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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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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 11시 54분 등록

내 동생이 호주로 간지도 벌써 18년이 지났다. 그 동안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 나와는 달리, 몇 주간의 방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없다. 이쯤이면 호주인이 다 되어간다 해도 그리 이상할 것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한국인은 어딘가 좀 질기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외국에 나가서도 도무지 쉽사리 한국인의 정체성을 내려 놓지 못하는 민족중의 대표적인 경우이니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고, 한국 비디오만 보려 든다. 마치 시계가 거꾸로 가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한국 책 읽기는 꺼려한다. 우선 영어와 반대로 된 문법 구조 때문에 이제쯤은 익숙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문어체 어투나 사용되는 언어들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의 그런 동생의 무식함(?)이 못내 안타까웠던 나는 연구원을 시작하면서 북리뷰를 보내주고 인용문이라도 읽으라고 권했었다 (물론, 연구원 책이 대다수가 외국 저자의 책이지만, 그와 같은 흐름을 따라 동생도 어느 정도 배움을 얻기 소망했었다).

 

처음 한 두주는 읽는 척하더니만, 시간이 갈수록 대답이 약해지더니 한달 쯤 지나자 딴전을 피운다. 괘씸한 녀석!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니 북리뷰는 재미 없으니까, 선생님 글을 보내달란다. 괘씸한 게 아니라 뭘 좀 아는 것 같다! 크크. 사이트에 들어와보더니 뭐가 먼지 잘 모르겠다고, 나더러 추려서 보내란다 (배우는 자세가 영 아니다~).

 

사부님 칼럼 중에서 비교적 쉽게 쓰여졌다 생각되는 걸 하나씩 보내주었다. 한번 두 번, 싫다는 말을 안 한다. 가끔 언니에 비해 너무 과분한 스승님이시라고 툭툭 한마디씩 한다 (가족이라고 사정 없이 솔직하다 ^^:::) 그러더니 이번 호랑이 칼럼은 너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한테 새끼 물소가 되어 지한테 질질 끌려다니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하란다. ^^::: (참고로 내 동생이 호랑이라는 게 아니라, 일단 범띠이다).

 

해외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무수히 많은 또 다른 내 동생들이 있다. 나 역시 십 년 넘게 겪은 일이기도 하지만, 뿌리를 뽑아 토양이 전혀 다른 곳에 이식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외국 생활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나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아주 많지만, 그들이라고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역경이 없었을리 만무하다.

 

꿈벗에서부터 내게 다가온 문화 기획의 일.

 

난 한국에서 동료들과 경쟁해야 하는 그런 일이라면 두 번 다시 비즈니스는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꿈꾸는 문화 기획 일은 누군가를 품어주고,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는 철학을 비즈니스로 녹여내는 일이다.

 

서툴지만 내가 체득한 비즈니스 경험에 각자가 자신 안에 흔들림없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문화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거. 그게 문화 기획자로서도, 작가로서도 나의 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삶을 살 때 우리들의 삶은 생명력을 잃고 공허해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내 삶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한국인의 혼을 지닌 모든 한국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은 참 감사하다.

 

노키아가 좁은 북유럽 땅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친 것처럼, 21세기 한국인들은 좁은 한반도 땅을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다. 글로벌 시대 가장 대표적인 노마드족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름 바람직하고, 우리 민족의 역동성을 감안했을 때 그 흐름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잦아들 필요가 없을지도).

 

다만, 태양을 가득 품고 광할한 대지를 쉴 새 없이 달리는 삶을 살더라도,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낮에는 숨소리도 거칠게 말을 몰더라도, 밤에는 각자의 북극성을 머리 위에 두고 평온히 쉴 수 있어야 다음 날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믿는다. 이것이 내가 베이스 캠프를 치고 싶은 이유이다.

 

한국인은 누구인가? 한민족의 문화를 공유하며 한국인의 정서를 공유하는 자 모두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한데 엮어주는 우리들의 컬처 코드는 또 무엇인가? 우리의 정신 문화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이제 천천히 그 여행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IP *.98.14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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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2:11:06 *.67.223.154
수희향
동안거가 벌써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시작도 못했다. 그대는 어디로 갔어?

그 동생에게 보냈다는 "호랑이 칼럼"말이지....
내가 도저히 반응을 못하겠더라.  숨소리조차 낼 수 없게....독자를 제압하는 그 무엇이 있어.
그래서 그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

자, 백호냥이의 도약을 위하여.....아싸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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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2.30 13:35:29 *.11.53.251
전 이번 별기도는 마음 속 별을 찾아 새벽별 세계로 가보려고요.

한해를 접어 하늘에 올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 별을 찾아 새해를 살포시 열어보려고요...

그렇죠..? 저도 첨에 그 칼럼읽고 훅~!하고 숨을 들이쉬었어요..
좌샘 말씀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네. 샘. 백호랑이가 되기 위해
오늘도 호냥이는 숨죽이고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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