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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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 있는 심산스쿨은 시나리오 작가 심산이 2005년에 개설한 사회교육센터이다. ‘비트’, ‘태양은 없다’의 작가 심산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오랫동안 시나리오파트를 이끌어왔다. 그러다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독립하게 되었고, 자신은 물론 쟁쟁한 시나리오작가들의 강좌를 개설하였다. 심산스쿨의 시나리오강좌는 완전히 틀이 잡힌 것 같다. 심산스쿨 수료생들이 2007년 국내 유수의 시나리오 공모전 4군데를 모조리 휩쓸었다니 말이다. 그 소식을 전하며, 심산은 ‘두렵다’는 표현을 썼다. 대한민국 시나리오 작가양성을 도맡고 있다는 책임감의 발로인 것으로 보이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산스쿨 개설 2년 만에 회원이 900명을 돌파했을 때도 ‘숨가쁘게 가파른 증가세’라고 했다. -2009년 8월 현재 1600번 째 회원이 가입- 그러니 심산스쿨은 오너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사회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내게 심산스쿨은 좋은 모델이다. 심산스쿨의 성공에는 심산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주효했다. 그는 10년 이상 시나리오 워크샵을 이끌면서 그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양성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오너가 이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니 유능한 강사를 불러오기도 쉽다.
현재 심산스쿨에는 심산 외에 두 사람의 시나리오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101번 째 프로포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인디언 썸머’의 작가인 노효정과, ‘결혼이야기’, ‘화산고’, ‘싱글즈’의 작가 박헌수의 강좌이다. 둘 다 쟁쟁한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으며 감독을 겸하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강사진이 포진하고 있으니 준비된 시나리오 작가지망생들이 몰려들게 되어 있고, 자연히 성과도 화려하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백야행’의 경우, 작가와 감독이 모두 시나리오반 출신이라는 식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배급사 대표는 심산스쿨 와인반 출신이라고^^ - 2007년 내가 인디라이터 반을 수강할 때 심산스쿨에서 접수를 맡아보던 직원이 시나리오 ‘미인도’가 당선되어 화려하게 데뷔했을 정도이다.
심산스쿨에는 시나리오 파트 외에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디라이터반, 여행에세이, 사진, 재즈, 신화, 와인반으로도 모자라 탱고반까지 있다. -이 중에서 상황에 따라 없어진 강좌도 있다- 이 때 심산과 강사들은 물론 비즈니스적인 관계이지만,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인정이 없이는 즐겁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유형의 네트워크이다. 만일 내가 사회교육센터를 오픈했을 때 우선적으로 떠올리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 역시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우선적으로 나의 제안을 승낙해 줄 사람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창조적 소수’는 이런 사람들이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 특히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라는 데 대한 믿음이 있다. 그의 성장이 나의 도전을 자극한다. 그렇지만 배타적인 경쟁관계는 아니다. 나는 그를 기꺼이 돕는다. 왜냐? 언제고 그가 나를 도와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창조적 소수끼리는 서로에 대한 인간적 신뢰 못지 않게 사회적인 능력에 대한 인정도 필요하다. 서로의 사회적인 능력을 믿기 때문에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의기투합할 수 있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밀어줄 수 있다. 새롭게 도전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꺼이 함께 실험할 수 있다.
계속 심산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것이다. 심산은 얼마 전에 이태원에 Wagit이라고 하는 업소를 열었다. Wine과 Audio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Agit라는 뜻이란다. 그는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향유하는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로망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음악과 와인 마니아 100명의 회원 만이 즐길 수 있는 비밀 아지트! 그는 이 실험을 음악평론가 강헌과 함께 했다. 강헌과 심산의 화려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심산스쿨 사이트에서 Wagit의 배너가 없어진 것으로 보아 그런 생각이 든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실험에 점수를 주고 싶다. 적어도 경험이 생겼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꿈을 펼쳐가는 분야는 하루아침에 생겨나거나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가고자 하는 곳이 점점 선명해지고,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모든 실험은 유용하다. 그리고 나는 실험을 함께 할 동료-창조적 소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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