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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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A: 당신, 혹시 소문 들었어?
사람 B: 무슨 소문요?
사람 A: 아 거 왜 먼별이라고 딴별에서 왔다나 뭐라나 하는 여자 애가 있는데, 사람들한테 꼭 맞는 리테일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그 사업이 안정되게 굴러갈 때까지 초기에 도움을 준다는 그 소문 말이야.
사람 B: 아! 그 소문요! 들었죠. 근데 그게 정말 사실일까요?
사람 A: 나도 처음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까 싶었지. 근데 내가 아는 사람 C씨가 먼별이를 통해서 일본 무슨 음식을 한국식으로 전환한 가게를 차렸는데 대성공이야. 대성공.
사람 B: 그럼 우리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고, 차라리 먼별이를 찾아가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여기선 자꾸 당하기만 하고 말이에요…
사람 A: 그러게나 말이야. 아무래도 여기선 희망이 없는 것 같아. 우리 더 늦기 전에 먼별이한테 찾아가자고.
때는 2019년. 장소는 KFG 프랜차이즈 설명회 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프랜차이점들의 횡포는 가히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는 점주라는 이름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사람들은 변경영에서 컬처 아이디어 공장장을 자청하는 먼별이에게 도움을 얻고자 하나씩 둘씩 몰려들고 있었다.
사람 A: 먼별아, 내가 말이지. 네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말이야…
먼별이: 그런데 아저씨는 왜 이름이 없으세요? 사람 A가 뭐죠? 그리고 아주머니는 또 사람 B가 뭐고요?
사람 B: 그게 말이다, 먼별아. 외국계 프랜차이즈에 등록을 하면 한국 이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그저 숍 1, 숍 2 하고 부르기 쉽게 사람 A, 사람 B 이런 식으로 호칭을 통일한단다.
먼별이: 뭐라고요! 그렇게까지나요! 그건 일제시대 때 창씨개명이나 다를 게 없잖아욧!
안그래도 다혈질인 먼별이가 절대 참지 않고 흥분한다. 좀 참아라, 먼별아.
먼별이: 그러지 마세요. 절대 우리 고유의 이름들을 잊어서는 안되세요. 자, 그럼 아저씨부터 이름이 뭐세요?
사람 A: 응, 나는 김 특별.
사람 B: 응. 나는 이 대단.
먼별이: 거보세요. 그렇게들 좋은 이름들을 갖고서는 사람 A, 사람 B라니요. 앞으로는 절대적으로 아저씨, 아주머니 이름들을 사용하시고 그 이름대로 살아 가시는 거에요. 그게 이곳에서 가장 첫 번째 하실 일이라고요. 아시겠죠?
김 특별: 그래, 그러겠다. 뭔가 이 곳에 오니까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것이 어쩐지 새로운 삶을 살 것 같구나. 고맙다. 너만 믿을 테니 잘 좀 부탁한다.
이 대단: 그런데 먼별아. 여기가 변경영이라는 곳이 맞긴 맞는 거냐? 너는 그 곳의 컬처 아이디어 공장장이고. 여기서 정말 우리의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거니?
먼별아: 그럼요. 두 분 아주 잘 오셨어요. 여긴 변경영이라는 곳인데요, 이곳에는 두 분처럼 자신의 진실된 이름을 찾아 그 이름처럼 꿈을 쫓아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그리고 다같이 모여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어 서로를 돕고 있고요. 두 분도 곧 여기 프로그램을 듣다 보면 자연히 두 분께 가장 잘 맞는 길을 찾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러시려면 우선요…
새로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때문일까. 먼별이의 눈이 다시금 반짝이며 얼굴에는 흥분마저 돌고 있다. 지구. 그 중에서도 한반도에 온지 10년 차 샤먼인 먼별이가 변경영에 뿌리내리고 그럭저럭 자기 몫을 하며 기쁜 날들을 보내는 모습이 점점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