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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7일 21시 30분 등록

1/16. 토요일. 어머니 병원 관계로 기차를 타고 지방에 내려갔다 오는 와중에 이가린(가명) 여사의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책을 추천해 준것에 대한 감사 내용의 문자였다. 그에대해 나도 답장을 보내자 역시나 그녀 특유의 추진성대로 연달아 들어오는 장문의 내용들.

 

이가린씨를 처음 만난건 2009년 봄이였다. 00행사장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무엇보다 나의 몸매보다 조금은더 풍만(?)해 보이는 몸집이었다. 거기에 교육 중간에 쏟아지는 질문들이 그녀의 몸매와 함께 일에대한 열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두 번째 만남은 시간이 지난후 그녀가 소속된 거래처에서였다. 그녀는 보험 경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똑같은 주부영업사원 이면서도 남들보다 영업적인 감감이나 센스가 있어 보였다. 그만큼 목표에 대한 의식과 적응력도 남들보다 빨랐다. 그런 그녀가 교육을 마친후 나중에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었다.

‘현재 침체기이고 너무 힘이들어 일을 그만둘려고 했었는데, 오늘 강사님의 교육 내용이 너무 마음속으로 와닿았고 그로인해 사고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너무 고맙다’는 멘트를. 그러면서 나에게 멘토로써의 역할을 요청 하였다. 나는 당황이 되었다. 나자신 교육을 열심히 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까지 감명을 받았다니. 거기다가 멘토 역할이라? 자격이 되질않아 손사레를 쳤지만 그녀의 집요함에 결국은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락 하였다.

 

간간이 통화 및 문자로써 그녀와 소식을 전해받는 가운데 09년 12월 어느날. 오랜만에 그녀가 소속된 거래처 교육장을 찾았다. 요사이 내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성은 일방적인 강사의 전달식 교육보다는 쌍빵간에 공유를 할 수 있는 집단 코칭식 교육이다. 이것이 되기위한 전제조건은 참여한 집단 구성원에 대한 신뢰감이 우선이다.

전체 교육을 마친후 그녀와 같은 팀장들(중간 관리자급)만을 호출하여 오후 교육을 시작 하였다. 시점이 연말도 다가오고 해서 나는 이야기의 주제 방향성을 ‘09년 영업을 하면서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일 & 10년의 덕담’으로 잡았다. 이야기전 각자가 해야할 이야기들을 먼저 노트에 적어보게하고 개인별 발표가 끝나고 나면 서로의 코멘트가 어우러지게 유도하였다. 다른 팀장들이 내용을 적어나가는 가운데에도 주제가 어려웠는지 그녀는 내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러 팀장들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윽고 그녀의 순서가 되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 하는게 싫어요. 이야기 안하면 안되나요?’

‘이가린 팀장님. 올해 많이 힘든게 있었나 봐요.’

주저하던 그녀는 계속 망설이더니 이 자리에서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외부로의 발설을 금한다는 단서를 달고 어렵게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올해 00행사갈 때 나는 사실 자살을할 마음을 품고 갔었어요.’

이한마디에 갑자기 얼음장같은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나도 당황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건지?

그러면서 그녀는 속깊이 쌓아두었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말그대로 폭포수처럼 쏟아 놓았다.

‘나는 얼마전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직접 목겼했어요.(뜸을 들이면서) 그러면서도 나는 남편에게 어떠한 말도 하질 못했어요. 왜냐구요? 내가 예전에 허리를 다쳐 디스크 수술한 것 아시죠. 그런데 사실은 다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 두드려 맞아서 그렇게 된것이예요. 그렇기에 남편이 바람 피우는 광경을 보고 마음은 무너져갔지만, 여자 구실도 못하는 나이기에 오죽하면 저런 짓을 할까라는 애처로운 마음이 오히려 들더군요. 이런 나의 고민을 아는지 딸이 나보고 이혼을 하라고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지금은 이혼할 때가 아니예요, 부장 승진이 되고 경제적 안정이 되고나면 모를까. 지금은 정말 하루라도 마주치고 싶지않은 남편이지만 월급을 갔다주기에 어쩔수 없어요.‘

 

외적으로 보기에 항시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있던 그녀였기에 이런 어두운 과거의 내용들을 듣자, 나자신을 비롯해 함께했던 이들에게는 너무나 뜻밖으로 다가와졌다. 더구나 남자인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속깊은 이야기들을 하다니. 내가 그녀의 멘토라서 그랬을까? 라뽀(rapport)-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심리적 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적 용어-가 그만큼 형성 되어졌기에 가능해서였을까?

 

현재 상황에서는 언어적인 공감보다는 같은 영업일선에서 뛰고있는 동료들의 신체적 언어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오늘 정말 자신의 가슴속 아픔을 어렵게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준 이가린 팀장님을 위해서 여러분 각자가 해주고 싶은 행동들을 해주시죠.’라는 요청을 하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가 눈물을 흘리며 껴안고 포옹을 하기 시작했다.

영업사회에서는 남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주부조직에서도 동료간의 시샘과 질투는 당연히 수반이 된다. 더욱이 금전이 걸리고 프로모션 등이 걸리는 현실에서 극한 경우에는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 잡으며 싸우는 돌발 상황 등도 발생이 되곤한다. 그런 살벌한 경쟁의 영업현장이지만 이처럼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이야기들이 공유가 되면, 아무래도 끈끈한 조직의 정서무드가 예전보다는 형성이 잘된다. 나아가 그것이 사업자들의 좋은 방향성과 일치가 되면 매출 및 증원이 훨씬더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결과도 파생이 되어지고.

 

달빛이 환하게 내려 비추는 가운데 어느덧 종착역인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역무원의 안내 메시지에 정신이 들었다. 옆에는 확인을 하지않은 그녀의 문자메시지가 계속 진동으로써 자극을 보내고 있었다.

 

‘학교 다니는 딸이 읽었는데 감동깊고 울면서 읽었다고 하네요. 딸이 선물해 준다고 지금 나가네요. 감사합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조심히 올라오세요. 이젠 밝고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드릴께요. 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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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0.01.19 20:37:46 *.160.33.244

좋다.  승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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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1.26 01:50:59 *.117.112.22
싸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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