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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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기본기
나는 만 두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어느 날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을 보고 ‘꽂혀서’ 저걸 배우고 싶다고 졸라서 배우게 되었다는데, 물론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피아노는 먼저 배우기 시작해서 여러 필수 교재들을 ‘떼는 것’이 중요했다. 때문에 재능은 둘째치고 나는 또래 친구들을 항상 넘어서 ‘피아노를 잘 치는 애’로 여겨졌다. 부모님은 심각하게 여겨 대학교수에게 레슨까지 시켜보았는데, 나는 일곱 살 어린 나이에도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감지했던 것 같다. 선생님 앞에서 일부러 손을 엉터리로 놀리고 피아노를 못 쳐서 ‘얘는 피아노 전공시킬 정도는 아니네요’ 하는 말을 듣고만 것이다. 돌아보니 나는 애초에 누구에게 주목을 받고 인정을 받는 데 편안함을 느끼는 성격이 아니다.
이후 평범한 피아노학원에 몇 년간 다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연습해서 실력을 늘리는 것보다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4학년쯤 되자 초등학생 수준에서는 더 배우고 싶은 곡도 없고, 많은 아이들에 치여 더 가르쳐줄 만한 여유가 있는 선생님도 없었다. 평생 처음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 나는 피아노를 더 치기 싫다고, 학원에 다니지 않겠다고 나름 폭탄선언을 했는데, 그 이야기에 수긍하고 피아노 선생님께 그만 보내겠다고 전화를 하던 엄마 옆에서 나는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수 년 간 계속해온 것을 그만두는 허탈함이 그 나이에도 뭔가 울컥한 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목 메는 경험은 그 날 이후 내 삶의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 책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에서 말하는 나의 대표 테마는 <탐구심, 학습자, 사고, 성취자, 초점>이란다. 몇 달 전, 이 결과를 받아 들고는 상위 세 개 테마가 <탐구심, 학습자, 사고>인 것에 무척 절망했다. 우리 사회에서 중시하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인데 왜 슬퍼했느냐고? 나는 이미 이 세 가지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다고 여긴 ‘학계’에서 방금 떠나왔으므로. 그리고 그 전에는 <탐구심, 학습자, 사고, 성취자>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었던 언론사에서 제발로 걸어 나왔으므로. 때때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 그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가? 얻기 힘든 천직을 괜한 트집으로 때려 친 거 아닌가? 하는 컥컥한 목멤이 마구 밀려왔다. 이미 건너온 강을 되돌아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그 이상의 직업을 아직 찾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지금도 그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년 만에 피아노 앞에 앉은 내가 처음 보는 악보를 마치 피아니스트처럼 자연스레 연주했다. 역시 어렸을 때 배운 것이 탄탄한 기본기로 작용한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아, 이건 어젯밤 꿈에서 일어난 일이다. 며칠 전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를 인상 깊게 본 탓이리라. 나는 이 꿈이 피아노만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지금 나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록 일이 년, 길어지면 삼사 년 방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잘 활용해 기본기를 더 다지라고. 그러면 언젠가 내 강점을 모두 활용한 ‘100% 맞춤 직업’을 내 스스로 가지고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위기 상황에서 그 빛을 발해 왔던, 그 ‘기본의 힘’을 다시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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