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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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에 그랬었다.
1
그녀가
내 삶의 밖으로 사라져 버린 날…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
비켜갈 곳 없는 비난과 갈채 사이에서
나는
사랑할 줄 몰랐다.
비켜갈 곳 없는 외나무 다리 위에서
나는
사랑할 줄 몰랐다.
비켜갈 곳 없는 없는 모랫벌 위에서
나는
사랑할 줄 몰랐다.
나는
그렇게 멍 하니 서 있었다.
나는
그저 두렵고,
물러설 곳도 없고
가리울 줄도 몰라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2
세월이 가고
갈증이 나는 밤,
다시 그녀가 돌아 올 수 없음을
알고 난 뒤에서야…
내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얼굴이었고
그녀의 몸매였으며
그녀의 따뜻한 젖가슴과
깊고 은밀한 몸짓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내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의 탐욕과
나의 자존과
나의 야심을 채워주는
내
눈과 손과 몸에
닿는 그녀였었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했었다.
늘…
3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말없이 웃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냥,
깊은 눈으로 나를 오래 바라보며
문득 문득 바라보는 내가
그 눈 속에 살게 했었다.
그녀는
단지 내 얼굴에 손을 얹고
나의 가슴에 귀를 대고
내 곁에 달라 붙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는 커녕 듣지도 못했다.
4
그녀가 떠나고 난 뒤에서야…
나는 알았다.
그녀가 셀 수 없이 많이
사랑한다고 내게 말했다는 것을…
내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이어서
그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전하고자 했던 것이
말이 아니었음에도
나 또한 그녀가 전해 준 것을
알지 못했다.
늘…
5
이제는
어떤 비난과 갈채 사이에서
비켜갈 곳 없는 외나무 다리 위에서도
도망쳐 숨을 곳 없는 모랫벌 위에서
나는
두려워하지도, 물러서지도
가리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사랑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은 약속이 아니고
의무도 책임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사랑은
그냥 마음속에 일어나는
그 무엇으로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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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의 자서전을 읽는 도중에
갑자기 이 글을 ....
써놓고 보니 후회같기도 하고
반성같기도 하고 ^^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지난 날에는
내가 행하려고 했던 것은
나의 진실이 옳다고 증명하려 했던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진실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과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을 혼동하다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고...
이젠,
누구든 편안한 가슴으로 꼭 끌어 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오쇼가 웃겠지...
즐겁고 행복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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