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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오전 대전 교육을 마치고 서둘러 경남 창녕으로 향했다.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었으나 현장의 활성화를 위한 영업부쪽의 협조 요청이 급히 들어왔기에 오지랖이 넓은 나는 기꺼이 달려갔던 것이다.
00거래처의 간부사원인 팀부장급의 60명 인원이 빼곡히 강의장 바닥에 앉아 있었다. 사전 나의 요청대로 책상과 의자를 치운 상황에서 그들은 강사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단에 선순간 그들의 두근 거리는 심장소리와 기대감이 나에게 전달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여야하나? 어떤 내용을 공유해야 그들이 더욱 동기부여가 될까?
사실 00거래처의 팀부장 대상 교육은 부담이 되는 자리이다. 전국 1, 2위를 다투는 거래처의 핵심 멤버들이기도 하였지만 웬만한 교육에 대해서는 반응을 잘보이지 않는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전문 강사님들이 강의를 맡기 힘들어하는 그룹중에 하나가 정부 과천청사 공무원-고위 공무원일수록 수많은 교육을 이수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때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긴장이 되었다.
일단 그녀들의 얼굴을 면면이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먼저 기선제압-강의에 있어서는 도입 3분이 중요하다-을 할까 생각하다가 사전 작정한 말들을 쏟아 내었다.
‘2010년 00거래처가 올해 1위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내적 쇄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계신 팀부장님들이 가장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담당해 주셔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변화 분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할 대상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그룹이 누군지 아느냐. 바로 여러분들이다.’
이렇게 운을 떼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조금씩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사실이 그랬다. 00거래처에서 뜨거운 감자 역할을 하는 존재가 중간 관리자급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사실 내일 당장 그만두라고 해도 퇴사하질 않는다. 영업을 하면서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 어느정도의 고정고객이 확보되기에 그 고객들만 관리를 해나가도 그들의 기본 수당은 유지가 된다. 그렇기에 신입 주부사원이 들어오더라도 본인 매출에 신경을 쓸뿐 정작 그들의 제1역할인 관리 부문이 잘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즉, 후배들의 육성 관리는 부차적인 임무로 넘겨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고인 물은 썩게 되어있다. 현재의 00거래처가 당면한 문제점 중에 하나가 이것이었다.
냉랭한 분위기를 조금 풀어나가기 위해서 중간 관리자급 역할의 중요성을 기러기를 통한 은유적 비유로 강조하고 집단코칭 체제로 들어갔다. 타켓을 1년차 이내의 팀장급의 사람들을 주축으로 본인 소개와 1월 Good News 영업사례 및 힘들었던 사례를 발표하고, 동료분들의 격려와 코멘트가 이루어지게끔 분위기를 연출해 나갔다. 하지만 역시 인원이 많은 탓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고참급들의 경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로인해 주의집중이 잘되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나? 나의 머릿속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팀빌딩(Team Building) 프로그램으로 전환을 하였다. 어차피 집중이 되질 않는 상황에서라면 서로간의 스킨십을 통한 관계형성 및 단합력의 미션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한가지의 공통된 과제를 주고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 보았다. 본인 의견이 맞다고 자기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는 분, 자기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는분, 전체 분위기에 편승해 따라가기만 하는분 등 여러 모습이 나타났다. 우여곡절끝에 주어진 공통 미션이 전체의 답합된 힘에 의해 어렵게 해결이 되자, 그들은 환호성과 함께 서로간 기쁨의 포옹을 열렬히 나누었다. 2시간여의 교육에 대한 마무리를 짓고 오늘 내용을 통한 각자의 느낌들을 표출하게 하자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서로간 대화가 참중요한 것 같아요.’
‘리더의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정말 다시금 느꼈습니다.’
‘옆의 동료를 더욱 신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부장님에게 나의 의견만 고집해서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이프로그램을 통해 부장님의 고충을 알게 되었어요.’
교육은 그런 것 같다. 아무리 강의가 힘들어도 수강생들의 이런 반응들이 쏟아지면 오히려 강사는 더욱 힘이 솟아난다. 교육으로 채워진 그들의 내공이 강사에게도 전파되고 공유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강단에 서는 모든 강사들의 보람이요 기쁨일 것이다.
새벽에 도착하여 다음날 메일을 열어보자 한통의 편지가 와있었다. 00거래처에서 팀부장들과 함께 교육을 수강한 박가람 소장이 보낸 내용이었다.
‘차장님!
어제 또 교육을 참관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 하나님께 귀한 은사를 받으셨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많이 나누세요.
수고 하시구요.‘
짧은 내용 이었지만 어제의 교육에 대한 격려와 지지를 해주는 그녀의 글로인해 몸은 피곤 하였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받을수 있었다.
박가람 소장. 아직 미스인 입장에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당당히 소장으로써의 위치를 꿰차고 있는 그녀. 40대, 50대 분들의 변화무쌍(?)한 주부 영업사원분들의 다양한 심리적 반응에 어린 나이임에도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남다른 카리스마의 소유자.
박소장과의 인연은 그녀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00거래처 영업담당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매출목표 달성이 지상과제였고 거래처 사장님을 주로 미팅하는 입장 이었기에, 그녀의 존재는 당시 그렇게 각인이 되지 않았었지만 열심히 자신의 맡겨진 일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시간이 흐른후 다시 만나게된 자리는 00거래처 신입 주부사원분들의 교육을 의뢰를 받아 만나는 현장에서였다. 피부실장으로 입사한 그녀는 어느덧 영업소 소장으로써의 위치로 격상이 되어있었다. 현장 밑바닥의 경험-맛사지, 상담, 신입사원 동행, 홍보, 개척 등-부터 차근차근 밟아온 그녀의 남다른 노력이 인정을 받게된 결과인 것 같았다.
주관자인 나와 부사수의 관계로 1년여동안 한달에 한번 2박3일 기간을 교육의 장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히 가까워질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그녀의 성장배경, 가치관, 신앙, 고민꺼리, 앞으로의 방향성 등에 관해 나름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나는 (사)한국 코치협회 주관의 코치 자격인증 시험을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중이어서 이같은 1:1 대화에 더욱 관심이 많은터였다. 시험 과목중 피코치와의 실습사례 제출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대상자를 물색하던중 그녀를 자연스레 떠올리며 협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나름 신뢰적 관계를 형성하여 온터라 대화가 용이할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가 나의 첫 번째 멘티(Mentee)였다는 점이 아무래도 큰작용을 하였다.
‘평상시대로 편안하게 얘기를 주고 받았으면 좋겠어요.’
‘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 되었지만 내가 먼저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금번 코칭 실습사례 내용에 따른 전문 코치를 하시는 분으로부터의 평점결과에 따라 자격에 대한 당락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코칭과정 내용물의 제출을 위한 녹음용 테이프가 돌아가는 가운데 나는 헛기침을 필두로 대화의 물꼬를 풀어 나갔다.
그녀와의 대화는...... (다음주 칼럼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