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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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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6일 11시 24분 등록

 

관계 중에서 으뜸은 가족 관계일 것이다. 가장 편안하고 끈끈한 곳, 어떻게 하든 이해 받을 수 있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곳이 가족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우리는 한 식구 입니다.” 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찰스 핸디는  모든 영역에서 파편화 되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세상에서 누구한테도 당연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가족이라고 했다. 그러나 찰스 핸디가 말하는 서양의 가족의 개념이 우리와 다르지 않지만 그 속을 관계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서양은 가족 안에서도 개인의 경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아주 꺼린다. 가족 안에서도 개인이 먼저 존중되며 자기가 설정해 놓은 경계는 남과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족에서는 자기의 공간이나 각자의 자아 경계는 모호하다. 개인의 감정을 가족 전체를 위해 숨기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족과 경계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 문화 속에서 안전한 느낌을 받으며 개인은 독립된 개체가 아닌 가족체계 안에서 한 부분의 의미를 갖는다.

 

사실 이러한 경계가 모호한 가족적 관계 문화가 경계가 분명해지는 조직문화로 끌어 놓다 보니 경계를 침범하여 심리적 위협을 주고 오히려 갈등을 초래하는 일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모호한 경계 속에서 이루어진 비즈니스가 이해타산 속에서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우리나라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모호한, 어찌 보면 끈끈한 관계 속에서 개인이 가지게 되는 심리적 경계와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1960년대에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문화의 영역 안에서 한 개인과 타인 사이에 필요한 고간에 대해 연구한 접근학 이론을 처음으로 수립하였다. 그 이후에 진해된 자기 혹은 정체성에 관한 현대 심리학 연구에서는 최적의 거리가 단지 물리적 공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차원에서도 그대로 적용 된다고 보았다.

 

어떤 사람은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 일정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영역을 확보하고 하며 어떤 사람은 쉽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과 친밀도를 높이며 관계를 형성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타인과의 최소한의 거리는 1m일 때가 적당하다고 한다. 이 물리적 거리는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이기도 하다는데 과연 이 거리를 유지하면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일까? 이것은 자신의 경계를 뚜렷이 갖는 문화의 사람들의 기준일 것이다. 모호한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이러한 거리가 속에서 우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얽히고 설킨 관계와 모호한 경계의 해법으로 연세대학교 상담학 교수 권수영 심리학 박사는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적인 경계를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관계는 만드는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것이며 우리의 정이라는 정서는 가족처럼 오래 함께 지낼 때 생기는데 이는 관계적 자기가 만들어 내는 한국인의 존재양식으로 보았다. 그는 서양에서 말하는 경계의 개념을 배워 전문적 역할과 권위가 만들어 내는 경계를 인정하고 그 곳에서 함께 하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직자가 칼과 가위를 상징하는 클로지 칼라를 목에 두르는 이유는 예배를 인도하는 동안에는 생활인인 자신을 잊는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일반적인 자기에서 성사를 집행하는 의례적인 자신으로 거듭나는 것을 뜻한다. 이럴 때 개인적으로 아는 생활인으로서 성직자와 성사를 집행하는 성직자의 경계를 인정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상사나 성직자 등은 권위를 이용해 경계를 넘지 않는, 윤리적 성찰을 통한 관계를 유지 한다면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문화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한국인의 관계심리학에 대한 연구는 문화적인 특성을 고려한 관계에 대한 분석이다. 경계가 모호한 우리의 관계 문화에서 동료이자 친구인 창조적 소수로써 어떻게 지혜롭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나에게 해답을 내려준 제안이다.

 

그러니까 가족 같은 친분 속에서도 개인의 역할과 포지션에 따라서 경계를 구분하여 인정하는 상호적으로 순환하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과 사가 공존하는 공간과 관계에서 공과 사를 넘나드는 노련함을 구사해야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이것 또한 성숙한 자아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창조적 소수라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하여 공감할 수 있는 따로 또 같은관계가 유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얼마나 매력적일까? 마음이 들뜬다.

 

IP *.12.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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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26 13:43:10 *.10.137.54
"공과 사가 공존하는 공간과 관계에서 공과 사를 넘나드는 노련함"이라... 무찔러드는데... 너야말로 창조적 소수가 지녀야할 그런 노련함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 싶어.. 곁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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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10.26 15:25:15 *.126.231.227
제가 관계에 대한 컬럼을 쓰면서
친하다고 생각하는 즉 창조적 소수로서 친구들을 떠올려 봤는데
창조적 소수가 아니더라구요. 그냥 소수에요.
나를 너무나 잘 알아서 내입장을 눈치만으로 알 수 있고
언제든 힘들때 달려와주고, 사소한 이야기라도 믿어주고 슬퍼해주고 같이 있어주는 소수이죠.
그런데 그 관계가 창조적으로  진전되지는 않았어요.
분명 성격적으로 너무나도 잘 맞지만, 일은 같이 할수가 없는거에요.
다들 사회에서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창조적이라는 것의 조건은 서로 성격이 맞다!의 기준에서는 발전시 어렵다는 것을 나름 깨달았죠
결국 "뜻"이 모여야 하고, 그 뜻을 구현할 수 있는 서로간의 열정과 재능이 합쳐질 때 창조적 소수의 관계가
성립되어지는 것이죠. 술자리에서 서로간의 입장을 툭 터놓고 말해볼순 있지만, 서로의 힘을 모아
새로운 창조를 꿈꾸지는 못해요. 친한 관계일수록~ 오히려 의지의 관계가 창조적 소수의 의미에 적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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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27 18:04:22 *.66.16.141
이거 "창조적 소수"에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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