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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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남 !
1
생명으로 살아서 생생한 이 삶은
내가 책 속에서 만나는
위대한 스승들보다
늦은 밤,
한 켠, 한 걸음도
높거나 멀리 나아가시지 않고
끝까지 우리 곁을 지키시는
스승님이 내게는 더 위대하다.
2
세상 속의,
온갖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있는 그대로 진실로 다가서려는
어색한 몸짓과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내게는 더 위대하다.
지나온 그 많은 수업들 중에,
어떤 철저한 계획과
새로운 지식으로 가득한 수업들보다
단지, 항구를 떠나
스승의 등대불 밑에
현실의 거친 바다 위를
진실을 찾아 헤매이는
자유로운 항해 같은
우리들의 수업이
내게는 더 위대하다.
3
나는
분명하지만 방황하고
끝을 알수 없지만 포기하지않고
마음대로이지만 방종이 아니다.
나는
도덕적 규범과 현실적 욕망
그, 인간적인 욕망과 현실적인 윤리에서
사실과 허구 사이의
그 작지만 거대한 경계선에서
나는 진실과 만난다.
나는
자신과 만나고
사랑하는 이의 말과 몸짓을 넘어
빛나는 진실과 만나고
그리고
그들과 만나게 해준
신과 만난다.
4
나는
원한과 고단함이
기쁨이 되는 순간과 만난다.
평범함과 소소함이
참됨이 되는 순간과 만난다.
바라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손을 삗고 팔을 벌려
껴안을 수 있는
살아있음의 싱싱함과 만난다.
나는
오랜 세월
목마름과 허기진 가슴을
사랑으로, 긍정으로, 희망으로
채우는 순간과 만난다.
5
어린 날,
어머니의 목을 감싸 안고
철없는 응석을 부리듯
지금 이 행복을 감사하지만
나는 부끄러운 가슴을 열고
신과 스승과 벗들 앞에서
기도한다.
덧없는 꿈처럼
이 만남이 사라지지 않도록
규범과 허상에 갇혀서
진실을 저버리지 않도록
가슴 속에 울리는
이, 북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소원합니다.
소원합니다
소원합니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만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꺼내는 것은 아픔이다.
용기도 필요했다.
그들의 삶에 내 삶이 있고 내 씁쓸했던 단편도 있고
내 회한이 같이하고 아련한 쓰라림과 무지개 같은 동경도 함께 했다.
나에게 집중된 시간에도, 그 긴 수업시간에도
그 많은 진실의 눈빛이, 애정 어린 관심과 조언이
진정 나에게 주는 의미를 몰랐다.
감동이 있는 영화는
세기를 지나서도 명화이듯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은 가수가 죽어도 널리 불리듯
그 영혼이 소통하는 길고 긴 수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울림이 커진다.
이 이른 아침에 수업 영화를 다시 틀지 않았건만
가슴을 치는 그 무엇에 울먹인다.
내 삶에, 나 자신에 대해 번개처럼 관통하는 깨달음은
눈물이 된다.
눈물아, 흘러라. 흐르고 또 흘러라.
그래, 묻어 두었던, 아니라고 부정했던, 알고자 했으나 알 수 없었던, 탄로 난 거짓 알맹이들은 모두 씻어라.
원석의 나만 남을 때까지.
참으로 이상하다. 이상하다.
혼자서 고뇌하고 성찰하고 또 성찰하여도 아무 소용 없어라.
최종의 성찰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밀어내어 입 밖으로 내 뱉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 성찰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내 마음처럼, 내 마음보다 더 내가 되어
섬세한 애정으로
들어주고 지켜주고 느껴주는 그들.
영혼의 아름다운 빛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