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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5일 18시 25분 등록
  “승호씨, 집을 부동산중개소에 매매로 내어놓았어.”

  “벌써?”

  “어차피 이사갈꺼면 빨리 내어 놓아야지.”


  금주 지방 출장지에서 밤늦게 술한잔을 하고있던 나에게 마눌님과의 위와같은 전화 한통화는 나를 정신이 확깨게하는 내용 이었다. 마눌님이 갑자기 서울 강북쪽으로 이동을 하여 업무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가 출장 오기전 이었는데 벌써 집을 내어 놓았다니. 이동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것 같아 내심 이사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진행을 하다니. 거기가다 매매로. 마눌님의 이같은 재빠른 추진력에 탄성이 나옴과 함께 왠지모를 부담감과 걱정이 묻어 나오는건 나만의 성향탓일까?


  우리는 결혼한지 횟수로 5년만에 경기도 지역에 나의 명의로된 아파트를 장만하게 되었다. 모든 신혼부부들의 로망인 집장만. 하지만 우리도 과정은 쉽지많은 않았다. 그동안 주인집의 눈치속에 전셋집을 옮긴것만 해도 열손가락을 꼽을 정도였기에 이제는 이사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집을 장만하고 싶은 터였다. 그러던차 또다시 이사를 가야하기에 여기저기 알아보던중 드디어 마눌님의 레이더망에 걸린 집이 나타났다. 근데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현금도 부족 하였고 돈을 빌릴데도 마땅찮은터에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언감생심(焉敢生心) 이었다. 고민이 되어 직장의 여러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차장님은 어떻게 집을 사셨어요?”

  “서울에 실제 돈이 있어 집을 사는 사람이 몇이냐 되냐? 대출을 끼고 사야지.”

  “그래요?”

  평소 깐깐한 나의 성격탓에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이 쉽게 받아 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마눌님의 좋아하는 모습과 부동산 중개업자의 은밀한 유혹(?)이 오버랩 되면서 드디어 매매 계약서에 인감을 찍게 되었다.

  도배와 장판을 새롭게 하고 새집으로 들어온 첫날.

  “우와~! 자기야 우리 집이다.”

  “그래, 자기야 정말 수고 많았다.”

  “흑흑흑~”

  눈앞에 펼쳐진 아파트 앞의 나무들 및 정원-우리 정원은 아니었지만-과 함께, 24평형은 정말로 태평양 바다같이 넓어 보였다. 어린애같이 방바닥을 슬라이딩을 해보기도 하고, 갑자기 넓어진 공간을 이제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드디어 전셋집의 설움을 딛고 이제는 소득세를 내는 집주인으로 등극을 하게 된것이다.


  이처럼 아직은 집주인의 로망에 빠져있는 나에게 마눌님은 집을 팔고 서울로 이사를 간단다. 물론 이사를 가면 집값이 이곳과는 다르기에 당연히 전셋집으로 향하게 될테고, 그렇게되면 다시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터였다.

  “자기야, 집을 꼭 팔아야 되겠니?”

  “왜?”

  “아니, 다시 전셋집으로 가면 이사도 계속 다녀야 되고...”

  “이사간 집이 마음에 들면 계속 있을수도 있는건데, 자기는 집에 대해 미련이 많은 모양이다.”

  “아니, 그게 아니구......”

  마눌님에게도 얘기 못하는 이사를 가기 꺼려하는 나의 진정한 속마음은 무엇일까? 집을 팔기가 아까워서, 다시 전셋집을 전전긍긍하는 것이 싫어서, 아니면... 그랬다. 나의 속마음은 현재의 환경을 고집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 나오는 행위였다. 남자 나이 마흔이 넘어가서인지 아니면 나의 개인적 성향탓인지, 이제는 조금은 안정을 취하고 싶은 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이런 생각에 젖어 있던차 갑자기 사내 교육시 내부 주부영업 조직원들에게 쓰는 나의 예제가 떠올려졌다. 


  “연말이 되면 송년회 다들 나가시죠?”

  “예.”

  “기안죽을려고 예쁘게 치장하고 나가시죠.”

  “예.”

  “그런데, 그날 약속이 있어 조금 늦게 도착되어 헐레벌떡 들어갔더니, 하필 제일 싫어했던 동창 옆자리 하나만 자리가 비워져 있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고민을 한다) ......”  

  “아무래도 그동창 옆자리에는 함께 앉기가 조금은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네.”


  리더십 용어로는 이것을 ‘안전지대’와 ‘도전지대’라는 용어로 사용을 한다. 즉, 내가 있는 공간이 편안하면 그것이 안전지대이고, 불편하고 어색한 마음이 들면 도전지대인 것이다. 대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는 이 도전지대의 영역이 넓은 사람들이다.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친구 모임, 동창들 모임, 군대 모임 등에 가면 옛날의 본인 별명 등이 나오고 격식을 차리지않는 자유롭고 편한 자리가 형성이 된다. 그런데 직장에서의 업무관계, 상하관계, 거래처 사장과의 관계, 바이어와의 관계 등이 이루어 되면 아무래도 격식과 예의, 체면, 포커페이스 등의 모습이 형성이 되어진다. 이런 본인의 이중성 때문에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도 적지않다. 나자신도 예전에는 그런 범주의 하나였었고. 지금은 어느덧 새치도 늘어나고 나이가 들어가기에 어느정도 묻혀져가고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처럼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는 나자신의 안전지대를 지킬려는 속마음을 금번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었다. 집을 팔고 가면 다시금 구입을 할수 있을까 염려가 되어 제자리를 지킬려고 하는 속좁은 나. 이제는 어느정도 이곳에 익숙해졌고 다시 이사를 갈려고 하면 짐도 새로 싸야하고, 주소 이전, 가스 설치, 주인집과의 눈치 등이 벌써 현실로 다가오는 나. 이처럼 새로운 관계의 형성에서 적응할 부담감이 먼저 내마음에 자리잡은 것이다.

  마눌님은 벌써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목표가 형성이 되어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마눌님은 한마디를 내뱉는다.

  “승호씨, 어차피 전세로 이사가는것 강남 권역으로 갔으면해. 그래서 집을 처분하는 거고.”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으로의 진출.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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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10.26 03:25:35 *.126.231.227
안전지대와 도전지대 결국
도전지대를 선택하게 되셨군요.
형님의 아우~ 울음소리가 긍정인지 부정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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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10.26 05:07:21 *.108.48.236
안전지대와 도전지대!
좋은 표현을 알게 되었네요.
그 두 용어가 암시하고 내포하는 의미는 알겠지만
'집'이라는 공간 그것도 첫 집에 대한 애착은
단순히 그것 만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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