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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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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일 01시 21분 등록

슬로건 최종.jpg

인사동에서 오랜만에 옛 직장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올해 겨울의 마지막이 될 듯한 포항 직송 과메기와 백고동에 소주 한잔했습니다.

처음에는 예전 직장생활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술잔이 일순배 돌고 이윽고 술이 가슴 위에 차오르자 이내 속깊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 왜 살면 살수록 힘든지 모르겠어요. 형이 있었을 때는 그래도 일하는 맛이 있어서 좋았는데이제는 낙이 없어요.”

, 너 카펜터스 노래가 좋냐? 광석이 형 노래가 좋냐?

, 뭥미?”

광석이 형 노래를 들어봐. 그리고 바람이 부는 곳으로 그냥 떠나 가보렴. 돌아와서 카펜터스 아니면 자전거탄풍경 노래 들으면 짱이다.”

“……”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자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는 듣는 이를 압도하려 들지 않는다.

그의 노래에는 틈이 많다.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여백 속에서 스스로를 반추하게 만든다는 데에 김광석 노래의 진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 정이현

 

스스로 반추하게 만드는 것이 광석이 형 노래의 힘이라고 정이현 소설가는 말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고 싶습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난 한없이 벌거벗은 기분이 듭니다.

원초적인 벌거벗음이랄까요?

그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광석.jpg

사진 출처: 네이버 보고 듣고님 블로그

 

 

이 대목에서 제가 대학 시절에 자주 읊조렸던 그의 노래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사회적 불의에 순수하게 저항하던 시절, 결단의 두려움에,,, 건조한 모습에 지쳐있을 때 그의 이 노래는 눈물처럼 나의 마음을 적셔주었습니다.

매운 가스를 마시고 난 후 주점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이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선배 누나가 생각이 나네요.

제목이 불행아인데 왜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행복한지 모르겠네요.

 

저 하늘의 구름 따라

흐르는 강물을 따라

정처 없이 걷고만 싶구나

바람을 벗삼아가며

눈앞에 떠오는 옛추억

아 그리워라

소나기 퍼붓는 거리를 나 홀로 외로이 걸으며

그리운 부모형제 다정한 옛 친구

그러나 갈 수 없는 신세

홀로 가슴 태우다 흙 속으로 묻혀갈 인생아~

묻혀갈 나의 인생아~ 묻혀갈 나의 인생아~

묻혀갈 나의 인생아~ 묻혀갈 나의 인생아.

-  불행아

 

 

island.jpg 

사진 출처: 네이버 명동 섬 카페

 

광석이 형이 그리운 날은 나의 깊은 목소리를 듣고 싶은 날입니다.

 

그런 날은 명동의 섬 카페나 여의도에 하나 밖에 없는 통기타 카페, 안국동의 풍경,그리고 구본형 사부님과 자주 갔던 인사동의 평화만들기를 찾아 갑니다.

가끔 대학로 단골 카페나 주점을 편하게 찾아가기도 합니다.

사장님, 광석이 형 노래 틀어 주세요.”

나는 그의 나즈막한, 씩씩한, 감미로운 노래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슴으로 끌어 당깁니다.

그리고 나도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릅니다.

어떤 날은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어떤 이는 그가 자살했고 또 그의 노래가 우울하여 기피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의 노래를 듣고 나면 가슴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원초적인 해탈이랄까요? 그리고 그의 웃음이 떠오릅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감성플러스가 아니라 감성마이너스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제가 꼭 라디오 디제이 같네요. ㅎㅎ

언젠가는 광석이 형에게 작은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차시간이 다와서요.
우리 젊은 날의 꿈은 이미 다 가버린걸요.

별처럼 광석이 형처럼 사랑합니다.

IP *.34.1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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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10.03.03 22:40:33 *.34.224.87
불행아...무진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기타 같이 치면서 화음넣어 2중창으로 부르면 쥑이지요..ㅎㅎ...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콘서트 할때도 광석이 형 노래는 꼭 불렀었는데....그때 생각 납니다.. 외사랑 노래 부르다, 아내랑 결혼했고...저는 광석이 형 노래 중 '꽃' 들으면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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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3.04 13:48:11 *.75.253.252
2중창 부를 날이 곧 오겠네요.ㅎㅎ
광석이 형이 리바이벌하기 전에
주점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라이브로 '불행아'부르던 그 때가 맛은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외사랑, 꽃 뿐이겠습니까?
아~ 대낮부터 노래 땡기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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