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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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주는 스승들…
사부님,
제가 사람들에게 사부께서 저의 스승이라고
말을 해도 되겠습니까?
들어라
예의나 형식은 깨달음이 부족한 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방법이니라.
언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의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형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언약이 있을 들 무엇하겠느냐
일생의 공을 들였으나 잊는 자가 있고
단 한 마디를 주었으나 일생을 품고 사는 자가 있다.
믿음이 없으면 다 공허한 것이다.
나는 그저
담소하니 즐겁다.
길을 열어 준
배움의 스승들은
한결같이 스승의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그 정신의 자리는 비워지지 않았다.
스승들의 정신과 자애로 빛나고 있다.
태능 선수촌,,, 그 곳에는 훌륭한 스승들이 많았다. 레스링, 양궁, 유도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키워 냈던 감독들… 스물 일곱의 막내 동생 같은 어린 그에게 항상 예를 갖추어 주었다.스포츠 과학 연구원의 연구원들은 막 새롭게 일어나는 스포츠 과학의 열풍을 안고 새로운 학문으로 무장하고 학자적인 양심과 열정으로 불타는 스승들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와 서울의 접경지역에 있는 인현왕후의 능 곁에 있는 한적한 태능 선수촌은 그에게는 마치 깊은 산속에서 고행 정진하는 수행자들과 만나는 것과 같은 그런 곳이었다.
가끔씩, 사이비 교주들처럼, 정치적이고 그릇이 작은 엉터리 지도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진지하고 무게 있으며 고뇌하고 있었다. 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복잡한 인간관계의 정치적인 알력의 갈등과 싸우고 견디며 꿋꿋하게 선수들을 가르쳤다.
그는 그 곳에서 영적인 성장을 했다. 깊은 산속에 놓인 것처럼, 고립무의하고 힘들었지만 훌륭한 스승들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었다.
그는 항상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태능 선수촌에 있는 내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훈련을 선수들과 함께 했다. 개나리 꽃이 운동장가를 물들이는 봄부터 영하 20도에 가까운 겨울의 혹한 속에서도 늘 함께 뛰었다.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행정적인 업무나 협회의 호출을 제외하고 모든 일들은 훈련 이외의 시간으로 정하여 훈련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유도의 어느 감독님이 그를 쳐다보다가 런닝을 마치고 걸어오는 그에게 물었다.
“자네, 참 성실하구만…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걸세…”
그 때 그가 대답했다.
“ 감독님,,, 저 같은… 풋내기는 열심이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코치’라는 이름의 선수입니다.“
감독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훌륭한 스승들로부터 얻은 경험과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펜싱에 맞는 훈련법들을 새롭게 개발해 낼 수 있었다. 그곳의 훌륭한 스승들은 언제나 그에게 자신들의 삶을 통해서 많은 교훈을 주었다.
양궁의 감독이었던 000는 그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지난한 인생역정을 견디고 일어선 000는 막냇동생처럼 그를 바라봐 주면서 삶과 인생, 그리고 운동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누구와도 격없이 친하던 그는 어느 날, 그렇게 말했다.
“ 김코치, 사람이 어떻게 모든 사람과 친할 수 있겠나.? 그러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세상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산다. 옮음을 지키되 함께 어울리고 가림을 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을 사는 이치다. 나라고 해서 모든 사람과 다 친할 수 있겠나,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으나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김코치는 성실하고 열정을 가졌으니 반드시 원하는 것을 이룰 것이다.”
