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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9일 09시 22분 등록

칼럼 27 철학하는 호랑이

  어제 호랑이 프로젝트 킥오프 모임이 있었다. “당신은 왜 이 프로젝트에 일빠(첫번째 타자)로 지원했는가?”  “여기에 대한 답에서 일인 마케팅의 철학적 원칙이나 윤리적 배경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어디 한번 정리해 볼까요?" 그래서 이 부분을 깊게 고민해보는 것이 나의 블루오션 탐색의 시작이 될 것 같다.

나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역할모델로 삼았고 두사람의 오빠와 함께 온갖 놀이를 다하며 신나게 놀았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전쟁놀이, 연날리기를 치열하게 했으며 때로는 권투와 레슬링 수준의 육탄전까지 벌리며 대들다가 깨갱 깨지기도 했고 눈물을 머금고 잠이 드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끼리 표나게 싸우면 아버지께 불려가서 연대해서 훈계를 받아야 했다. 나란히 벽을 등지고 꿇어 앉아서 일이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반성을 해야 했다. 비록 곁눈질로 서로 못다 풀어낸 억울함을 표현 하곤 했지만 잠시 벌을 서고 나면 어머니의 위로와 함께 화해하고 곧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사이좋게 놀기 시작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부터는 학교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는데 나는 줄넘기 줄을 돌려준다든지, 고무줄을 잡고 있어준다든지, 애들이 부탁하면 산수 숙제를 해다준다든지, 화장실에 같이 가준다든지... 등등 참 마음좋은 아이가 되었다. 여자친구들은 오빠들하고는 좀 다르게 놀았다. 그러나 나는 곧 적응하여 소꿉놀이도 잘 했는데, 나는 언제나 “나는 아버지 할께!” 그러고 안방에 폼 잡고 앉아 있으면 흙과 풀로 만든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였으므로..., 그리고 친구들은 다 엄마를 하고 싶어 했기에 나는 언제나 아버지를 할 수 있었다.

좀 더 자라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나는 서부영화가 참 좋았다. 거친 황야를 말을 타고 달려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총잡이는 참 아름다웠다. 영화 셰인이 그랬고, 오케이 목장의 결투가 그랬고, 황야의 무법자가 그랬다. 블루 진에 빨간 머플러를 매고 용감하게 나타났다가 영웅적인 업적을 남기고 홀로 쓸쓸하게 그러나 멋있게 사라지는 그 뒷모습은 나에게 제일 멋있는 인생처럼 생각되었다. 거기에다 배경음악까지 깔리면 여운이 짙게 남아 오빠들하고 노는게 시시하게 생각되기까지 했다. 지금도 이, “홀로 걸어감”에 대한 선망은 그때의 이미지에 도움을 받고 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주었던 영화는 게리 쿠퍼 주연의 <하이눈>이었다. 그때는 대학생이 되었으니 어렵게 번역된 니이체 전집과 까뮤 전집을 뒤적일 때였는데... 태양과 한낮, 정오의 철학...이런 생각들이 더해져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는데, 신혼의 아내를 마차로 떠나보내고 혼자서 그 숙명적 대결을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하던 케리 쿠퍼의 땀맺힌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 긴장과 그 고독과 그 용기...나는 혼자 이 장면을 되풀이해서 되돌려보고는 했었다. “나라면 과연...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 처음 세상으로 나가는 호랑이를 생각했을 때, 이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 올렸고 어떻게 연결해볼까 고심을 많이 했었다. 언젠가는 나도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한번은 맞닥뜨릴지 모르는 장면이기에 미리 연습을 해두어야 겠다는 생각에 기억에 잘 저장했다.

