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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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찔레꽃/순박한 꽃 찔레꽃/별처럼 서러운 찔레꽃/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목놓아 울었지(노래 ‘찔레꽃’).
“찔레꽃”으로 유명한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처음 들었을 때 그의 노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제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의 노래는 설명하기 힘든 묘한 울림이 있습니다. 나는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DNA를 느끼며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그는 절대 목소리로 노래하지 않습니다. 판소리도 아니고 클래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록도 아닌 정체불명의 쟝르가 심금을 울리는 것은 그의 노래에 그의 인생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세상에 나오면 노래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내 노래에 나를 담았을 뿐이다. 특별한 음악세계랄 것이 없다.” 어머니가 세상을 떴을 때 그는 상주이면서도 ‘비내리는 고모령’을 불렀습니다.
그는 충청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고단한 살림살이로 인해 서울로 올라와 보험사 영업사원, 노점상, 카센터 직원, 주차대행요원 등을 전전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은퇴할 나이인 46세에 소리꾼으로 데뷔했습니다.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데뷔하게 된 사연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카센터에서 주차 일을 하면서 지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물어보았지요. 여태까지 진정으로 노력하면서 살아왔는가? 죽을 힘을 다해 산 거는 아닌 것 같았어요.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겠는데, 돈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에 꿈꾸었던 삶을 딱 3년만 죽을 각오로 살아보자, 이렇게 작심한 거지요. 그래서 태평소를 배웠어요.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부탁해 친구 사물놀이패에 들어가 정말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살다 보니 어디선가 감춰져 있던 노래가 터져 나오는 겁니다. 어느 날 골목길에 장미가 피어있는데, 그 화려한 장미에게서가 아니라 장미 밑에 감춰진 하얀 찔레꽃에서 향기가 퍼져 나옵디다. 그 향기에 울어버렸어요. 아, 이게 나구나, 늘 세상의 주변에서 쭈뼛쭈뼛 눈치나 보면서 사는 가련한 사람들이 저 찔레꽃이구나, 그들이 세상에 향기를 주는구나…”
저는 그가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을 읽다가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아, 절실함이 그를 찔레꽃처럼 만들었구나. 그는 그저 그런 일상의 지겨움을 견딜 수 없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악의 길을 선택합니다. 슬프게도 사람은 고독의 밑바닥을 치고 나서야 올라섭니다. 절실함으로 작심을 하는 것, 이것이 자기다운 세상으로 나가는 출발점입니다.
시계열 제로를 살고 있기에 주위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어려움이 꽤 오래 갈 거 같은 분위기입니다. 직장인이면 이제 누구나 실업의 경계에 서 있고 머지 않아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들 어떻게든 오래 살아 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살아 남는 게 우리 인생의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인생의 진정한 목적과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그 일이 무엇인지 그 진기한 조합의 숙제를 풀어내 나머지 인생을 자기답게 살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굳은 결심을 하고 길을 떠나야 합니다.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나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오늘 나는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내 인생의 시작을 열었다.”
매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는 그대에게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이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천복(天福)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절실함으로 사무칠 때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꽃을 피울 수 있음을 간절히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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