000 감독은 세계 무적의 양궁팀을 만들었으면서도 결코 거만하지 않았다. 항상 웃는 낮으로 사람을 대하고 함께 어울리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도 단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태능선수촌의 뒷 쪽에는 불암산을 있다. 7 킬로미터에 가까운 산 정상까지의 거리를 주말에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뛰었다. 000 지도 위원은 무전기를 코치들의 손에 쥐어 주며 산에 오르는 길목 길목을 지키게 하고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훈련을 게을하지 못하도록 했다. 나이 어린 김코치는 늘 산 정상에 갔지만 한 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일찍 출발해서 산에 오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무전기를 통해서 출발신호와 함께 스톱워치를 누르고 산에 오르는 선수들의 기록을 적어 주었다. 그는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럿 있었다. 산 꼭대기에 오르면 상계동과 도봉산 수락산이 훤히 보이고 육사가 자리잡은 양주 벌과 중랑천이 흐르는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먼나라 세상처럼 느끼기도 했다. 삶의 온갖 궁상들이 펼쳐지는 세계가 가까이 그리고 멀리 펼쳐지고 있었고 그는 그 세상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웠다. 양궁, 레스링, 유도, 권투의 감독이나 코치들은 정상 단골이었다. 그들은 미리 올라와 선수들이 도착할 때까지 산비탈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김코치는 그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마치 훌륭한 대가들의 경험담을 듣는 것과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시합과 경험들의 회고와 깨달음이었다.
그들은 얼핏 보기에는 거칠고 과격해 보였지만 무척이나 유모어스럽다. 그들의 기억들은 생생하고 명확한 교훈을 주었다. 김코치는 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 곳에서 젊은 코치들에게 이런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지혜를 배웠다.
체력과 선수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지도위원 000는 가족도 포기하고 선수촌에서 일생을 살아왔던 훌륭한 스승이었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선수촌을 들어 온 이래로 …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체력훈련장을 열고, 새벽훈련을 준비했다.
수 없이 많은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들어 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큰 바위 얼굴의 어니스트 존 처럼 무한 경쟁과 도전 속의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도를 닦았다.
체력훈련장의 한 편에 있는 커다란 칠판에는 매일 하나의 문장들이 쓰여져 있었는데 000 지도위원은 그 곳에 선수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며 지혜를 일깨워주는 문장들을 하루도 걸르지 않고 기록했다. 늘 새롭고 깊이 있는 문장들은 000 지도 위원이 태능선수촌에서 보냈던 수 십년 세월의 깊이였다. 그 글들은 그의 독서와 사색의 정수였다. 그는 늘 그 문장들을 보면서 생각하며 아침을 먹으러 가곤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스포츠 과학연구원의 000연구원은 서울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으로 체육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독일로 건너가 쾰른 체육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스포츠 과학연구원의 수석 연구원으로 있었다.
일생을 종교적 신앙심으로 성실하게 살았던 그는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코치들을 극진히 대해 주었다.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은 그 때까지의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끝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관심과 배려를 기울였다.
연구와 실험으로 밤늦은 시간에도 항상 연구실은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언제나 형형할 수 없이 빛나고 그의 표정은 그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처럼 엄격하면서도 선수들과 코치들을 바라볼 때는 이내 온화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김코치의 어설픈 질문에 한 번도 답답해하거나 경시하지 않았다. 항상 겸손하게 자신의 지식을 낮추고 코치들의 경험을 존중하며 과학적 방법론으로의 접목을 논의해 주었다.
올림픽의 한국유치는 정책적인 지원을 힘입어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선수촌에서는 그들을 초청해서 특별 강연이 열리곤 했었다. 그들은 우물 밖 세계 속의 앞 선 지식과 연구의 지혜들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태능선수촌은 도시와 세상과 동 떨어져 있었지만 그 도시와 세상보다 늘 앞 서가는 정신과 혹독한 훈련과 외로운 생활을 견디는 도전정신을 가진 세상 최고의 수행처였다.
어느 날 선수촌을 방문했던 도도한 방문객이 조금은 이상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 곳은 마치 깊은 산속의 도를 닦는 곳 같군요..”
그러자 누군가가 저 쪽에서 대답해 주었다.
“그럼요,,,, 도는 산 속에 들어가야 닦여지는 것이 아니요, 깊은 산중에 있어도 마음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면 헛 것이고, 세상 속에 있어도 마음이 세상을 떠나면 깊은 산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법이요.”
모두들 그 쪽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말이 들려오던 그곳에 날렵한 몸매를 하고 서있는 콧수염을 기른 한 분이 서 계셨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 이 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훈련장이고, 이 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와 지도자들이 모여있는 곳이요, 세상에서 가장 앞 선 지식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처절한 경쟁을 준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보다 더 좋은 수행처가 어디 있겠소..”
