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元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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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간 생명을 지탱해준 인공호흡기를 떼어냈다. 하지만 김모(77. 여)씨의 호흡은 멈추지 않았다. 미약하지만 스스로 호흡을 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켜보던 의료진 사이엔 가벼운 술렁임이 퍼져 나갔다.’ 09년 6월 24일자 조선일보 1면에 나왔던 기사이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대법원의 국내 ‘첫 존엄사’ 허용 판결의 집행이 실시됐지만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음에도 환자가 자신의 자생력으로 숨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 할머니는 현재에도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을 끈질기게 이어나가고 있다. 할머니의 삶을 이토록 이어나가게 해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질긴 인연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이 작동 되어서일까?
최근 평소에 사용중이던 노트북이 전원을 넣어도 화면이 보이질 않길래 옆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나 : ‘잘쓰던 노트북이 화면이 보이지 않는데 어떤 까닭인지 한번 봐주실래요.’
00님 : (이리저리 살펴 보다가) ‘LCD 화면이 나간것 같은데요.’
나 : ‘LCD 화면요? 그럼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평소 기계치인 탓에 용어가 익숙치 않아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00님 : ‘아마 부속품을 유상으로 구입하셔야 될껄요. 돈이 조금 들텐데.’
나 : (유상으로 구입을 해야 한다는 말에 괜히 발끈해서) ‘유상으로요? 아니 조금전까지 사용 잘하던 컴퓨터 였었는데 뭘 사야 된다고요?’
00님 : (괜히 난처한지) ‘노트북 구입 하신지가 얼마나 되셨죠.’
나 : ‘5년이 되어가는데요.’
00님 : ‘그럼 오래 사용하셨네요. 그정도 쓰셨으면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이 넘었는데...’
나 : ‘......’
나의 보물 1호인 노트북이 성능을 멈췄다. 5년전 큰맘먹고 돈을 투자해 장만한 노트북이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꺼이꺼이~ 부속품을 교환하라는 말에 이왕지사 정밀검사를 받아보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전문 A/S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았더니, 담당자는 더심한 얘기를 한다. ‘CPU가 나갔네요. 부속품을 교환 하기에는 값이 너무 비싸니까 차라리 새것을 하나 사시죠.’
다행히 노트북의 생명인 하드 부분은 손상되지 않아 그 존재의 가치를 계속 이어나가게 되었지만, 이런 상황에 봉착해서 보니 우리 인간과 기기의 삶은 비슷한 면이 있는것 같다.
첫째, 유한성이다. 기계가 반영구적이 아니듯 우리의 인생도 유한적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우리는 젊은 시절에는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것 같다. 나역시도 젊을 때는 혈기로 객기아닌 객기를 부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마흔이 넘어가서야 조금씩 철(?)이 드는것을 보면은 말이다.
둘째, 사전 대비성의 필요성이다. 앞서 노트북처럼 갑자기 기능이 멈출 때면 애써 저장해 놓았던 귀중한 정보와 자료들이 상실될수 있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를 아시는 분들은 저축을 하듯이 사전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조금씩 준비를 해놓는 것을 볼수 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했던가?’
김모 할머니의 예와 노트북의 사례를 열거하다 보니 로고테라피 학파 창시자이자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 박사의 다음과 같은 일화가 떠오른다.
빅터프랭클보다 아우슈비츠에 먼저 도착한 친구가 다음과 같은 충고를 그에게 하였다.
‘유리조각을 쓰더라도 매일 수염을 깎게.’
‘그러면 조금이라도 젊어 보일테고 나치는 자네를 며칠이라도 더 써먹으려고 살려둘 테니까 꼭 명심하게. 쓸모있어 보이는게 제일 중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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