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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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차 사자 모임을 통해 우리는 창조적 소수, 그들과 깊이 만나고 멀리 가기 위한 프로젝트의 뼈대를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하여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꿈을 키우는 동시에 먹고 살 수 있는 방법, 전문성, 혹은 취미와 놀이를 연결함으로써 밥벌이가 가능한 집단 구성의 모델을 나는 작업 공간과 카페를 겸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내 주위에는 ‘작업실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와 나중에 ‘예쁜 카페 하나 차렸으면 좋겠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작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고자 하는 나에게도 작업실과 작업실 한켠에 마련하고픈 커피향 그윽한 카페는 하나의 로망이다. 패브릭 데코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는 나는 작은 매장 한 켠을, 2-3평이 될까말까한 공간을 벽면으로 분리하여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지만 밥벌이를 위한 최소한의 작업 공간, 편의를 위한 공간일 뿐이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결코 만족할만한 공간은 아니다.
요즘 카페는 차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거나하는 나그네가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아니다. 공부는 도서관에서, 일은 회사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다. 노트북을 들고 나와 레포트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는 휴식의 역할을 겸한 다양한 창조의 공간이다. 내 집처럼 편안하면서도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 감동을 주는 공간, 소박하면서 잔잔한 즐거움을 주는 카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세기 파리지앵들을 이끌었던 몽마르트 카페에서 르누아르나 피카소, 고흐의 삶을, 고향을 그리는 문인들의 쉼터였던 몽파르나스 카페에서 모딜리아니나 헤밍웨이, 헨리 밀러의 삶을, 지성인들의 만남을 통해 프랑스 문학의 깊이를 더해 갔던 장소인 생 제르맹 데 프레 카페에서 사르트르나 보부아르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카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무언가를 쓰거나 읽는 사람,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쉼없이 만들고 있는 사람,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창의성 가득한 그들의 뜨거운 열기와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파리 카페의 오랜 역사, 그들의 열기와 진지함에서 모든 이들이 찬탄할만한 예술과 문학이 탄생했고 지금의 파리가 존재할 수 있었으며 지금도 카페는 그들의 삶의 일부로, 창조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골목, 북촌과 삼청동 일대에는 카페와 작업실을 겸한 공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늬만 카페이고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뚜렷하게 상품을 내세운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공간, 하지만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들이다.
카페 한쪽에 낡은 테이블, 오래된 재봉틀을 놓고 공방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공간, 디자인, 스타일링을 위한 작업실, 배고프고 지친 나그네를 위한 카페, 가구 제작을 위한 공방,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쇼핑몰의 기능을 함께하는 공간에서 각자의 재능과 전문성을 투자하고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기본적인 밥벌이를 해결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각자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기존의 동업의 기능을 능가하는 역할 모델로서의 창의적 공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칼럼부터는 우리가 꼽은 창조적 소수의 5가지 요인인 각자의 전문성, 친구(내면의 끌림), 꿈(이상), 재능, 가치관과 나의 사례를 연결하여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