그렇게 그는 거기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그의 삶의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20대의 후반을 훌륭한 스승들의 그늘 아래서 보고 듣고 배우며 살았다. 세상 속에서는 아주 특별했던 일들이 그에게는 생활이었고 일상이었고 삶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운명처럼 그의 사부를 만났다.
펜싱을 하던 그는 동양무술의 정신세계에 늘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일 뿐 구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그에게 펜싱을 가르쳤던 매트르(사부) 르팡도 서구적이기 보다는 동양적이었다.
프랑스의 선수들은 몇 몇의 훌륭한 펜싱 지도자들을 글랑 매트르(Grand Matre : 위대한 스승) 라고 불렀다. 그들은 훈련 도중에도 글랑매트르가 나타나면 모두가 훈련을 멈추고 검을 높이 들었다 내리며 살뤼(인사)를 통해서 예의를 갖추었다. 개인주의와 민주주의가 발달한 그들에 있어서는 이는 아주 아주 특별한 예우였다. 매트르 루팡은 바로 그런 글랑 매트르의 한 사람이었다. 프랑스 펜싱연맹의 수퍼까삐딴(Super Capitan)으로 대표팀의 총책임자이며 프랑스 국가대표 양성기관인 인셉 (I N S E P : Institute national sports and education)의 교수이며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쥐아 펜싱클럽(VGA Escrime Club)의 총책임자였다.
그런 매트르 루팡은 유명한 프랑스 용병학교 교관출신으로 50대에도 그는 강인한 힘과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 악수를 할 때면 그의 손에서 곰발바닥처럼 굳은 살과 함께 마치 쇠틀에 끼인 듯한 힘이 전해졌다.
수업시간에도 그의 수업은 달랐다. 대부분의 다른 교수들이 실기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은 반쯤누워서, 또는 남녀친구들은 서로 기대고, 혹은 엎드려서 교수의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을 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그저 잡담없이 수업에 집중하기만 하면 교수들은 간섭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트르 루팡의 수업시간에는 프랑스 학생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조금은 건방지기도 한 프랑스의 국가대표선수들이 대부분인 반 학생들은 모두들 똑바로 정좌를 하고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매트르 루팡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들면 선수들을 불러서 가르쳤다. 김코치가 수업을 할 때, 그와 연습경기를 하다가도 국가대표 코치가 와서 그들의 선수들을 불러서 한 편에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들은 김코치에게 와서 평가가 있거나, 몸이 피곤해서 좀 쉬어야 겠다고 말하고 함께 연습을 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코치들은 자신들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의 연습파트너가 되어서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을 싫어했다.
더구나 상대가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자신들의 선수들의 기량이 오히려 퇴보하게 되기 때문에 아주 싫어했다. 당시의 한국의 수준은 형편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그들은 연습파트너가 되는 것마저도 꺼렸었다. 그러나 매트르 루팡은 달랐다. 김코치가 연습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행동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가르쳐 준 것을 정확하게 잘 따라하면 검으로 마스크를 특치면서 ‘브알라!” (그거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연습장 한 켠에 앉아 있는 그를 보더니 다가 와서 양손의 엄지 손가락을 겹쳐 돌리면서 (프랑스에서는 이 손짓은 왜 열심히 안하고 게으름 피우느냐) 연습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코치가 어깨를 머쓱이고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뛰어주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는 ‘다니엘.!; 하고 대표팀 코치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키가 190이 넘는 대표팀 코치 다니엘은 눈치를 보면서 연습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듯 하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매트 루팡은 ‘무슨 소리야,, 당장 연습시켜! “ 딱 한 마디였다. 그 때 친했던 프랑스 동료가 와서 연습을 하자며 글랑 매트르가 허락했으니 괜찮다고 하면서 김코치에게 그랬다. ‘매트르는 오직 훈련을 성실히 하는 선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넌 매트르가 인정해 준거야,, 행운이라는 것을 알아야해.’ 하면서 씨익 웃었다.
정말 그랬다. 매트르 루팡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세계대회 우승을 했던 훈련을 게을리하는 선수를 싫어 했다.