그다음엔 나의 사춘기의 첫사랑 제임스 딘의 모습이다. ‘자이안트’를 먼저 보았고 ‘에덴의 동쪽’을 보았다. 나는 그가 맡은 역할들의 섬세한 고독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러고 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내속에 인간미가 있었나보다. 어쨋든 ‘제트’와 '칼‘의 외로움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어서 사춘기 내내 ’제임스 딘‘과 작품 속 주인공들을 오가며 그들을 사랑했다. 마음을 다 기울여서 상상 속에서 함께 지냈다. 물론 용돈은 지미(제임스 딘의 애칭)의 화보를 사는데 다 썼다. 방안은 그의 얼굴로 도배되어 있었고... 결혼을 한 후에도 이 사랑이 변치 않아서 비싼 화보집을 샀더니 남편이 질투한 적도 있었다. 1950년대에 자동차사고로 죽어간 사람에게 말이다.

이런 모든 이미지들을 꺼내와서 세상에 홀로 서서 거친들판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았다. 아직 더 깊이 잠재해있어서 미처 알아내지 못한 이미지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작이 내가 서있는 자리를 더 명확하게 알아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황야의 이리’처럼 무섭게 세상과 대적하고 경쟁자와 으르렁거리지 않고도 전략을 이동하여 나의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오션 전략을 설정하기 이전에 영화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영화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은 물론 결론을 정하고 찍어나간 영화이지만 그 속에 반전이 있기에 우리는 주인공의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아니면 따뜻한 가슴이 되어 영화관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 반전의 기회를 자기 인생 속으로 끌어와 보는 것이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실패의 힘이 그대로 들어나는 그 순간,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인생과 영화 속을 혼동하며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게 된다. 바로 그때 이 한편의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호랑이의 고독을 그 반전의 시기까지 꿋꿋이 버티는 힘에서 찾아볼까 한다. 누구나 자신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며 주인공은 천천히 카메라를 오래 받으며 할 말을 다하고 죽어갈 수 있다. 그것이 열정을 다하여 자기의 길을 찾았고 땀방울을 송글송글 맺으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가치를 혁신하고 전략을 실행한 호랑이의 블루오션 한마당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레드오션을 넘어서 블루오션 앞에 홀로 서서 출발을 기다리는 세상의 모든 호랑이들에게 건배!

IP *.67.22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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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1 08:52:01 *.230.92.254
좌샘~ ^^

저도 영화.. 무쟈게 좋아해여..
예전에.. 한동안.. 극장에서만 하루에 내리.. 3편을 본 적도 있어여.. ㄲㄲㄲ
깊은 영화도 좋고.. 때로는 깊지 않은 거이가 더 좋을 때도 있구여..
 
좌샘 말씀처럼..  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 이져..
전.. 자신의 영화를 찍기 위해 들고 있는 카메라..
이 카메라를 누가 들고 있는지.. 그리고 카메라의 각도도 중요한 거이 같아여..
때로는 내 스스로가.. 나 자신.. 나의 삶에 들이대고..
때로는 다른 이가 들어줌으로써..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참.. 좋을 거이 같아여..
모두.. 다양한 각도에서.. 말이져.. 

좌샘은 매력적이시라.. 분명..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열정의 영화.. 꼭 완성하시리라 믿어여..
좌샘께서 걸으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블루오션 호랑이의 길.. 응원할께여..
영화.. 완성되면.. 개봉전.. 우리 모두에게.. 시사회 하실거져?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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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10.21 10:08:18 *.248.91.49
혜향아,
참 아름다운 댓글이네...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가 좀 외로운거이지? 아무래도 그런거이 같애 ,그치?  공감아!

무거운 갑옷 뒤집어쓰고 신발 거꾸로신고 호랑이꼬리 잡으러 돌진하는 범키호테! 

오늘은 돈을 연구하러 도서관 가려고해,  한동안 "돈"연구해야해....
평생 우습게보고 피해다닌 돈을 함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는거이 호프 숙제란단다.

돈이시여! ,
말 잘 들을게여...
정체를 깊이 드러내주옵소서!

오늘 하루도 잘 지내고 말 잘 듣는 아해들 이뻐해주고..
.석촌호수 서너바퀴 잘 돌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찰스 핸디를 사랑하고
또 그의 책을 껴안고 잠 잘자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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