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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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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 11시 56분 등록
집이 나를 바꾼다.



나는 집을 꾸며주는 일을 하고 있다. 전문용어로는 ‘Home Dressing' 그대로 풀이하면 집이라는 공간에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아파트나 주택 등 집, 공간을 꾸미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주고, 필요로 하는 커튼이며 침구, 벽지, 바닥재, 조명, 소파, 의자, 쿠션, 장식품 등을 맞춤 제작하여 공간을 조화롭고 아름답게 연출해주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새로운 트렌드와 제품을 자주 접하다보니, 좋은 것을 보는 안목, 좋은 것을 고르는 능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과 (오히려 너무 자주 보다보니 물욕이 크게 줄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집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 집이라는 환경을 변화시켜 자신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30년 만에 처음 내 집을 마련해 곧 시집갈 딸이지만 딸의 방만은 정말 예쁘게 꾸며주고 싶다는 주부, 젊었을 땐 아이들 위주로 살다보니 정작 나만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며 이제 아이들을 출가시켰으니, 방 하나는 퀼트를 하는 안주인의 작업 공간으로, 또 다른 방 하나는 남편의 서재로 꾸미고 싶다는 노부부,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뭔가 독특한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신혼부부 등등. 오랜 시간 꿈꿔왔던 것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그들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소박한 꿈을 이뤄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들의 꿈을 현실화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나도 모르게 행복해짐을 느낀다. 나에게도 많은 자극이 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품 옷이나 가방, 신발 등으로 자신의 외모를 치장하거나 신형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많은 돈을 쓰면서도 정작 나와 가족의 삶의 터전인 집을 꾸미거나 살림살이를 사는 일에는 참 인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안타까웠다. 어쩌면 우리는 집을 그저 평당 가격으로 만들어낸 재산축적의 용도로만 생각하며 살고 있고, 평형대가 달라도 거의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 입주 때 발라져 있는 똑같은 벽지의 천장을 바라보며 잠이 들고, 비슷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획일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면서 어떻게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꿈을 꿀 수 있을까?


비록 공간의 효능이라는 것이 우리가 피부에 즉각적으로 와 닿아 느끼기에는 더디고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집을 꾸미는 일은 작은 변화라도 큰 즐거움이 되어 우리 삶에 행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공간의 변화가 우리의 삶을 확실히 바꾸면서 우리의 꿈을 완성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내가 그리고자하는 집은 대리석으로 치장하고 수입자재로 도배한 집도, 값비싼 수입가구와 신형가전 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집도, 화려한 인테리어로 눈을 끄는 집도 아니다. 집, 공간에 너무 많은 옷을 입히고 싶지는 않다. 유행에 민감한 어떤 재료로 꾸미기 보다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지닌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집, 그 속에 사는 사람의 개성과 취향이 묻어나고,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멋스럽지만 사치스럽지 않으며, 기능적이면서도 미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공간, 나와 내 가족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곳, 따뜻한 꿈을 꿀 수 있는 곳, 이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집’이다.


이 책에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공간의 변화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풍요로움을 기초로 즐기는 사치가 아니다. 나의 노력에 따라 내가 사는 집, 내가 일하는 공간이 바로 내가 그리는, 내가 꿈꾸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공간을 꾸미는 일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디자이너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그 공간에 들어갈 사람, 집주인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정성이 있어야 완성될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접하고, 눈썰미와 안목을 키우고, 조금만 발품을 팔면, 여기에 손때를 묻히는 정성이 더해진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꿈의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자신의 가족을 위한 공간에 정성을 기울이는 건,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꼭 비싸거나 넓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신과 딱 어울리는 진짜 공간을 갖고 경험하기를 바란다. 삶의 터전인 집이라는 공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그리하여 남과 다른, 자신만의 꿈을 꾸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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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12.28 23:48:25 *.160.33.244

잔잔한 미풍이다.  글 속에 끊이지 않는 운율이 있어 좋다 .  
그러나 평이하면 글이 자칫 지루해 지기 쉽다.    은은한 너를 닮되,   불현듯 타오르는 불꽃을 보이거나,   
네가 좋아하는 '문득 깊어지는 심연의 맛'  보여봐라.   

서술을 넘어서라.   네 속에서 곰삭아 져야하는데....그러러면 네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네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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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11:55:26 *.143.134.217
예..  사부님..

근데여.. 사부님..  어쩜.. ^^
사실은 제가여.. 지난번 사부님 말씀 곱씹으며.. 제 이야기.. 썼었는데여..
근데뭔가.. 마음에.. 화~악 닿지 않고.. 잘 버무려지지가.. 않는 거에여..  
잡힐듯 말듯.. 암튼.. 쪼~께 기랬거든여.. 그래서.. 제 승질대루.. 화~악 들어냈져..
쓰고 나서도.. 아, 재미없다.. ㅎ 했는데.. 역쉬~ 사부님, 넘 예리하세여..
글구.. 콕! 찝어주셔서.. 넘 좋아여.. 불확이는 사부님께.. 딱! 걸리는게 좋은가봐여.. 헤헤^^

맘 속에 진정 하고잡은 말들은 고여 있는데여.. 계속.. 떠오르고 있는데여..
아직은.. 이거이를.. 표현해내는 거이가.. 쉽지 않은 거이 같아여.. 아, 깊이..
사부님 말씀.. 마음속 깊이.. 고이새겨.. 깊어지도록.. 노력할께여.. ^^

사부님~, 넘 존경해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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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범
2009.12.30 11:27:29 *.67.223.154
혜향,
우리 혜향은 댓글처럼 글을 엮어 갈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불을 확~

어느 날 내가 심심해서 불확의 댓글을 모두 읽은 적이 있었거든..
그날은 하루종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 우꼈어..

불확이는  조용조용 말하고 있는데...
"불확이는 정말 우껴~ 진짜야~진짜~"   진짜 우꼈어, 하이브리드야,ㅋㅋ

근데...곰삭은 기피를 어찌하나...

곰삭은 깊이를 찾아...심연에 불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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