그는 김코치에게 무료로 베쥐아 클럽에서 훈련을 하게 해 주었으며 바쁜 스케줄에서도 그를 볼 때마다 불러서 물었다. “ 연습 열심히 하고 있나?”
하루는 김코치가 가벼운 교통사고가 나서 무릎을 절룩이며 체육관에 갔다. 그래도 훈련을 못하는 이유를 직접 알려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그를 본 매트르 루팡은 이야기를 듣더니
“아파… 난 펜싱을 시작하고 40평생을 단 하루도 쉰적 이 없다. 너희들이 그렇게 노력하면 세계대회 우승은 몇 번이고 할 수 있어… 이유를 대지 마라. 가서 연습을 해…네가 다친 것은 다리잖아, 팔은 아주 멀쩡하니 가서 벽의 타겟을 찌르는 연습이라도 해라 당장에….,
그는 정말 동양적인 냄새가 난다. 그의 가르침은 항상 분명하고 간결했다.
“그 문제의 원칙은 이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상은 이 부분에서 파생되어 발생하는 것이다.그러므로 너는 이렇게 해야 한다. 알았나? 질문? .. 없어.. 좋아. 계속해… “
김코치가 한국으로 돌아와 대표선수가 아니라 코치가 되어 세계대회에서 매트르 루팡은 만났을 때, 첫말은 “킴!… 훈련은 열심히 했겠지?”였다. 그리고 그 첫 마디는 그 후로 국제대회에서 십수년 동안 지속되는 만남 속에서도 언제나 똑 같이 이루어졌다.
그가 북경아시안 게임을 위해서 선수촌에 들어와 있는 우슈 감독님의 방을 찾았을 때는 그의 사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슈감독님은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지만 태극권과 자세나 동작 연습에 관해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있는 그를 가늘고 매서운 눈매를 감춘 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부는 그를 보더니 불렀다. 그리고 여러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그렇게 그때 부터 동양의 정신과 무예에 관한 진수를 대가인 사부로 부터 접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무예의 기본은 중심을 안정시키고 어깨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예의 유파를 떠나 모든 무예의 기본이다. 모르긴 해도 김코치가 가르치는 펜싱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무술을 겨룬다는 것은 기량을 겨룬다는 뜻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권위와 명예를 지킨다는 뜻이다. 모르겠네,,, 자네의 펜싱에서는 어떨지… 그러나 내가 아는 무예의 겨루기란 그렇다. 아무리 많은 동작을 배우고 형과 식을 알아도 그것들은 한낮 몸짓에 불과하다. 아무 하챦은 동작 하나라도 목숨을 걸고 배운 것은 필살의 기술이 되는 것이며 결코 하챦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우슈의 사부님은 그에게 동양 무예의 정신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귀가 번쩍 뜨였다.
‘아.. 그래서 내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었구나…’
그는 끝없이 훈련을 해왔다. 프랑스에서 배운 기술과 번역된 자료들과 비디오 테잎을 보면서 연구했다. 그리고 실행해 보고 검토하고 수정하고 또 실행해왔다. 전지훈련 기간과 유럽의 시합장에서 보고 기록했던 훌륭한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의 렛슨 내용과 훈련 방법들을 시도하고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훈련내용을 모두 외우고 만개에 가까운 기술적인 렛슨 동작들을 익히고 또 익혔다.
그는 유럽의 여러나라의 우수한 선수들의 독특한 펜싱 스타일을 모두 스스로 배워서 선수들의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습득하여 연습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일년에 겨우 한 번 있는 유럽시합에 나가서 맞닥뜨리게 되는 선수들의 당혹감을 없애주고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그들을 쫓아가는 것이지 앞 서 갈 수가 없었다. 수없이 많은 선수들이 있고 오랜 역사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유럽, 수많은 코치들에 의해 잘 훈련된 그들을 이기기란 요원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 많은 시간과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고 시합 경험은 미천한 것이었다.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동양사상과 서양의 물리학이라는 책을 보다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언제나 하나라는 것이었다. 그 책의 원제는 ‘The Tao of Physics’ 즉 물리학의 도였다.
