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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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관문 ‘철컥’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을 너머
해가 거리를 밝히기 시작할 때
뻐걱이는 현관 문을 열고
나는 세상으로 나간다.
여늬날 같은 하루
열리는 세상과 닫히는 나의 세계
그 경계를 넘어 뒤 돌아서서
잠시 꿈이 숨쉬고 있는
내 세계의 문을 잠근다.
2. 자동차 문 ‘틱’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연다.
텁터름한 냄새와 묵은 기운이
익숙한 엔진소리와 함께
나를 세상으로 데려갈 준비를 한다.
나는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선위의 그 공간 속에서
눈부시게 내게 다가왔다가 멀어져가는
짧은 순간의 기억들은
흔적 없이 뇌리를 떠난다.
라디오에서는
어제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가 후텁텁한
바람과 함께 밀려와
세상 속의 하루가
나의 하루가 된다.
3. 지하주차장 ‘쿠웅~’
세상의 목적지 없는 길 위의
내 하루를 이끄는 곳으로 가는
나의 길을 달려 간다.
좁은 길, 넒은 길, 언덕과 다리 위를
지나 빠르고 느리게 나는
세상 속의 하루를 시작하는 곳으로 간다.
비좁은 듯한 가파른
지하 주차장의 내리막길을 지나
축축하고 무거운 기운이 나는 그곳은
잠시 피곤한 몸을 기대고
세상 속의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4. 사무실 문 ‘딩동댕~’
차문이 닫히고
쿵~ 하는 묵직한 소리의 울림이 끝나기 전에
지문 인식 장치에 새끼 손가락을 집어 넣고
이름도 흔적도 없지만
환영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그 나의 세상 속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5. 베란다 문 ‘짤깍’
환기를 위해 베란다로 난
쪽 문을 열고 측백들이 옹기종기 늘어선
난간에 서 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하늘을 본다.
늘 거기 있지만
온갖 얼굴을 하고
세상 속의 하루가 만만치 않음을
이른 아침 서늘한 기운으로
내게 이른다.
6. 살롱문 ‘스스릉’
투명하게
속살을 훤히 보이며
살며시 문을 열어 나를 맞는 자동문은
세상 속의 하루가
이미 시작되었음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묻어난다.
“안녕하세요!”
7. 회의실 문 ‘스윽’
세상 속의 하루는
하얀 대리석 테이블을 앞에 두고
까만 가죽 의자에 앉아
어제와 오늘이 있음을
10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메모를 바라보며 쏟아낸다.
8 지하철 문 ‘삑’
하루가 준 카드가
낮으막한 감식시 위에 놓이면
하루속의 다른 하루로
시간을 허락한다.
9. 또 하나의 문 ‘아하~’
세상 속의 하루
온갖 문이 열리고 닫히지만
늘 있으면서도 없는 듯
항상,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는 문 하나…
아니 닫혀있으나
열려 있는 듯한 그 문…
그 문은
세상 속의 하루 속에서도
내 세계 속의 하루 속에서도
여전하다.
마음의 문…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는 그 문
그 문을 여는 것은
세상과 세계속의
삶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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