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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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0 -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30대에 파리에 처음 갔을 때의 일입니다. 불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하지 않았던 나는 까뮤와 생떽쥐베리를 통해 그들이 살던 하늘과 땅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정작 파리보다는 알제리나 사막에서의 체험들을 배경으로 주옥같은 글을 남겼지요. 그래서 파리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따라가며 주인공 닥터 라비크의 발자취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온전히 책을 통한 주인공과의 교감이었지요. 상젤리제, 카페 맥심, 칼바도스 ...세월이 오래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 분위기를 느끼며 걸었었지요. 라비크가 우수에 젖어 들렀었고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카페 맥심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더군요. 그때만 해도 수줍고 용기가 없어서 칼바도스 한잔은 주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마냥 걷기시작한 길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고 마치 산책 나온 파리잔느처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어딘가 오래된 프라타나스가 그늘을 짙게 드리우던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던 거리에 이르렀을 때, 공원이 보였습니다. 호기심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간 곳이 바로 몽파르나스 공원묘지였습니다. 그때까지도 주변에서 “죽음”을 접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트라우마로 각인되었을 사건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곳 몽파르나스는 중산층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면서 독서에 열중하기도 하는 곳이랍니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며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근대식 정원같은 공원묘지는 만화와 영화에서 보여주던 묘지의 우울하고 음습한 분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조용하고 평화롭기까지 하더군요. 조용히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Sartre", 반가운 마음에 그의 묘 앞에 앉아서 좀 쉬었습니다. 그날도 생생한 꽃다발이 놓여있었습니다. 죽어서 그가 살던 곳 가까이에 묻혀 생전과 다름없이 친구들을 만나고 그를 찾아오는 후학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지내고있는 그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벽”, “구토”,“말” 과 같은 글들을 “실존의 문제”를 이해해보려고 애쓰던 우리 앞에 던져놓고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까요? 아니면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그의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고 말할까요? 어쨋든 나는 지금도 사르트르의 글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시몬느 보봐르의 글을 통해 보통사람 사르트르의 면모는 많이 알게 되었지요. 그곳에는 시몬느 보봐르, 모파상, 보들레르, 생상, 부르델이 함께 묻혀있습니다. 몽파르나스 공원묘지의 담장 밖으로는 56층의 초 현대식 고층빌딩, 몽파르나스 타워가 보이고 오늘도 방문객은 그들을 위해 꽃 한묶음 손에 들고 찾아가겠지요.
요즈음 죽음에 관한 책을 계속 읽으면서 전에 무심코 지나쳐버린 풍광들을 기억속에서 찾아내어 추체험하기도 하고 새로운 광경들을 기억에 담기도 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곱게 묶은 흰 국화꽃다발과 다 타버린 담배 한가치가 바다를 향해 놓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모를 받았던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젊은 남자였을까요? 아니면 할머니였을까요? 함께 산책을 하던 사람들과 그 꽃다발 앞에 앉아서 우리보다 조금 먼저와서 우리가 앉은 자리에 앉아서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같은 푸른바다를 보며 상념에 젖었을 그사람을 잠시 그려보기도 했지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 옛날에 침묵속에서의 기도와 노동을 삶의 지침으로 삼아온 엄격한 시토 수도회에서는 인사말을 대신하여 허용되던 단 한마디의 말이 바로 이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 memento mori ' 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랜 묵상 끝에 '죽음을 묵상하자'는 이 말은 죽음의 기술 ars moriendi 을 생각하게 했고 ,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삶의 기술 ars vivendi 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고대 로마시대였답니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개선 행진을 펼칠 때 개선 장군의 뒤에는 노예 한명이 그의 머리에 씌워줄 월계관이나 승리의 관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이 노예는 개선장군에게 비록 오늘은 최고의 날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날이 찾아 올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임무를 지니고 있었답니다. 월계관이나 승리의 관에는 언제나 개선장군에게 전하는 경고의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Memento mori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이제 한동안 죽음에 대하여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해 온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서 무엇을 더 골똘히 생각해 봐야할지... 그런 작업들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힘든 과정이 되겠지요. 만나는 사람들과도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을 비교 정리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책을 한꺼번에 읽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생각의 진수를 가려내지를 못했습니다. 그렇지요, 죽음이라는 주제는 삶이라는 주제처럼 너무 큰 화두입니다. 그러나 한번은 정면으로 맞닥뜨려 보아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이제 그 시간이 무르익어 있는 것 같아서 에너지를 모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쓰는 칼럼들이기에 대부분은 나중에 다시 수정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칫 잘 모르는 말을 쓰게 될까봐, 아는 말만 쓰려고하니 정말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렇게 무지하게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있었다니요? 그러나 이렇게라도 시도하지 않으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끝날 인생이기에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하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낮에 6시간동안 죽어있었어요. 다행히 저녁에 깨어났으니 낮잠이 되었지, 아니면 그냥 죽었겠지요? ㅋㅋ
우리는 날마다 죽는데.. 그만 일어나서 잠이 된 그런 인생을 살고있다고..... 써있더군요. 어떤 책에 ..
내일은 조금 일찍 살아나서 도서관에 가볼게요.
추천해주신 책을 읽으려고요, 읽고 좋으면 주문도 하겠습니다.
눈이 녹고 비가 되더니, 오늘은 운무가 되어 한치 앞도 안보이는 그림판을 만들어 놓더군요.
조근조근 ..오늘도 밤을 새우며 이야기의 역사를 써나가얄텐데요.
1120 쪽짜리 북리뷰부터 시작해 볼까요? 부지깽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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