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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8일 11시 33분 등록

성배의 신화

성배는 중세 유럽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아서왕 전설>의 중심적인 주제의 하나이다. 성배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한 잔으로 십자가 위의 예수가 흘린 피를 받은 잔도 이것이라고 하며, 그리스도의 무덤을 준비한 아리마대 요셉이 이 잔을 영국의 아발론섬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가 죽은 뒤 이 잔은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이 성스러운 잔을 찾는 일이 덕이 있는 기사의 사명으로 생각된 데서 중세문학에서 즐겨 주제로 다루었다.

성배의 역사는 성배가 전해져 내려왔다고 여겨지는 계보와 성배에 관한 작품군의 역사라 한다. 계보에 관해서는 누구도 확립된 설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후자의 작품들 속에서 설명식으로 나타날 뿐이다. 최초로 성배를 다룬 아서왕에 대한 소설은 12세기 말경에 크레티앵 드 트로예(Chretien de Troyes)가 쓴 파르치팔, 성배에 관한 이야기(Percival, ou le Conte du Graal)이다. 이 작품은 미완성으로, 성배라는 종교적 주제와 환상적 모험담을 한 데 묶은 것이다. 파르치팔의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젊은 파르치팔이 강가에 이르렀을 때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조각배에서 낚시질을 하던 한 노인이 그를 유숙시켜주겠다고 제안을 하고 파르치팔은 승낙한다. 그는 노인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지만, 빈 수평선만 보일 뿐이었다. 화가난 파르치팔이 늙은 어부를 저주할 때, 갑자기 작은 골짜기에서 탑이 하나 나타난다. 파르치팔은 별로 놀라지도 않고 곧 탑을 향하여 간다. 옛날에 입은 상처로 몸져 누워 있는 한 노인이 큰 불 옆에서 그를 맞이해서 그에게 검 하나를 준다. 그러나 곧 이상한 광경이 그를 놀라게 한다. '시종' 하나가 피가 흐르는 쇠로 된 흰 창 한가운데를 잡고서 거실로 들어온다. 다른 두 사람이 값진 촛대들을 들고 그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한 처녀가 호화스러운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그랄'을 들고 온다. 맨 뒤에 또 한 처녀가 은으로 된 접시인 '고기 써는 판'을 들고 온다. 이 행렬은 거실을 가로질러 사라진다. 파르치팔은 아무 말도 없이 이 광경을 바라본다. 언동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려놓은 식사를 하는 동안 이 행렬은 여러 차례 지나간다. 파르치팔은 그 '그랄'로 누구를 대접하는지 물어보기를 여전히 미룬다..... 이튿날 그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성은 비어 있다. 그는 숲속으로 떠나가면서, 방금 죽임을 당한 친구를 팔에 안고 있는 한 처녀로부터, 파르치팔이 그 창과 그릇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았다면, 그러기만 했었다면 늙은 어부 왕에게 건강을 돌려주고 그의 메마른 왕국에 풍요로움을 돌려주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배의 역사 관한 더 오래된 작품은 볼프람 폰 에센바흐(Wolfram von Eschenbach)의 티투렐과 파르치팔(Titurel and Percival)이다.

『그리스도가 창에 찔리셨을 때 그의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아리마대 요셉이 구주께서 최후의 만찬 때 쓰신 그릇으로 그 피를 받았다. 화가 난 유대인들은 요셉을 옥에 가둔 뒤 그 곳에서 굶어죽도록 할 양으로 방치해두었다. 그러나 42년 동안 그는 지하 감옥에서 그 신성한 그릇이 내놓는 양식으로 자양을 얻고 목숨을 부지했다. 그 뒤 로마황제 티투스(Titus)가 요셉을 옥에서 풀어주고 그의 손에 세례를 받았다. 그 뒤 요셉은 그릇과 그 안에 담긴 피 즉 성배를 들고서 브리타니아로 떠났다. 그는 죽기 전에 그 성스러운 보물을 조카에게 비밀리에 위탁한다.』

성배신화는 지금까지 구조와 의미에 변화를 겪지 않고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여전히 현대에도 매력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바그너는 그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치팔(Parsifal)을 1882년에 초연했고, T.S. 엘리엇의 황무지, 줄리앵 그리크(Julien Gracq)의 어부왕(Roi-Pecheur)에서도 성배의 상징적 가치를 보여준다. 또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최후의 성전에서도 성배는 그 신비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들 작품속에서 성배의 의미는 무엇일까? T. S. 엘리어트의 ‘황무지’는 성배신화로부터 주제 및 기본 구조와 주요 상징체계를 얻어 왔다. 육체적 생명과 영적 비밀을 전수하려는 고대 제의가 먼저 있었고, 후대의 이야기꾼들이 그 제식을 토대로 살을 붙인 게 바로 아더왕류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성배가 무엇이며, 어떻게 전승되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워낙 신비롭고 강렬하기에 ‘성배 문학’은 오늘날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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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07:49:35 *.40.227.17

홍영 오라버니~ ^^

갑자기.. 작년 레이스 때가.. 생각나는 군여..
오라버니께서..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는데여..
저.. 처음에는.. 여자인 줄 알았다가.. 어느 순간.. 엥? 에엥? 남잔 거이를 알고는..
그 담부턴.. 제가 아는 척 안했잖아여.. ㅋㅋㅋ

그러구 보믄.. 예리한?ㅋ 저의 직감?이.. 어느 정도.. 맞았다고 해도 될까여? 헤헤^^
오라버니의 '여인 마케팅'.. 제게는 성배의 매력보다 훠~얼씬 매력있고.. 재미나고.. 순수하게.. 다가와여.. ^^

오라버니~, 계속.. 홧팅! 이에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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