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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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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9일 14시 56분 등록

과제

 

1.       그대가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그대가 겪은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이 기술되겠지?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 온 가장 중요한 경험은 어떤 것일까? '3가지의  큰 경험' 이 무엇인지 나열해봐. 

2.       '3 가지의 큰 경험'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자세히 묘사해봐  ( 1 - 1.5 페이지) 

3.       이 경험을 통해 그대는 그대라는 세계에 대하여 무엇을 알게 되었지 ? (0.5 페이지)   (그대의 기질, 취향, 재능, 가치관, 믿음, 선호 등등.... )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경험 3가지

 

1. 10년 간의 보이 스카우트 생활 – 나의 10대의 10년

 

2. 10년 사랑 – 나의 20대의 10년

 

3. 10년 인연 : 애비로드 – 나의 30대의 10년

 

 

경험 한 가지에 대한 자세한 묘사

 

저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년간 보이스카웃 생활을 했습니다. 그 계기는 저를 밖으로 내서 키우려는 어머니의 의지가 강력히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몹시 소심한 성격이시고 또 약사이셔서 매일 약국에만 앉아 계시는 그런 모습이 저에게는 나타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으신 것 같습니다). 아주 내성적이고 별로 사교적/사회적이지 못했던 저는 보이스카웃 생활을 통해 사회/조직 경험을 조금씩 쌓을 수 있었고, 많은 야외 활동을 통해 좋은 외적 경험과 내적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기억을 공유해 봅니다.

 

많은 기능장들 : 저는 보이스카웃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이 정규과목은 아니어도 사회 생활 혹은 자연 생활에 있어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소위 잡기들을 많이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야영생활 기본적인 부분들(텐트치고 비박하고 등) 뿐만 아니라 야외 조리도 잘 했고, 응급 치료법도 배웠고,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오리엔티어링도 배우고 실제 대회에 참여도 했었습니다. HAM(아마튜어 무선사) 자격증도 따서 그 당시에 외국 사람들과 무전기를 통해 교신을 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의 기타 치는 모습에 홀딱 반해서 저도 기타를 배우고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보이스카웃들은 왼쪽 팔뚝에 자신이 딴 동그란 모양의 기능장을 훈장처럼 붙이고 다니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제 기억에 한 20개쯤을 쭉 붙이고 다녀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캠핑의 기억 : 1달에 한 번 학교 운동장에서의 주말 캠핑과 계절에 한 번씩 3박4일의 야외 캠핑을 정기적으로 갔었는데 이 경험이 집 밖에서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자연스럽게 심어준 것 같습니다. 특히 야외 캠핑 시에는 하루 밤은 필수적으로 ‘비박’을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비박은 텐트 안이 아니라 밖에서 침낭 안에서 자는 것을 말합니다. 방법은 먼저 땅을 10센티미터 깊이로 자신의 키보다 조금 길게 팝니다. 그런 후 그곳에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푹신한 것들, 즉 풀 혹은 나뭇잎들로 평평히 깔아 줍니다. 그런 후 침낭을 커다랗고 두꺼운 비닐에 넣은 후 깔아 줍니다. 침낭을 비닐 안에 넣는 것은 새벽 이슬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밖에서 잘 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새벽 이슬로 인한 체온 저하입니다. 그런 후 침낭에 들어가서 비닐을 머리 위까지 완전히 덮고 눈 주변에 구멍 2개를 뚫어줍니다. 보온과 모기로부터 지키기 위함이지요. 구멍 사이로 보이는 쏟아질 것 같은 별빛과 은하수의 추억은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일일일선’의 기억 : 보이스카웃의 주요 모토가 ‘일일일선’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선행을 하는 것이었는데, 어릴 때 이것을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의식하고 행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식과 청소년 시절 성당 활동(레지오마리애)이 어우러지면서 선행 의식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 나쁜 길에 빠지지 않고 선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경험(들)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세계

 

저를 구성하는 기질은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자연 혹은 아웃도어 생활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배울 때 가장 즐겁고, 방랑벽까지는 아니지만 길을 떠날 때 그 자유로움을 만끽할 때 설레임에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내가 속한 곳에서의 성실한 작업과 매일 배우는 학습, 자아 성찰, 그리고 가끔씩 떠나는 자유로움의 조화가 저의 생활의 주요 구성임을 이제는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록 홀로 있음을 즐기고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어릴 적의 비교적 빠른 단체 경험을 통해 생각보다 어떤 집단에서 잘 어울리는 방법을 배웠고, 이것이 지금의 사회 생활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홀로 있음과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 사이에서 균형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을 저에게 줍니다. 둘 다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내 의지로 나의 필요에 의해 선택할 수 있다는 자기 통제 가능성은 저를 더욱 더 자유롭게 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사랑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고, 그 사람을 위해 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를 위해 내 전부를 다 걸 수도 있는 바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비록 결실은 맺지 못했지만 그 순간을 온전히 그녀만을 위해 살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결국 나라는 사람은 내가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만, 그런 사람과 인생을 공유할 수 있을 때에만 내가 행복함을, 나의 인생이 완성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저의 40, 50대는 위의 세 가지 경험의 성찰을 잘 버무려 새로 빚어낼까 합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터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것 입니다. 지금 현재까지 드러난 가장 강력한 꿈입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단계적인 계획을 잡을 것이고, 이를 위해 현재의 오늘의 일에 충실할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되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며, 적절한 시점에 시골 좋은 터에 서재가 큰 아담한 집을 짓고 제가 존경하는 사람과 살 것입니다. 많은 선현들의 지혜를 날로 익힐 것이고, 저를 수련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동량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주변을 사랑할 것이고 쓰임이 다하면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침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자연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제 인생의 마지막이 누군가를 위해 쓰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바람은 없겠습니다. 시신은 해부용으로 기증할 것이고 이 세상을 살다간 흔적은 이름 한자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누군가의 마음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족할 것입니다.

 

IP *.176.6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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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7.19 17:45:27 *.12.130.72
이름 한 자 흔적으로 남기지 않겠다...
오빠.... 진정한 바보구나...
오빠. 우리가 태어난 별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아직은 찬란한 햇살로 살자...
주어진 시간만큼은 따듯한 봄볕처럼 살자... 그리고 별로 돌아가서도 만나자.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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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8:03:19 *.45.129.185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너무 걱정마삼^^. 당근 따뜻하게 살아야지. 그럼그럼. 너도 홧팅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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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07.20 05:00:33 *.248.235.10
성우야, 그대를 만났던 사람들의 자서전에 사슴개 조르바로
 더 생생하게 살아날텐데.....
지우개 갖고 다니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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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8:00:06 *.45.129.185
ㅋㅋ 몇일동안 비장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선생님 댓글을 보면서 급 깔깔 웃고나니 갑자기 마음이 확 풀립니다. 감사합니다^^. 본래의 저로 돌아오겠습니다.

음, 답변하자면 지우개는 필요없을 듯 합니다. 필요하면 자기가 사서 지우겠죠 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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