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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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4.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이번 주 북 리뷰의 책은 도리스 이딩의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이다. 매주 쓰는 칼럼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주에 읽은 책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 연구원 글쓰기의 훈련이므로 나는 종종 북 리뷰와 칼럼을 같은 제목으로 나란히 세워놓기도 한다.
유심히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헷갈린다” 고 피드백을 하지만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나는 오늘 죽을 사람이기에 내 마음대로 말할 수 있다. 어디 한번 그 말들을 시작해볼까요?
독일 사람, 도리스 이딩은 명상과 요가로 젊은이들이 좀 더 일찍 깨어있는 삶을 살도록 길 안내를 하고 있다. 그녀가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을 쓰고 숙제를 내놓았다. 나는 이제 그 숙제에 답을 달아보려고 한다.
숙제1. 만약 내가 1년 밖에 더 살 수 없다면...
- 이렇게 가정할 때 가장 불안한 일은 무엇인가?
- 정확히 무엇 때문에 이런 불안감이 생기는 것인가?
- 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그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 자신이 원하는 그 일을 완전히 이룰 수 없다면, 부분적으로나마 가능한가?
- 반드시 처리해야 될 일들이 더 있는가?
숙제 2. 만약 내가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면...
-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해 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 꼭 가보고 싶었지만 인생의 황혼기를 위해 아껴 두었던 장소가 있는가? 지금 그 곳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유언장을 만들어 두었는가?
- 어디에, 어떻게 묻히고 싶은지 결정했는가?
-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는가?
- 뭔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말할 수 없었던 사람이 있는가?
숙제 3.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겨우 '하루'뿐이라고 한다면...
-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을 꼭 곁에 두고 싶은가?
답 1. 내게 1년이 주어진다면...
1. 내가 만약 앞으로 1년 밖에 살지 못한다면 나는 지금 당장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옷장과 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사를 할 때마다, 아니면 연말과 새해, 생일과 같은 어떤 경계를 알리는 시간에는 반드시 해내려고 마음먹지만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정리를 해 본 일이 없다. 나의 가장 큰 고민도 늘 집안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그러고 사는데, 그냥 맘 편히 사시죠’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마음이 편치않다.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 가장 미울 때도 나도 정리를 못하는 집을 더 어질러놓을 때이다. 그래서 한번은 식구들에게 “이렇게 도와주지 않고 어질기만 할꺼면 이제 그만 이 집에서 나가라” 하고 사납게 말했다. 진심 80, 농담 20 이었다.
2. 정확히 무엇 때문에 이런 불안함이 생기는가?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새로운 만남을 즐기고, 그 흔적을 여기저기 쌓아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호기심을 이렇다 할 마무리 작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성과물이 없다. 그래서 인생을 낭비하기만 했다는 자책을 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늘 쫓기는 듯한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된다. 집안을 정리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늘 깨끗하게 하고 있으면 그 수준에서 즐길 수 있을텐데, 늘 불만족하다.
3. 내 방과 나의 사물만이라도 우선 정리하자. 꼭 하자.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할 일이 이렇게 일치하기도 어려우니, 이번에는 꼭 정리를 하자. 대대적으로 하자.
4. 남아있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나의 생애를 기록해두는 것이다. 이 세상의 껍질을 벗고 나의 영혼은 떠날지라도 한판, 꿈같이 놀았던 이 세상의 드라마는 기록을 해 두고 싶다. 그 이유는 소통하고 싶어서이다. ‘누가 내게 관심을 갖겠는가’하는 의구심은 들지만 용기를 가지고 내가 간 길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면 나중 사람들이 더 나은 출발점에서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 그들의 모험에 가득찬 인생을 .
5. 방해가 되는 요인은 게으름, 망설임, 허무감, 낮은 자존감.. 등등이 있겠지만 이런 것이 항구적으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 큰 장애물은 수줍음을 앞세운 철회, 곧, 백지화하기인 것 같다.