그렇다면 역으로 한국의 펜싱은 “The fencing of Korea”는 무엇일까? 그것도 궁극적으로는 서양의 검술과 통하겠지,,, 그래, 우리가 서양과 다른 것은 무엇이지, 과학적인 방법론보다 앞 서 있는 동양적인 무예사상이겠지, 사부님은 ‘우리의 고대 무예는 단지 기교를 익히고 요령을 터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과 생명에 대한 심오한 사상으로 발전하였다. 그것이 진정한 무예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아직 경지에 이르지 못했고 빈 껍질일 뿐이다.;라고 그러셨다.
그래, 우리에게는 그들과 다른 정신이 있다. 그들이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갖진 못한 것을 배워고 익혀서 그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거야… 그것이 동양의 사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말하면 심리적인 것이지만 그들의 방법론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을 하자. 사부님의 말대로 똑 같은 동작이라도 목숨을 걸고 행하는 동작과 안전한 훈련에서 하는 동작이 다르다면 우리도 그것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아야지… 그렇게 그는 자주 우슈의 사부님의 조언과 지도를 받으며 동양의 무예정신을 배워갔다.
“들어봐라, 도(刀)는 한 쪽에만 날이 있는 칼을 말하며 무게를 이용해서 휘두르는 무기다. 창은 봉에 예리함을 보태어 휘두르는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무기다. 검은 양날을 사용하는 가볍고 얇은 기술의 무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劍)은 옛부터 모든 무기술의 총아로 불리워 왔다. 왜 그렇겠는가? 그것은 바로 검술의 진정한 묘미때문이다. 검술은 정신의 힘으로 육체의 힘을 극복하고 기술로서 무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무예이기 때문이다. 김코치는 바로 그 점을 깨우쳐야 한다. “
“저로서는 너무 버겁습니다.” 사부는 웃으면서 화답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의 성실함과 지극한 정성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제가 할 수 있을 까요?”
“김코치! 의심하지 마라, 믿음을 가져라, 믿음은 본능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훈련과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는 정신의 힘이다. 너는 훈련과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니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너에게 전해 주는 것을 통해서 너 자신의 펜싱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데 도움을 주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의 확신이다.”
“사부님, 어떻게 그 정신의 힘에 이를 수 있을까요… 그들을 이기기 위한 방법의 실마리는거기에 있을 것 같은데 저로서는 미궁에 빠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직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부께서 대답하셨다.
“ 흠,,, 그럴수도 있지,, 그러나 정신이란… 그 마음이라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 자체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구하러 산속에 들어가 헛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다 어리석은 짓이다. 몸을 단련하고 기의 수련을 할 수는 있을 지언정 정신은 그렇게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 그럼 어떻게 그것을 깨닫습니까? “
“ 내가 펜싱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무예의 정신이 일통한다고 생각하니 나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네가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내가 알기로 서양의 검술은 결코 약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개화 초기에 많은 사무라이들이 서양의 검사들에게 찔려 죽었다고 알고 있다. 그것은 펜싱의 검술이 일본의 검술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신의 힘을 키우기 전에 먼저 기술의 힘을 키워야 한다.
옛날에 검의 진인이 이르기를 ‘도(刀)는 백일을 연마하면 활용할 수 있고 창(槍)은 천일을 연마한 후에 능히 다룰 수 있다 그러나 검(劍)은 만일을 수련한 후에 입문한다고 했다.’ 이 말은 검이 도나 창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진정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은 가볍고 신속하지만 힘이 부족하고 길이가 짧고 형태가 단순하기 때문에 기술의 정교함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 만큼 더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교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검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깨달음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검은 각을 주어서 막으면 부러지게 된다. 그래서 검은 상대의 칼을 흘리거나 몸에 얹어서 상대의 공격을 막고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 상대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데 조금만 늦으면 목숨을 잃게 되고 너무 빠르면 상대에게 예측을 가능케 해서 역시 같은 결과를 만든다. 상대의 한 초식의 움직임 마지막 순간에 흘리고 피해야 하는데 그것은 몸과 마음이 하나로 검과 일치해야만 한다. 검이 자신의 살갖을 스치는 그 찰나의 순간을 활용하려면 먼저 두려움을 떨쳐야 하는데 그것은 생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또 훈련된 기술과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온갖 훈련과 고행을 통해 상대의 어떤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그래서 만일을 수련하고서야 입문한다고 했다. 숫자란 상징적인 의미이겠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
“그럼 생각없이 생각하는 것이겠군요…”
“그렇다. 예전에 그런 검법이 있었다. 이젠 전승이 끊겨버렸지만 ‘무상신검(無想神劍)’이라는 신비의 검법이 있었다고 구전되고 있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일 것이다.”
