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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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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11시 59분 등록
관계의 기본은 믿음이다.


지금의 샵을 운영한지 올해로 만 6년이 되었습니다. 여러 고객들을 만났고, 그중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으며, 여러 분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매장문을 열고 들어서는 느낌만으로도, 조금만 대화를 나누어보면, 고객이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분위기를 파악하는 안목이 제법 생겼습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예외인 경우도 물론 있지만, 지금까지 저의 경험으로는 글쎄요, 처음 느낌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샵을 운영하면서 생긴 일종의 징크스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까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걸 보면 징크스라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 징크스는 다름 아닌, 부부가 함께 오면 계약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패브릭이라는 재료를 중심으로 벽지나 조명, 가구 등을 결합, 그 조화의 방법을 달리함으로써 집안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주고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지닌, 소프트 퍼니싱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일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여성의 안목과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입니다.   


굳이 남녀의 일을 구분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일과 남성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가전제품, 즉 TV나 오디오, 전자제품 등은 남자들이 보는 안목과 선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기계를 다루는 솜씨도 더 좋은 만큼 남자들이 그 일을 맡아 한다면 시간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가정에 이익이 되고, 가구를 구입하거나 집안을 꾸미는 데는 아무래도 여자들의 감각이 더 발달해 있으니, 여자들의 감각을 십분 활용하면 훨씬 효율적인 만큼,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믿고 맡기면 좋을 텐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가 봅니다.


얼마 전, 저의 징크스를 깨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날도 부부가 방문을 하셔서 아, 두 분 사이에 의견 충돌이 좀 있겠거니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안주인은 아무 말씀을 안 하고 남편 분이 저와 상담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남편 분이 해외 출장 경험이 많은 분이시라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며 아내 분이 존중해주시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진행할수록 아, 이건 아닌데, 아무래도 이건 아닌데, 아무리 말씀드려도, 나중에는 급기야 정말 아니라고, 이러이러한 점이 염려되니 정말 잘 생각해 보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렸건만 남편 분의 너무나 확실한 감각을 저는 끝내 꺾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알 수 없는 감각의 부조화로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효과는 전혀 없는 참 난감하고 민망한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남편 분은 본인도 너무나 확고하게 밀어 붙인 상황임을 아시는지라 뭐라 말씀도 못하시고, 아내 분은 그때 그렇게 말씀 좀 드려 달라고 했건만 한마디 말씀조차 안하시더니 이제 와서 방법이 없겠느냐며 저를 붙잡고 늘어지십니다.


원래 일이라는 것이 새로 작업하는 것보다 수정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정말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두 서로가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아마 이번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까 급기야 아내 분이 저희 매장에서 한 말씀도 안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남자 분이 이 분야에 안목이 뛰어나고, 남다른 감각을 지니고 계신다 해도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여성들의 타고난 감각을 앞서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독불장군까지 되시면 참 저의 입장에서도 말리는 데 한계가 있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전 저의 고객이 전문가니까, 믿으니까, 알아서 해 주세요 할 때가 가장 기쁘면서도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부담이 되면서도 더 고민하게 되고, 하나라도 더 생각하게 되고, 그저 믿고 기다려주는 이에게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제 분야의 일이라는 것이 사람들과 직접 만나야 이루어지는 일이고, 사람 손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맘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 다 시도했던 작업이라 믿고 맡겼는데 오히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아무리 화가 나도, 저의 탓이 아니라도, 속이야 어떻든 웃는 낯으로 대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업체 사장님들과 문제가 발생할 때면 승질 죽이고 대화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사장님~, 믿으니까요..” 


이제는 경험이 좀 쌓였다고 저도 요즘은 유들유들, 실실 웃으며 비교적 부드럽게 잘 해결하는 편입니다.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 바로 믿음, 이것이 기본이 되어야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믿음에는 먼저 나의 성실성이 바탕이 되어야 겠고,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겠지요.


아마 저의 고객도 남편분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말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믿음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남편분, 그동안 신뢰를 많이 잃어버리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그 아내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서, 고객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좀 고생하고 있습니다.
저를.. 저만.. 믿는다고 하시네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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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06 15:31:04 *.206.74.156
ㅋㅋ 부부가 같이 오면 계약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고라~ ㅎㅎ
근데 그런 숍에 남편 분이 같이 오는 것 자체가 쫌 신기하기는 하다.
나부터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는데 말이야..ㅎㅎㅎ

내가 고객이라도 무조건 너만 믿을거야!
사자 프로젝트도 무조건 너만 믿엉~!!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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