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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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남자들보다 관계 지향적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일, 스포츠, 취미로 관심사가 분산되는데 비해 여자들은 이성과의 관계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로빈 노우드의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은 병적으로 사랑에 의존하는 여자들에 대한 책이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이 어느 정도 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령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이런 구절로부터 자유로운 여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사랑하는 것이 고통을 수반할 때 우리는 지나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 친구가, 그에 대한 화제로 시종할 때 우리들은 너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불쾌감이나 짜증, 냉담한 태도나 말을 그의 불행한 유년시절 탓으로 돌리고 모든 것을 용서할 때, 그리고 그의 세라피스트가 되려고 할 때 우리는 너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감정적인 교감을 나누지 못하면 자신들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낀다. 이처럼 관계 중심적이다 보니 관계에 대해 갖고 있는 미신이 없을 수 없다. 그 중의 하나가 ‘한 번 맺어진 관계는 언제까지나 똑같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관계는 한결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항상 출렁대며 변화하는 것이다. 앤 머로우 린드버그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언제나 같은 농도로 사랑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고, 앤드류 매튜스도 ‘관계의 달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간관계는 사업과 같다. 아무런 변화 없이 정체해 있는 게 아니라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는 것이다. 관계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깨닫는 바가 없음을 의미한다.”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면 젊은 날의 부부는 강한 육체적 친밀감과 육아를 기반으로 통합되어 있다. 그러나 40대 정도가 되면 부부 각자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대두된다. 이 시기에는 부부 간에 제각기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 관계유지에 도움이 된다. 노년이 되면 부부는 다시 젊은 날처럼 새로운 친밀감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 건강과 고독에 대한 염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각각의 단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부부는 성공하겠지만, 변화의 리듬을 타지 못하는 부부는 많은 갈등을 겪을지도 모른다.
부모자식 관계나 우정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앤드류 매튜스의 의견에 동의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물 같은 조류의 흐름이 있다. 성숙한 사람들은 사랑이 물같이 자유롭게 흐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랑의 기복에 휩쓸리지 않는다. 단단한 자기중심을 가지고 조류의 흐름을 관찰하다가 기꺼이 몸을 던져 써핑을 즐긴다.
하지현은 ‘관계의 재구성’에서 성숙한 관계는 일종의 경쟁관계라고 말한다. 한 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일방적인 관계여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요구수준이 너무 낮으면 지루해하고 과도한 요구를 받으면 성취욕을 느끼는 식으로,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에 대한 영향력의 균형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적당한 거리!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일심동체’가 아니라 ‘적당한 거리’였던 것이다.
유아기에 엄마와 가졌던 완전한 합일을 성인기에도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감정과 도전이 출렁대고 부딪치고 다시 조절되는 ‘틈새’에 주목하라. 사. 람. 사. 이, 그래서 人間이다. 상대가 원하고 내가 원하는 최적의 거리를 산출하고 유지하고 만족하는 능력이 성숙한 사람의 요건이다.

하는 말씀은, 저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아니라면,
글이 너무 이론적이고 딱딱하다는 피드백으로 고쳐 듣겠습니다.
글의 처음을 '사례'로 시작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사례'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눈길을 사로잡아
글의 대문으로 훌륭하다는 것이지요.
사례로 시작해서 레퍼런스를 거쳐,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할 것...
이것이 보통 정돈된 글의 패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글이 그 패턴을 따른다면 조금 지겹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라서 터져 나와야지
패턴을 따르느라고 갖다 붙인 사례는 감동적일 수도 없겠구요.
그 사례를 반드시 글쓴 사람의 이야기로 할 필요는 없겠지요.
물론 글쓴 사람이 드러나는 글은 따뜻하고 진솔한 글이 되겠지만,
저처럼,
한정된 경험을 너무 많이 글로 쓰다보니 식상하기도 하고,
-- 2006년 연구원 당시에는 제 이야기를 쓰고 싶어
더 솔직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토해내고 싶어 안달이었답니다.^^
막 일어난 경험을 쓰려니 연루된 사람의 프라이버시가 걸리기도 하고,
적당한 사례를 찾지 못하기도 하구요.
글을 자꾸 쓰다보니,
이론이 모든 사례를 포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에는 저도 이론 참 싫어했거든요.
또 때로는
감성도 필요하지만 논리도 필요하고,
공감은 정말 좋은 것이지만 분석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지금 관계에 대해 글을 계속 쓰고 있는 것은
저희 연구소에서 '창조적인 무리를 얻는 법'에 대한 공저를 쓰는 준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이처럼 긴 댓글에도 불구하고,
위의 제 글이 지극히 딱딱한 글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연휴의 끝자락을 충분히 즐기는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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