“음… 무상신검…”
“무예에서 신(神)이라는 의미는 의식의 수준을 초월하여 경지에 이른 존재를 뜻한다. 우리의 일상 의식활동을 주관하는 주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주체에 도달하여 합일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의미는 아니다.”
“그럼 이젠 배울 수 없겠군요…”
“아니다. 들려오는 바로는 그것은 형이나 식이 아니다. 그래서 있기는 있되 없는 것이고 없지는 않지만 그것 자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깨달음을 통해서 전수된다 하였다. 너는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실전과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니 노력하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정진하겠습니다.사부님!”
“ 이 것 만 분명히 알아두거라, 세간에는 기공이니 명상이니 하면서 내공을 운운하면서 육체적인 힘과 기술의 훈련없이 정신의 힘을 터득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진정한 정신의 힘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일상생활을 위한 의식의 안정이나 건강유지를 위한 양생에 불과하다. 태극권에서도 외공이 없는 내공이란 춤이나 매 한가지이다.
그렇게 해서는 양생에 그치며 정신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 정신이란 몸 속에 있는 데 그 몸이 부실하다면 어찌 그 정신이 강하고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느냐? ”
그는 그렇게 동양의 무예의 정신과 만났다. 그는 현대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사부가 전해준 전통적인 검법의 정신을 이해하고자 노력햇다. 펜싱의 기술과 전략을 훈련할 때마다 늘 사부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깨우치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그의 오리엔탈 펜싱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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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오프 수업 내용 ![]() | 書元 이승호 | 2009.11.15 | 3398 |
3889 | 칼럼 31 - 11월 오프 수업 -저술 프로젝트 [2] | 범해 좌경숙 | 2009.11.17 | 3036 |
3888 |
11 월 off 수업 숙제 ![]() | 백산 | 2009.11.17 | 2998 |
3887 | 11월 오프수업 [2] | 혁산 | 2009.11.17 | 3025 |
3886 | 11월 오프수업 발표내용 | 희산 | 2009.11.17 | 3012 |
3885 |
11월 오프수업 과제 ![]() | 예원 | 2009.11.17 | 3355 |
3884 |
[호랑이] 자신에게 적용하고 싶지 않은 마케팅 사례들 - 시각매체 중심으로 ![]() | 한정화 | 2009.11.17 | 6251 |
3883 |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4 이 길에 마음을 담았느냐 | 백산 | 2009.11.18 | 3206 |
3882 |
11월 오프수업 과제 ![]() | 숙인 | 2009.11.19 | 3385 |
3881 | 사부님의 러브콜 [3] | 현운 | 2009.11.20 | 3189 |
3880 |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5 -펜싱은 몸으로 하는 체스다 | 백산 | 2009.11.20 | 3620 |
3879 |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6 -몸의 힘 이해의 힘, 지혜의 힘,정신의 힘 [4] | 백산 | 2009.11.21 | 3681 |
» | 오리엔탈 펜싱 마스터7 -생명을 주는 스승들 [3] | 백산 | 2009.11.21 | 3659 |
3877 | [사자팀-칼럼5] 1,2차 세미나를 마치고 & 화두 [3] | 書元 이승호 | 2009.11.23 | 3277 |
3876 | [사자12] 승호씨의 의문에 대하여 [3] | 한명석 | 2009.11.23 | 3369 |
3875 | 아줌마마케팅의 요청 [3] | 효인 | 2009.11.23 | 3952 |
3874 | 중독 (ADDICTION) [3] | 숙인 | 2009.11.23 | 3921 |
3873 | 유교문화권의 침투력 [1] | 예원 | 2009.11.23 | 36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