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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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창조적 소수의 교류의 원칙- 깊게 사귀는 법
Q: 휴머니스트 멤버들은 어떻게 관계가 돈독해졌나요? 특별한 방식을 취한 점이 있을까요? (3가지 정도, 휴머니스트만의 교류의 원칙을 말씀해주신다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편집 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휴머니스트에는 그 어떤 사규나 행정적 관리부가 없다. 오로지 “편집일기”만이 유일한 규칙이라 말할 수 있겠다.
편집 일기란, 오늘 교정 몇 쪽, 식으로 업무량을 기록하는 기존의 작업 일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창조적 사유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어떤 사유의 과정을 거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문제 의식이 제기되었으며,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엇인지 등을 일기 쓰듯이 매일 기록하며 사내 인트라넷에서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다. 이를 하다보면, 신입 사원들도 2달 정도 쓰면 자신들이 왜 편집 일기를 써야 하는지, 편집 일기를 써서 무엇을 얻게 되는지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적 문제 의식도 깊어지고, 의식이 깊어지면 그에 따라 매수도 늘어난다.
매수 역시 분량이 있는데, 일반 평사원의 경우 연 원고지 1,000매, 편집자 1500매, 편집장, 국장 2천매, 대표는 3천매 (책 2권)이다. 올해로 창립 9주년이어서, 내년이면 창립 10주년을 맞아 공식 발간은 아니고, 사내용으로 각자 편집일기를 모아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직원에 따라 적게는 2~3권부터 많게는 10권의 자신들만의 책을 갖게 된다.
또 하나, 편집 일기를 쓰다보면, 개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건 물론이고, 서로가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어 형식적인 회의보다 오히려 상대를 속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아주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라 생각한다. 때에 따라서 옆 사람이 아주 바쁘면, 누구누구는 현재 무슨무슨 일로 바쁘기에, 내가 대신 짧게 올린다,거나, 누가 무슨 일로 고민 중이니 조금 더 고민하게 두는 것이 좋겠다,라는 글도 올라오고, 한 이틀 정도 고민이 깊어지면, 개별적으로 다가가는 직원들이 있다.
한편, 편집일기는 지식 (knowledge)+ 정보(information)을 정리하고, 사유하여 스토리로 만드는 과정이자 작업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전 휴머니스트의 역사가 된다.
개인들은 거창한 프로젝트보다 그것을 행하는 일상의 삶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문제를 사유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저절로 창조성이 길러지고, 동료와도 공감대가 형성된다.
편집 일기 외 또 한가지를 들라면, 연말과 연초 2주는 전 직원 모두 “신년 기획 휴가”를 갖고 있다. 이 때는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무관한데, 다만 그런만큼 그 시간 동안 풍부히 사유의 시간을 갖고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하도록 한다.
Q: 현실적으로 비즈니스에서는 “재능과 전문성의 역할 분담”과 “성공시 분배의 문제”가 가장 어려움이라 들었습니다. 이 두 가지 분야를 이끌어 오는 휴머니스트만의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모든 수치의 공개화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 후, 임금 인상 등 직원들에 관계 있는 문제를 자발적으로 토의하고 결정하게 하여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즉, 대표의 경우는 당해 매출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고 나머지는 전부 고정 월급제이다. 이 때, 대표의 연봉 인상율과 월급 인상율 등 전부를 공개 토의에 의해 결정한다.
재능과 전문성의 역할 분담의 경우, 앞에서 밝힌 것처럼, 각 자 선호도와 역량에 따라 부서를 배치하고, 부서간 연봉 차이는 없게 하고 있다 (부서 성격부터가 판매 부수가 차이나기 때문에. 그러다보면 판매부수를 많이 올리기 어려운 인문 부서에서도 좋은 책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다).
즉, 출판사의 경우, 인문 서적에 비해 아동 서적은 판매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아웃 풋을 갖고 능력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구조적 모순을 지니고 있다. 비합리적 구조를 지닌 것을 합리화하려는 자체가 모순이기에, 이 부분은 과감히 부서별 성과에 차등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각 부서간 꼬뮨 형식의 공동 배분을 추구한다.
특히, 개인에 따라 처한 형편에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기에, 가장 어려운 직원부터 돕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직원들이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 벗어나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노력한다.
Q: 이어지는 질문으로, 역시 수익의 공평한 배분이란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조직 전체가 생계 해결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에서 풀려나도록 서로 최대한 배려하자,이다. 휴머니스트에는 연봉제 외에는 별다른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지 않다. 대신, 장기 무이자 대출과 같은 형식을 빌어 어려운 직원들부터 우선하여 지원하고 있다.
가령, 같은 직급의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월셋방에 살고, 한 사람은 전세 혹은 자기 집을 소유한 경우라면, 회사는 우선 월셋방에 사는 사람에게 3천만을 보조하고, 5천 정도는 장기 융자를 해주는 형식으로 전세로 이주할 수 있도록 현실적 지원을 주고 있다.
또 한가지 대표의 경우, 유일하게 매출에 대비하여 연동형으로 연봉을 지급받고 있는데 (그만큼 출판사의 경우, 대표 즉 발행인의 역량이 크게 좌우하기에), 이 경우에도 대표의 연봉이 직원 연봉의 2배를 넘기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대표는 절대 자금관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회계 관리 모든 일은 부사장과 총무 팀에서 일괄 처리한다. 연봉 인상을 결정할 때도, 인상폭을 대표는 2%, 5년차~ 편집장까지는 5%, 1~4년차는 10% 등으로 그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스트 주간 연봉이 대기업 임프린트 사장단보다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정직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는 직원들까지도 (예. 펠로우십으로 일하는 객원 편집장들) 4대 보험은 지급하는 등, 돈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프리랜서 직원들까지도 동료 의식을 갖고 최대한 예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