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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7일 02시 03분 등록
 

사랑이 열망하는 것


“ 여자는 눈을 감고 기다린다.

꽃이 가득한 들판에 무릎을 꿇고 남자의 팔에 매달린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언제부터 그 자세로 기다려 왔는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오랜 기다림의 자세를 풀지 않은 여자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서-


클림트의 키스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 할 수 있는 남녀의 포옹과 입맞춤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키스는 이 세상이 아닌 어딘가, 끝없이 펼쳐진 우주 한 귀퉁이, 시간조차 멈춰진  곳에서 평온한 하나 됨에 도취된 연인들의 모습이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손을 잡고 포옹하고 입맞춤을 한다. 하지만 클림트의 ‘키스’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오직 둘만 있는 ‘우주적 합일’의 경지에 도달하는 모습이다. 몇 년 전에 메트릭스3을 보면서 ‘트리니티’가 죽어가면서 ‘네오’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았다. “Kiss me, once more!"라는 말과 함께 두 사람의 키스는 단순한 입맞춤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두 영혼의 만남, 더 나아가 합일을 의미했다. 로맨틱한 사랑의 핵심 중 하나가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강력한 열망이며 플라톤은 ‘연인이란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찾고 있는 퍼즐 조각의 불완전한 반쪽’이라고 했다. 과연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되고자 한다. 동양과 서양의 여러 종교에서도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신자들은 신과의 일치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고 한다. 신을 향한 사랑도 결국 신과의 하나 됨을 갈망한다.


왜 인간은 연인 혹은 신과 하나 되고자 열망하는 걸까? 왜 하나됨에 이르고자 하는 걸까?


‘엑스터시’라는 단어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알몸으로 서 있다’라고 한다. 예로부터 신비주의자들은 교양이라는 가면, 유행이라는 구속, 이성이라는 껍데기를 내던지고, 자신을 참으로 정화시켜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겠다고 맹세하면서 알몸으로 기도하는 때가 많았다고 한다. 연인들 또한 하나님을 부르짖는 것도 알몸으로 성적인 엑스터시에 한창 빠져 있을 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쇼는 하나됨은 에고의 소멸에서 온다고 했다. 사랑이란 에고의 사라짐을 경험하게 하며 성적인 엑스터시 또한 에고의 사라짐을 경험하는 것이다. 에고의 사라짐은 완전히 깨어 있는 마음이 되어 생명은 하나라는 것, 존재는 하나라는 것, 조각조각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본래 존재 전체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이고 삶은 하나의 유기체적 결합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에고를 초월하는 문이며 우리는 이 문을 지날 때 하나됨을 경험하며 아울러 영원을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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