감행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받아만 두고 포장만 간신히 벗겨 아직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책상 한켠 벽 쪽에 기대어 쌓아두고 있지만, 그 내용이 함축된 제목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 읽은 양 뿌듯해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두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 그저 책이 좋으니까, 모든 책을 다 사고 싶다는 생각과 이 책도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할텐데하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고민과 갈등, 조금 더 심해지면 스트레스로 번질 수도 있는 책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그렇다고 사람에게 절대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고민과 갈등의 구조가,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좋은 책을 선정하게 하는 안목을 길러주고 제대로 된 책 읽기를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이러한 책 읽기를 통해 사람은 선해지고, 때로는 강해지며, 그 가르침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책 읽기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귀중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연구원 1년 동안 읽어야 할 책들을 충실히 읽고 이에 대한 리뷰와 칼럼을 쓰는데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연구원 생활을 하는 동안은 무엇보다 이에 집중하면서 틈틈이 제가 좋아하고, 제 마음에 들어오는 책들도 부담없이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책이 다시 정겨워지고 있습니다. 꿈을 키우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책 읽기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신화 아니 조지프 켐벨을 알고 나니
마음 속에 등불 하나 켜진듯 늘 따라갈 곳이 있어서 더 좋던데요!^^
글보다 그림에 더 매료되었던 어린 날이
지금 신애씨의 방향을 정했겠지요.
내 분야를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적인 기반과
인근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꺼구요.
이 글에서 보이는 단정함과 분명한 방향대로 쭈욱 밀고 나가면
아주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아요.
위 글의 내용과 부합되는 인용구를 하나 옮겨 봅니다.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결코 한 우물만 파는 게 아니라 우물을 두 세 곳을 파고,
그 우물 사이에 지류를 내는 사람일겁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책읽기에요. ”
--정재승--
미탄 선배님~. 선배님을 처음 만난건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에서 였죠.
선배님의 몰입경험, 이어지는 그때 그 장면?ㅎ 잊지 않고 있어여~ ^^
추천해주신 책, 열씨미 읽고 있어여.
책상 위, 언제나 손 닿으면.. 제일 가까운 곳에 두고는..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읽지는 못하고.. (왜그러는지 아시져?ㅎㅎ)
마음에 들어오는 이들의 스토리부터 담고 있어여~.
예전엔 그림이 탐났는데.. 그림 잘 그리는 이들이 부러웠는데..
언제가부터는.. 근래 들어서는 더욱.. 글 잘쓰는 이들이 부러우니..
선배님이 느~무 부러워여~~~^^
저희에게 마음써주셔서 감사해요. ^^
같이 가시기로 분명히! 약속하셨으니.. 그때 뵙는거져? ^^
선배님이 주신 글, 마음에 담았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