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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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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일 04시 02분 등록


미안하다. 미안하다.

햇살에 맞서기 조차 슬프구나.

 

나는 왜 그 여린, 살포시 웃는 모습에

시커먼 쇠덩이만 들이 댔던가.

 

빤히 쳐다보며

시린 눈 안고 살아온 시간 서러워

한 꽃잎도 떨구고 싶지 안다고

쳐다보며 쳐다 보며 말하건만

나는 왜 깊이 눈 맞추며  그 말 들어주지 못하였나.

 

아무리 누워 생각해도 네 얼굴 떠오르지 않고

그 호젓한 마당에만 서성인다

 

눈에 담고 가슴에 담을 걸

손 끝에 담고 코끝에 담을 걸

마음에 담아 고이 간직할 걸.

 

미안하고 미안하여

봄 햇살을 바라보기 힘들구나

부끄럽고 부끄러워

이 새봄을 어찌 지낼꼬.

 

내가 겉멋들어 산지 오래되어

너를 반기는 자세조차 잊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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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료 여행에서 우연한 인연과 인연의 연결로 들르게 된 남준 시인의 댁.

화단이랄 것도 없는 마당 한 켠에 복수초가 피어 있었지요.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카메라만 들이 댔지요.


집에 와,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그 노란 복수초만 보입니다. 나와 깊이 눈을 맞추며 얘기하길 원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활짝 피어 웃고 있어 보이지만 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음이 아립니다. 고개 숙여 향기도 맡아 보지 않은 게, 꽃잎 하나 어루만져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슬픕니다.

아무리 그 마당을 다시 가 서성거려도 노란색이었다는 것뿐,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미안하고 부끄러워 문 밖을 나설 수가 없습니다.

한심하고 부끄러워 카메라를 끄집어 낼 수조차 없습니다.

 

다시 찾아가 어루만져 주어야만 이 봄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P *.12.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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