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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4일 11시 58분 등록
 

   
앤서니 수아우 작품, 미국



 

지난주에 비 내렸다 개인 날 예술의 전당에 보도사진전을 보러 갔다.


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하고 깊이 공감하는 대화도 나누고 싶어서 옛 친구를 불렀다.


우리는 대학을 다닐 때에도 가끔씩 만나서 이 보도사진전을 함께 보았는데... 이번에 올해의 사진으로 뽑힌 작품은 해설을 읽지 않으면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었다.



우선 위의 작품은 미국 쿠야호가 카운티의 보안국에서 나온 무장 경관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시의 한 주택의 거실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포착했다. 사진 속 주택의 주인들은 집이 담보 압류처리 되어서 강제 철거 당한 상태이다. 경찰은 집안에 무기가 남겨져 있지는 않은지, 거주자들이 이사 나갔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만일에 대비해 경찰관들은 총을 든채 진입하는데 불법 거주자나 마약 중독자들이 집을 점거하고 있거나 훼손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채로 인한 저택의 압류 및 담보물 회수 조치는 미국의 경제 위기 고조의 초기 증상들이었다.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은 심사위원장은 “ 이 사진의 힘은 상반되는 부분으로부터 나옵니다. 전형적인 분쟁사진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히 주택압류이후 퇴거가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모기지 론을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라고 평했다.


두 번째 심사위원은 “ 본 사진은 의미가 매우 모호합니다. 사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찾아보아야만 알 수 있지요. 그러면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아,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로구나’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세 번째 심사위원의 평이다. “이 사진은 시각적으로 명확한 동시에 복잡합니다. 기존의 토픽에 관한 것이 아니지요. 2008년은 기존의 경제 시스템이 종말을 고한 해입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해요. 우리 삶을 표현할 방법을 배워야 하지요.”


작가 앤서니 수아우는 52회 세계보도사진대회에서 2008년 올해의 사진상을 받았고,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과 함께 10000유로의 상금과 Canon EOS 5D Mark 2 카메라를 받았다. 수상작은 이후 전세계 순회 전시회를 45개국 100개 도시에서 개최한다.


이번에 다녀온 크로아티아 와 슬로베니아는 산과 바다가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혜의 휴양지였다. 우리는 황홀경에 빠져 아름다운 자연 속에 노닐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다시 세미나실로 모여서 공부를 했다.


주제는 50쪽 Me-story에서 차마 글로는 다 쓸 수 없었던 사랑의 이야기를 토해내는 것이었다. 몸이 피곤하다는 것은 이성이 날을 세울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만약 오랜 세월 동안 표면에 떠오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잘 관리해왔던 감정이라면 이렇게 에너지가 다한 시점이 바로 해방의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말보다는 행동하는 양심이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평생을 지녀온 불변하는 가치가 사랑이라면, 그 사랑이 민중에 대한 사랑이든,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이든, 나라 사랑이든, 사람에 대한 사랑이든 불멸의 전설이 되어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란 그저 소박하게 나를 스치고 지나간 인연들을 내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바로  천상의 달에 이르는 시간이고 우주의 비밀을 노래하는 시간이니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가장 아름답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밤이 깊도록 들었다. 눈물과 함께.


어느 날 밤에는 칼릴 지브란이 노래했고, 어느 날 밤에는 심수봉이 노래했다. 어느 날 낮에는 호숫가에서 김남주시인이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미자도, 패티킴도, 해바라기도 모두 사랑을 노래했다.  우리들 중  몇몇은 긴 밤을 지새우며 나머지 얘기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몇몇은 시가 흘러나오는 순간에도 졸았으니 비몽사몽간에 자기가 잠잘 자리를 찾아가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헤쳐 보인다는 것은 더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사랑의 이야기에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다른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나의 사랑을 싣고 달빛따라 떠날 준비가 항상 되어있기 때문인 듯하다.


갑자기 모기지론을 말하다가 사진을 말하다가 여행을 말하다가 사랑을 말하며 헤매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내가 내 친구를 만나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짧은 말과 눈빛으로 오랜 세월 익혀온 그 이심전심의 마음이 그리워져서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아니 말을 통한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난이도의 수행이 필요한 일인지 느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네가 최선을 다해서 잘 표현하도록 애를 써봐라.” 라고 말해주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힘껏 자기의 뜻을  표현해 보는 것, 이것이 오늘의 핵심주제이다.


여행 길에 사람들은 사진을 매우 많이 찍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온 후로는 그나마 액정으로 세상을 보게 되어서 좀 낫지만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이렇게 기계를 통해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기억에 한계가 있기에 이 아름다운 장면을 이렇게 기록 보존하겠다는 마음은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집에 돌아와서 찍은 사진들을 펼쳐보면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사람을 보다가 장엄한 자연은 잊혀진다. 그래서 <잘 찍은 사진 한 장>에는 사람을 넣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물론 사진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훨씬 더 깊이 공감할 수도 있다. 나는 “여행 생활자” 라는 책의 표지 사진을 작가의 작품전에 가서 사왔다. 이 사진은 아주 마음에 들기에 머리맡에 늘 두고 있다. 내가 잘 아는 사진가는 인물사진을 찍으며 언제나 “사진은 곧 관계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 나온 나는 내가 봐도 감탄할 만큼 나의 본연의 모습을 잘 그려놓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지낸지는 10년이 넘는다.


생각이 비약을 하지만 나는 나의 인생에서 “이 한 장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이 사진 속에는 나의 사랑이 변치않는 모습으로 남아 나에게 힘든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나는 물론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앨빈 토플러의 <미래 쇼크>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고집불통이다. 아니 좀 아름답게 표현해보면 최후의 로맨티스트이다.


나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또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도사진에서도 삶을 꺼내와 사랑으로 비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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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09.08.25 01:43:31 *.168.92.89
어제는 과제물 관계로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고 오늘은 현재시간 새벽 1시40분경 여행기 정리 관계로
이렇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내일은 창원 지역으로 출장을 떠납니다.)

새벽녘 글을 찬찬히 마음에 새기며 읽어 나가노라니 이제까지 봐왔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자신과 세상앞에 당당함으로 우뚝 서신 모습, 불의와 타협에 굴복하지 않는 기개, 그리고 항상 흐트러지지
않는 올곧은 태도와 정신.
그런 외적인 모습 가운데 꼭꼭 심연의 밑바닥 저너머에 묻어 놓았던 이야기 한도막을 살포시 풀어 놓았던 그날밤을
통해, 선생님은 조금씩 저의 마음으로 다가오기 시작  했습니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라고 노래하는 한영애님의 노래 가사처럼 말이죠.

선생님의 글을 읽노라니 한껏 진솔한 가슴을 두드리는 그무언가가 느껴집니다.
그게  무어냐고요?
선생님에 대한 아직은 자그마하지만 사랑의 느낌표이지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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