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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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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1일 11시 59분 등록
 

할 수 있을까? 2


이렇게 끝나고 마는 걸까?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포기해야 하는 건가? 그냥 혼자라도 할까?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남은 시간은 두 달이다.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혹시나 하고 경리 누나에게 걸었던 기대조차 보기 좋게 사라졌다. 한 달 동안 겪어 본 사장님은 정말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을게 분명해졌다.


나는 경리 누나가 사장님 전해 주라며 남기고 간 사무실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려 애쓰고 있었다. 마치 하루가 한 달 같다. 폭풍우가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게인 아침처럼  고요만 남은 사무실에 빽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


"밥 먹으러 가자."

고프지도 않을 것 같은 배를 쓰다듬으며 빽이 일어났다. '그래 우선 여기서 나가자.'는 심정으로 난 아무 말 없이 책상을 밀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 먹을 때가 되긴 되었다. 우린 길 모퉁이를 돌아 분식집으로 향했다.


"승진아. 우리 그냥 해보자. 영어로 된 것이긴 하지만 매뉴얼도 있잖아. 그거 보고 그냥 따라하면 되지 않을까?"

"지랄 말고 라면이나 먹어."

"얌마. 그래도 칼을 뺐으면 무라도 베어봐야지. 아무것도 못해봤잖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도 이 것 저 것 해보다 보면 뭔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야! 홍. 너 왜 이렇게 여기에 목숨 거는 거냐. 난 그게 더 궁금하다. 세상에 다닐 회사가 여기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놈 같잖아. 사장님이 니 친척이라도 되냐?"

"그렇게 보였냐."

"그럼 그동안 있었던 일 다시 설명해줄까?"

"내가 그랬냐. 그럼 그런가보지 뭐."

"그래서. 정말 계속 하겠다는거냐. 왠만하면 다시 생각해보자. 같이 다른데 알아 보자구."

"그러지 말고 함 해보자."

"야. 앞으로 두 달다. 두 달 동안 그게 될 것 같냐. 이 답답아. 밤새가며 해도 어려워. 더군다나 퇴근시간 되면 문도 걸어 잠그잖아. 뭔 놈에 회사가 이러냐."


승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나는 바지 주머니 속 열쇠가 생각났다. 경리 누나가 나가면서 사장님께 전해 주라던 그 열쇠를 다시 만지작 거렸다.


"그럼 퇴근했다가 밥 먹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면 돼잖아."

"문 걸어 잠그고 가는데 열쇠도 없는 우리가 뭔 수로 사무실에 또 들어 가냐. 그리고 사장님이 퇴근 시간이 이후에는 사무실에 남지 못하게 한다면서. 사람을 그렇게 믿지 못하면 왜 뽑은 거냐고. 어떤 애들은 야근에 지쳐 회사가기 두렵다더만 우린 이게 뭐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말야. 우리가 그 잘난 컴퓨터 훔쳐갈지도 모른다는거 아냐. 아! 이거 생각해보니 더 열 받네. 열팔"


승진의 말이 끝나자 마자 나는 주머지 속 은빛 열쇠를 꺼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낀 작은 열쇠를 빽에게 흔들어 보여줬다. 빽은 이것을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우리 이거 복사하자."

"어쩌려고."

난 모른척하며 빽의 의중을 물었다.


"그거 경리 누나가 사장님께 전해주라며 주고 간 거지. 어쩌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가 온건지도 몰라. 원래 열쇠는 사장님께 주고, 복사한 걸로 사장님 몰래 퇴근하는 척하고 저녁먹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오는 거야. 아침에는 잠시 나왔다가 시간 맞춰 다시 들어가고. 그러면 밤에도 컴퓨터 할 수 있잖아. 사장님 없으니까 캐드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고."

"얌마. 너 정말 밤새가며 하려고 그러냐."

"밤을 꼴딱 새지는 않더라도 집에 오가는 시간하고 졸리기 전까지는 할 수 있잖아. 우린 지금 하루에 8시간도 제대로 하지 못해. 그까짓 잠 서 너 시간 자면서 하면, 밥 먹는 시간 빼고 하루에 15시간 이상도 할 수 있잖아."

"다른데 알아본다며."

"무라도 잘라보자며"

IP *.9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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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7.22 12:53:33 *.94.31.26


흠.... 
자연스럽군요...
오늘의 주제는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쯤 될 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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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9.07.22 18:47:56 *.195.187.4
고맙습니다. 형님.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좋네요.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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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7.22 19:36:22 *.249.57.212
어쩐지 저 역시 슬슬 응원의 발동이 걸리는 느낌인데요.
넵! 할 수 있어요!, 라고 믿고 다음 얘기 기다리겠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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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9.07.26 22:05:15 *.38.246.63
응원 고맙습니다.
저도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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