6. 나는 이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미 나의 때가 눈 앞에 당도했고 나는 선한 영혼의 인도를 받고 있으니, 그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7. 청결하고 잘 정리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의 최우선 숙제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풍광들을 많이 만들어 두고 싶다. 물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만들어 두고 싶은 것이다.
답 2. 내게 3개월이 주어진다면...
전에도 사실 몇 번 생각을 해보았던 일이기는 하다. 이미 한번을 죽음을 염두에 두고 모든 일을 정리한 적이 있었다. 눈에 밟히는 얼굴 하나가 남아있어서 정말 그 결별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모든 어미의 마음이 그럴테지만 채 여물지 않은 녀석을 군대에 보내놓고 견디고 있는 것도 힘든데, 이대로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는 일은 견디는 힘을 넘어서는 막강한 공격이었다.
참고 참다가 드디어 어느 날, 길 위에서 울고 말았다. 남이 보든가 말든가...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차라리 시원했다. 그래, 올테면 와라!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힘으로 위기를 잘 버티고 나는 살아남았다. 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은 이제 다 컸다. 잠꾸러기 중에도 그런 잠꾸러기가 없어서 나는 “죽음과 잠은 같은 것이다.”라는 명제를 오래 묵상하기도 했다. 그 잠꾸러기가 오늘은 홀로 새벽에 일어나 일하러 나갔다. 그러니 나는 이제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 혈연의 탯줄은 이제 내가 끊어도 된다.
그러니 이제 내게 남은 3개월은 신의 축복 속에 나의 신화를 써내려가면 된다. 다행히 질병으로 정신이 혼미한 채 남에게 몸을 맡겨 목숨 줄을 부지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진리는 단순한 곳에 있다. 두려움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라. 오직 3개월이 남았을 뿐이다.
답 3. 만약 오늘 하루가 내게 남아있을 뿐이라면...
나는 스피노자를 들고 파겠다. 그는 마지막 날,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아름다운 생각을 해낸 스피노자를 읽겠다. 젊은 날부터 그에게 몹시 끌렸지만, 세상사에 묻혀 사느라고, 아니 스피노자처럼 다른 사람의 안경알을 갈아주며 먹고 사느라고 늘 뒷전으로 밀렸던 그 사람과 그의 삶을 읽겠다. 혹시 윤회하여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 사람처럼 연금술사가 되어 “철학자의 돌”을 찾아내고야 말겠다. 진리가 바로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나는 오래 미루었던 생각을 글로 써 보았다. 즉흥적이기에 어쩌면 나의 본래 모습에 더 가까울 것이다. 늘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자랑스럽게 해보려다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이 나의 진면목이다. 새삼스럽게 심층 심리를 분석하고 싶지는 않다. 내일 아침에는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고,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하며 지우개로 지나간 날을 지우려고 해보겠지만 “눈 감고 아웅” 이다.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은 늘 그러하지 않을까? 글을 쓰다보니 자꾸만 마음이 가벼워지고 농담이 떠오르고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웃음 속에 진실이 있고, 그 서글픔을 함께 읽어주는 마음이 있으면 무척 고마울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샘터 찬물에 마음을 헹구고 죽음을 그리며 뱀의 다리도 하나 그려넣는다.

늘 바다곁에 살면서도 시리도록 푸른 초록빛 겨울바다를 좋아하지요.
매섭게 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볼을 내밀고 서서 맞는 바다는 숨통을 튀어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래서 시원한 통쾌함이 듭니다.
답답할 것도 없는 삶이 숨막히다고 투정을 부려도 너른 가슴으로 안아 주는 바다가 있어 살것 같은 삶이였지요.
제게 단 하루에 삶이 주어진다면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종일 바다와 마주하고 싶습니다.~
서울에 오를 때마다 손을 잡아 집으로 청해 주셔 감사했습니다.
가끔 전화 드리고 묵으러 가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