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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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집에 가면 바로 장별로 정리해야지..했지만, 웬걸.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려고 몸부림치는 <Change 2010>이란 녀석 때문에 요샌 정말 하루가 한 시간처럼 흐른다.
결국 오늘 이 시간이 되어서야 인터뷰를 하면서 적은 노트를 다시 펼쳐보니, 새삼 그 시간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노트 가장 맨 앞에 별 표까지 해 놓은 말 “Friendship을 바탕으로 한 Partnership”. 휴머니스트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떨까요?라고 손수 타주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처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셨다.
역시 베테랑 편집장 아니 발행인이어서일까? 한 마디 정의로 그가 어떤 창조적 소수를 꿈구고, 어떻게 일구어 오고 있는지가 확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우정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어쩐지 말만으로도 오랜 세월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할 것만 같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알지 못하는 신입 사원 채용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라는 질문에, “그렇죠. 처음 회사를 이룰 때는 내가 알던 지인들과 팀을 꾸렸으니까 별반 어려움이 없었지만, 회사가 서서히 성장하면서부터는 모르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했고, 그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럼, 어떻게?라는 자연스런 의문에 대한 답은 “다수에 걸친 공동 면접에 공동 합의”이었다.
듣기는 좋으나 어쩐지 한 사람 뽑는데 무척이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질문에, 실제 최장기 인터뷰가 3개월까지 걸린 적도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세 차례나 함께 술자리를 했다고도 한다. 결국, 공동 합의란 함께 일할 팀장부터 동료들에 의한 합의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대표님의 의견은 참조일 뿐, 팀 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묻자, “진정 내가 이 길을 가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본인 스스로의 확신”이란 답이 돌아왔다. 변경영 연구원들의 간절함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랄까? 뭐 그런 것 같다. 그러면서도 보충되는 말씀은 “업종의 특별한 성격상, 그냥 밥벌이 수단으로 행하면 결코 오랜 기간 머물 수 없는 분야이기에, 정말로 소명과 의식을 겸비한 동지를 뽑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하신다. 적어도 한 국가의 지식 산업을 선도하는 분야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니 듣는 나도 괜히 뿌듯한 순간이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외국 출판계에 비해 우리나라 출판계는 어딘가 조금은 낙후되어 있지 않나,라는 선입견을 지닌 내가 좀 미안하게 만드는 답이었다고나 할까..
다음으로 운영 측면에서의 말씀 또한 나를 놀라게 하는 답이었다. 수익 배분 혹은 직원들의 연봉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다름아닌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키며 발생하는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배제하여, 개인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말씀이었기 때문이다.
즉, 업종 성격상 어린이나 청소년 팀과 인문학 그리고 여타 다른 팀들간에 개인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판매부수가 결정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실적 위주로 연봉 책정을 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말씀이셨다.
당연히 반발은 없냐는 나의 질문이 이어졌고, 그러한 일 때문에 사전 예방 조치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면접을 본다고 하셨다. 게다가, 절대적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기 위해 사규 같은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단 한가지 조치가 바로 “편집일기”라고 하셨다.
편집일기란, 단순한 업무량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점”을 있는 그대로 마치 일기 쓰듯이 적어 내려가고 그것을 사내 인트라넷에서 다 함께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모든 팀원들이 다른 이들의 편집 일기만 보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각자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느 정도 진행하고 있는지, 어디서 막혀 있는지 등등을 알게 되어 커뮤티케이션에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편집일기 연중 분량이 정해져 있는데, 평사원은 년 원고지 1000매, 편집자들은 년 원고지 1500매 (책 한 권 분량), 편집장/국장급은 년 원고지 2000매, 대표는 년 원고지 3000매 (책 2권 분량)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즉, 대표는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도 년 책 두 권을 쓰는 셈이다! 역시 책과 글로 먹고 사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올해로 창립 9주년을 맞는다는 휴머니스트는 내년이면 그간의 편집 일기를 묶어서 비공식적으로 개인 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직급에 따라 권수는 다르지만, 구성권 모두 자신이 쓴 편집일기를 책으로 건네 받는다면,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하거니와, 그러한 회사가 남달리 느껴지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창조적 소수의 숫자에 대해 여쭤봤다. 최대 한계수가 있냐는 말씀에 아주 단호하게 “최대 7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째서?냐는 질문에, 사실 3인이어도 시작은 가능하지만 큰 일을 하기가 좀 벅찬 감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적인 면이나 구성원간의 관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창조적 수는 5명이라 생각하고, 7명이 넘어가면 분파가 생겨서 곤란하다 말씀하신다.
사실 7명도 이미 분파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만큼, 7명이 창조적 소수를 이루려면 분파가 생기지 않도록 구성원들 모두가 좀 성숙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참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지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휴머니스트 창립 멤버가 5명이었는데, 이 다섯이서 “계”를 했다고 해서 노트를 덮는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한 달에 5만원씩 거두며, 누군가 특별강의 같은 걸 하게 되면 후원금도 내고 해서, 구성원간의 대소사에 사용했다고 한다.
그 다섯 명 중 두 명은 호랑이가 되어 각자 창업의 길로 갔지만, 지금도 관계는 변함없이 끈끈하다고 하는 휴머니스트. 의식 있는 문화 선도자인 그들이 오래도록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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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전체적인 제 요약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각 장별로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