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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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안에 가만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된다”-파스칼
오쇼도 지적하듯이 어떤 수행자는 자신이 말할 때도 이유 없이 잔디를 뜯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 이유 없이 무의식적으로 내 손은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냥 끄적거리는 것이 왠지 뭔가를 한다는 착각을 주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내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다. 커피잔을 이리 들었다 저리 들었다, 어색한지 턱을 바치다가 팔짱을 끼는 자세에 이르러서 상대방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다. 뭔가 내 손은 분주해야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다 집에 들어와 소파에 누을 때면 긴장은 조금 풀어지고 손도 내 배위에서 숨을 쉰다.
소파는 도심에서 삶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1평의 공간이다.
소파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누워있는 것! 그것은 낙원이다. 
모든 신장의 기능들은 멈춘 듯 고요하고 그럴 때면 미뤄두었던 내 생각들이 떠오른다. 
지금 사는 삶은 재미있나? 가족들과 어디로 놀러 갈까? 미국에 간 후배는 공부 잘 하고 있나? 환율문제로 고생할텐데..라는 생각에 까지 미치면 맥주 한잔이 간절하게 생각난다. 
신나게 외쳐본다. “여부 맥주한잔에 오징어 오케이?” 그러면 소파는 이제 대화의 공간이 된다. 사소하지만 얘기 하기 어려웠던 때로는 미안한 감정들을 이 1평도 안되는 소파라는 공간에서 풀곤 한다. 서로 긴장을 풀어서인지 대화가 잘 된다. 잘 되는 이유는 아마도 ‘이완’ 되었기 때문에 맘속 깊은 곳에서 긍정적인 마음이 솟아 올랐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긴장을 푼 채 귀찮은 벌레나 따가운 식물도 없는 초원에 두팔을 배고 누워 몽롱한 눈길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 이것이 낙원의 느낌이다. 
우리는 여가활동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보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선 그 여가 마져도 긴장의 연속이기도 하다.
마치 내 손이 뭔가를 찾아 계속 헤매어 다니듯, 편안한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가까운 호수공원에 갈라치면 그래도 사람들을 의식해서 예쁜 츄리닝에 꼭 운동화를 착용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하고, 내 아내도 남들이 볼까 제 자식 옷을 고르는데 정신이 없다.
“ 야 아직도 못 골랐어? “ 
“ 몰라! 옷이 너무 없어! “
“ 그냥 대충 입혀~!”
“ 대충 입힐 것도 없다니까! 우리 우진이 옷 좀 사야겠다! “
“ 아이 정말! 그냥 대충 하면 안돼~! “
“ 옷이나 사주고 얘기해~! “
이제 약이 오른 나는 공원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싸여 한참을 망설이기도 한다.
뭔가 공원에 가면 뛰어야 할 것 같고, 김밥같이 먹거리를 싸들고 가야 할 것 같고, 돗자리 펼 때가 없으면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스포츠는 달콤한 휴식을 정당하게 해주는 피곤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에 기여할 뿐이다. 달콤한 휴식의 가장 완성된 형태는 소파에 있다. 
게으름을 피우고 빈둥거리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데, 이를 설명하고 정당화해야 한다는 건 이 시대의 위대한 미스터리이다. 따스함, 부드러움, 편안함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 아닌가. 
오쇼는 롤스로이스 속에 앉아 있을 때 충분히 명상적이라고 하는데 소달구지에 앉아 있을 때는 명상적이 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한다. 오쇼의 말처럼 부유해야 명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이런 뜻 아닐까! 
난 쇼파에 누워 잊을 때 내 자신을 찾는다.
물론 와이프의 따가운 게으름에 대한 눈총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아서 좋고, 우선 내 몸이 편해져서 좋고, 가까운데 먹거리가 있어서 안심이고, 집착도 아쉬움도 없는 상태 그것이 쇼파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꽉 막힌 도로를 저주하며 달리다가 답답한 마음에 음악을 틀기도 하고, 휘트니스 클럽에서 이를 악물도 달리고 또 쇼핑을 한답시고 쇼핑센터를 휘젓고 다니다가 지친 내 몸은 할일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지쳐가기도 한다.
우리가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낄 때 소파는 이렇게 말한다.
“ 이봐 친구! 긴장은 몸이 먼저 편안해야 풀리는 거야~ 이리 와 누워서 나랑 노가리나 까자구!”
이렇게 내 명상은 시작된다. 
“ 정말로 명상적인 사람은 장난스럽게. 그에게 있어 삶은 재미이다. 그에게 삶은 하나의 놀이이다. 그는 삶을 엄청나게 즐긴다. 그는 심각하지 않다. 그는 이완되어 있다.” 오쇼 라즈니쉬
그리고 그런 본능을 충족시키는 데 소파만큼 편안한 공간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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