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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일 00시 50분 등록
노래처럼

 그대여! 노래처럼

1

 

바퀴가방 하나 끌고 나서는

아침거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지하철 역으로 나를 데려다 줄

택시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느긋하게 지하철 환승을 하고

쫓기지 않은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교통카드 단말기의 체크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계단을 올라 서 

기억 속의 안내지도를 따라

거리를 더듬고 있을 때,

 

낯익은 목소리 내 시선을 부르고

미소 짓는 표정이 나를 반겼다.

 

 

2.

 

조금은 엉성한 렌터카 직원의 맨트

그래도 성의껏 일하는 그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꼼꼼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성우는

생각보다 좁은 차의 크기에

좀 실망한 듯 하다.

 

, 이거 좀 좁지 않나? 괜찮겠어?

맘에 안 들어서 몇 번이고 이리저리 재어보는 데

복잡한 조정과정과 낭비해 버릴 시간이 싫어서

내가 그냥 한 마디 했다.

짐 정리를 잘해서 최대한의 방도를 생각해보자

철이도 승호도 오고, 좌 선생님도 오시고

스승님은 버스로 오시겠다고 메모를 남기셨고

그리고 춘희가 저 만큼 길 모퉁이에서

조금 늦는 신애를 기다리고 있다.

 

승호의 아내가 졸업기념으로 보내준

따뜻한 떡을 한 조각 한 조각을 먹으며

차를 몰아 정현이와 세희가 기다리고 있을

죽전휴게소 맞은 편 대기소로 갔다.

 

봄이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

철이와 나는 담배를 물고

정현이와 세희를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현이가 오고 개인들의 짐들과 세희가 들고 온

물건들을 맨 뒷 줄 의자를 접어 차곡차곡 쌓고

그 앞 줄 의자를 최대한 뒤로 밀어서

가서 정 좁으면 차를 한 대 더 빌리지 뭐 하면서

차가 좁다고 쪼끔 삐진 춘희를 위로했다.

넓어진 공간에

오라버니, 자리가 훨씬 넒어졌어요!

언제나 처럼 춘희는 금방 얼굴이 환한 얼굴로 화답한다..

 

3

 

겨울이 끝나가는 도로 위를

차는 시원하게(녀석들에겐 서늘하게^^) 달린다.

열 일 젖혀놓은 마음 가득한 우리들을 태우고

묵직하게 그리고 신나게

마음 설래이는 곳으로 달린다.

 

이른 아침을 지나고

안개 속을 지나고

쏟아지는 빗 속을 지나고

그 속에서

구름 목도리를 한 산들이

깨끗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본다.

4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데

비에 씻긴 통영과 거제도는 우리를 들뜨게 한다.

 

양식장의 부표들이 열을 지어

겨울 바람을 타고 너울거리는 바다 위로

길게 가녀린 몸으로 허리를 휜 활처럼

누워있는 연육교를 지닌다.

 

 쬐금 맘에 안 드는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따뜻한 방안에서 굴 요리를 즐겼다.

 

동계 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귀여운 여제의 등극 소식을 들으며  

생굴+굴찜+굴무침+굴죽 을 먹고

소주도 한 잔 했다.

 

5

 

우리는 바람의 언덕 위를 나르고  

바닷가 횟집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고

 

으리으리한?! 상상 속의 집에서  

고급스런 스파에 모두 들러 앉아 발을 담그고

봄이 오는 바다를 보며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다가

유치하지만 그래서 더 없이 행복한 시간에  

나는 그냥 뒤로 넘어져 소파 위에서 잠이 들었다. 

 

6.

 

언제나 처럼

스승님은 늘 있는 듯 없는 듯

우리들 가슴 속을 돌아다니신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늘 분명한 스승의 부지깽이는

나의 머리를 두드려 깨우고

내 가슴속의 사그러드는 불길을 뒤적여 일으키고

내 발길이 가야 할 곳을 가리키신다. 

 

간절히 소원하던 대로,

살아 있는 동안에

옳은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시는

스승을 만났으니

스승의 뜻과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것은

나의 행함과 정진에 있다.

 

7.

 

파도에

세희가 애써 만든 스케줄이 묻혀 버렸지만

우리 모두는 몽돌 해수욕장에서 공기돌을 줍고 신선대를

구름 너머 쏟아지는 빛으로 빛나는 은빛 바다를 보았다.

 

철이가 지원한 오후 스케줄이

우리를 더욱 계획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우리들의 컨셉과 꼭 같은 창조적인 자기경영을 하는

도공과 그의 선녀?!의 오곡밥과 나물반찬에 반하고

백연꽃차에 취하고 선녀의 이야기에 홀려서 오후를 보냈다.

 

저녁나절

사부님의 생선찜과 돼지찜과 함께 충무김밥으로 무장하고

안동소주와 도공과 선녀의 뒤바뀐 부창부수에 노래부르며 밤이 깊었다.

신애가 애써 준비한 환상적인 졸업세레모니가 불타는 장판에 어물적 사라져도

삼경이 지난 어두운 밤길을 걸어 박경리 묘소를 찾아 반 절을 하고

밤하늘과 바람과 바다와 섬들을 즐겼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자유,

우리가 행복한 것은 길들여지지 않는 발상의 실천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모든 순간들

 

8

 

아침에 마음 깊은 승호는 모두를 위해 버스로 떠나고

우리는 좌 선생님이 혼자서 준비한 정성스런 아침을 먹었다.

