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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4일 23시 07분 등록

동장군의 위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포근하던 날씨가 금주 다시 쌀쌀해졌다. 출장준비를 해오지 않은터에 나는 옷깃을 추켜 올리며 원주를 거쳐 오늘은 청주의 00거래처를 방문 하였다. 교육이 끝난후 예정(?)된대로 이보람씨와 나는 막걸리 집으로 향했다.

‘지난주 제가 너무 저의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인 것 같아요.’ 나는 받은 잔을 내려놓으며 겸연쩍은듯이 말하였다.

‘아니예요. 오히려 그런 모습을 통해 내가 차장님을 멘토로 모시기 잘했구나 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어서 참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녀의 이런 반응에 오히려 내가 더욱 얼굴이 붉어옴을 느낄수 있었다.

 

09년 집체교육 과정중에 이보람씨를 처음 만났다. 처음본 그녀는 자그마한 키에 아담한 모습이 나이답지-나보다 두 살 연상-않게 귀여운 이미지를 풍기는 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풍기는 포스가 묵직하게 우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과정이후 수료식에서 직접적인 대면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마무리를 짓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피곤하던차 달콤한 잠을 청하고 있던중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보람 소장인데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잠이 깨었다.

‘아, 예. 잘들어 가셨는지요.’

‘네. 부탁말씀이 있어서요.’

‘어떤 부탁을...’

‘저의 멘토 역할을 해주시면 어떨지 해서요.’

멘토? 요사이들어 부끄럽게도 현장에서 나를 멘토로 삼고싶다고 하는 분들이 생겨났다. 참말로 얼굴을 못들겠데이. 잘난 것 하나 없는 나에게 무슨 배울점이 있다고 이렇게...

 

그녀는 학교 졸업이후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였다. 또래의 친구들은 조용해 보이는 그녀가 이렇게 사업에 뛰어들지는 미처 생각을 못하였단다. 다품목의 화장품을 취급하는 동안 한때는 꽤많은 돈을 모았었다. 그래서 다시 사업을 확장하던중 다른쪽 일에 손을 대었으나 결과는 실패. 그러다가 우리쪽 사업을 오픈하는 분과 인연이 닿아 현재는 소장의 직함으로써 주부사원들을 관리하는 일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앞서 언급했듯 귀여운 이미지를 가진 외부 모습과는 달리 매번 볼 때 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언어와 행동을 보여주었다. 자그마한 체구와는 달리 넘치는 에너지를 가졌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얼마전 식사중에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이보람 소장님은 여군을 하셔도 잘하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 군인이예요.’

‘진짜요?’

그녀는 종교가 개신교의 한 교파로 군대식의 조직을 갖추고 있는 구세군(救世軍, Salvation Army)에 소속되어 있었다.

‘구세군요?’

‘예’

‘12월이 되면 종을 뎅그렁 뎅그렁 울리면서 구세군 냄비를 운영하는 그 구세군 말인가요?’

‘네.’

신기한 듯이 물어보는 나의 질문들에 그녀는 거침없이 대답을 하였다. 구세군은 실제로 제복을 입는다고 하기에 나는 짖궂게 성탄절 즈음에 구세군 냄비앞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찍어 사진으로 보내 달라고-그녀는 작년 12월에 본인의 활동 모습을 찍은 내역을 폰카로 보내왔다-하기도 하였다.

 

그래서일까? 1월 첫책에 대한 발표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며 에너지를 받고싶은 대상을 찾고있던중 그녀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떡할까 고민하던중 나는 청주에 교육 일정을 만들어 그녀를 찾아갔다.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더니 차장님을 뵐려고 했던 모양이네요. 오늘은 저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실려고?’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볼 때 마다 밝은 언어와 표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주는 그녀. 나는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남에게 쉽사리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않는 나의 성격상 이렇게 상담을 받기위해 누굴 찾아간 것도 이례적이지만, 나를 멘토로 여기는 상대에게 나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그녀를 힘빠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오늘은 제가 이보람 소장님께 힘을 받고 싶어서 왔어요.’ 한참 뜸을 들인후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제가 차장님께 어떤 힘을?’

궁금해하는 그녀앞에 나의 연구원 생활과 최근 첫책의 방향성 발표후 쏟아진 코멘트 및 그로인한 나의 의기소침 등을 이야기 하였다. 부끄러웠다.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하지만 그녀는 내가 예상치못한 반응을 보여 주었다. 오히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본인이 멘토로 설정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구나 라는걸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었다고. 그러면서 격려의 말과 함께 내가 만약에 책을 내면 누구보다 먼저 책을 구입하겠다는 약속도 해주었다.

자리가 마쳐지기전 나는 궁금해하던 내역을 물어 보았다.

‘이보람 소장님은 항시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있으신데 그 에너지의 근본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나는 숨을 죽였다. 현재의 지쳐있는 나자신에게 그녀의 대답이 해법을 줄수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저요? 저는 제가 믿는 하나님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 거기에서 연유되지 않나 싶어요.’

 

나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똑같은 종교인이면서 나는 왜 그런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지? 누군가를 통해 사랑 받는다는 확신을 느낄 때 세상에 당당한 모습으로 설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숙소로 향해서 잠자리에 드는 내내 나의 귓가를 맴돌았다. 세상 아무도 나의 기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라도 절대자인 그분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하였다. 그녀의 에너지의 근본은 바로 사랑에 있었다.

몇편의 동영상을 준비하고 대상인 세일즈 주부사원들에 맞게 나나름으로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교육을 해나가던중, 그들은 흐느끼었고 그중 그녀는 누구보다도 숨죽여 눈물을 훔치고 -나는 교육중 수강생을 이렇게 울리는 재주가 있나보다-있었다.

‘역시 차장님의 교육은 좋아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마음으로 다가가는 교육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꼭맞아요.’

또다시 칭찬을 해주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나의 가슴속에 자리잡는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나를 멘토로 삼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나에게 배울것이 있다고 오늘도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이란 단어의 존재를 다시한번 일깨워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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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01.25 13:49:00 *.11.53.182
지난주도 그렇고 이번주도 그렇고 네 글 따듯하다..
동료가 아닌 독자로서 읽어도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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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1.26 01:55:59 *.117.112.22
새벽 2시가 되어갑니다.
화요일 새벽부터 대전과 경남 창녕을 업무차 당일과정으로 다녀와야 되기에,
수요일 교육에 관련된 ppt 작업을 늦은 밤이지만 완료 하였습니다.

누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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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10.01.26 01:57:31 *.12.20.92
오라버니의 스토리 텔링식 전개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 같애. 
오빤 정말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나봐.  두 분의 따뜻한 대화에 감동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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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1.28 13:01:47 *.166.137.33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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