 

한없이 선량한, 정갈한 펜션 주인의 관대함에

우리의 노파심이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

구름 한 점 없이 개인 하늘과 따뜻한 봄은

길을 나서게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지난 밤 술자리에서 발넓은 도공사모의

안내로 스승님의 책을 좋아하는 진주서점 멋진 주인을 만나고

청빈한 시인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얼떨결에 지리산자락 악양 시인의 집을 방문하기로

 

뇌리속 깊이 새겨두고 싶은 풍광들을 보며

굽이진 산길을 지나고 하동을 향해 갈 때

나는 부드러운?!  성우의 운전에 잠이들었다.

 

섬진강 강가 참게 재첩 뭐시기를 점심으로

점심 끝 무렵 산마루 서점 사장님의 배나무 산방에서

우리는 풍경에 취하고

차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했다.

 

9

 

낮 선 산 골짜기 시인의 집에는

봄이 오고 있네

 

뒷 곁 작은 못에는

빨간 금붕어 두 마리 얼굴을 맞대다가

기척에 수줍어 하는데

 

어젯밤 술자리가 있었을까

투박한 정자에는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는 듯하네

 

있는 그대로 시골스럽지만

술 깬 주인은 수줍어 하며 낮 선 손을 맞이하네

 

그의 토방에는 홀아비 냄새는 나지 않고

깔끔하고 간소한 앉은뱅이 책상이 있네

 

차탁에 둘러 앉은 우리들 곁으로

음악은 흐르고 나즈막한 시인의 이야기가

사람들 시선을 타고 흘러 들어오네

이야기 속에는 선량함이 베어있고

보일 듯 말 듯 세상 풍자가 숨어 있는데

우리는 숨을 죽이고 두 눈을 총총이며

이야기에 끌려 시인의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그의 지난 날 겨울 이야기 한 구절에

내 마음에 묻혀 있던 엄동설한의 회한이 솟고 있네

 

조용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토를 다는

시인의 정성스런 글귀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넉넉한 토방은 고즈넉한 시간을 지나네

 

10

 

세상의 묘한 어울림에

나는 편안하고

이 여행을 배려해준 동료들이 고맙고 또 고맙네

 

어두운 밤길을 달리고,

하나씩 흩어져 제 자리로 돌아가도

나는 그리움보다 희망이 더 하리,  

 

안개 속 같은 넉넉하지 않은 길을 떠나지만

두렵지 않네

 

내 가슴속에는 스승의 선한 가르침이 있고

내 머리 속에는 동료들의 따뜻한 모습이 있네

내 귓전에 낭낭한 그들의 목소리가 있네

 

나는 언제든 돌아 올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있고

내가 세상 어디에 서있어도

스승의 등대 불빛이 나를 이끌고 있으니

나는 길을 잃지 않으리,

 

***

 노래처럼 아름다운

 변경연5기 연구원들에게 보냅니다.

 

Butterfly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후회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 올라 세상위로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꺾여버린 꽃처럼 아플 때도

쓰러진 나무처럼 초라해도

너를 믿어,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어

 

심장에 소리를 느껴봐

힘겹게 접어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 올라  세상위로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 노래 : 러브홀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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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02 07:05:23 *.34.156.43
형의 글을 읽으니 마치 통영 앞바다에 있는듯하오.
아침에 형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니 싱그러운 하루가 될 거 같으오.
형, 이제 떠날 때가 되었나???
가기 전에 함 볼라고 했는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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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02 13:35:32 *.75.253.252
형, 건강 신경써줘서 쌩큐~
형도 담배 끊어.
형 담배 끊고 나 술 끊을까?
오호~ 안돼...ㅎㅎ
우리 서로 조금만 줄입시다.ㅋ
유럽가서도 가끔 기별 좀 넣어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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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3.02 09:56:02 *.131.127.100

그러게,..
부산 학회에 갔을 때, 아름이와 연락 할 수 없었어,
그냥 올라올 때, 전화만 한 통했어,

우린 지역구 전국구가 아니라 세계구가 아닌가.
뭐 몇 달 다녀오는데,...
 
뱅곤 회장님!
건강해야 된께, 술 쬐끔만 마시게..
'카르페 디엠'이든  '지금-여기서' 든  그래 안 쓰것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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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3.03 00:49:51 *.67.223.107
백산
시인을 만나고 온 다음에 쓴 "시"여서일까?
부드러운 매화 향이 느껴져요." 졸업의 시"
날카로운 관찰도 느껴지고 팔을벌려 크게 끌어안는 따뜻한 마음도 보이네.

난 이틀을 여독을 푸느라 빈둥거렸어요.
느릿느릿 어슬렁 어슬렁 ...마냥 한가한 마음이 아니고 수심에 잠긴....흐느적거림이였어.

자, 내일은 일년 글농사  수곡창고에 내다 팔 준비를 해야지.

따뜻한 밥 먹으면서 좀 긴 여행을 축복해주고 싶은데...
여의치 않겠지?

잘 다녀오고....글 다 써서 돌아와요. 그대 앞의 행운을 미리 빌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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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3.03 23:20:04 *.131.127.100
왕누님!  힘내시와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전국구를 넘어서 세계구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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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10.03.03 08:17:28 *.246.146.19

어디가오 성님? 분위기로 봐서는 유럽 같소만...

잘 다녀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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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3.03 23:15:44 *.131.127.100
아우! 
내가 ... 또   역마살이 동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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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7 23:04:45 *.67.223.107
길상사에서 재홍이를 만나서 스님 방에서 차담하다가
삼청동 칠보사 옆 고향보리밥 집에서 밥먹고 함께 집으로 왔어요.
우리집 갈켜준다고....

재홍인 영리하고 또 사리분별력이 있어.서
충분히 자기 몫의 인생을 살아낼거예요.

다만 올 한해...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가 필요할 거예요.
김재홍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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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3.18 08:43:41 *.74.240.251
고맙습니다.
전  그냥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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