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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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봉우리 하나를 넘으며
등산을 시작할 때 우리는 최고봉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한참 걸어가다보면 눈 앞에 아주 커다란 봉우리가 보이게 된다. 당연히 우리는 이것이 최고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걷고 또 걸어 올라간다. 하지만 ‘이제 다 왔겠지’ 하고 생각할 때쯤 우리는 그 봉우리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높은 봉우리를 접하고 살짝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등산은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봉우리만 바라보고 걸어서는 허탈감에 쉬 지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진정한 등산은 봉우리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걸음이어서는 안 된다. 내 바로 발 앞을 보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걸으며, 때때로 나타나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으로부터 깊이 감상하며, 그리고 뒤에 처진 동료의 손을 잡아주고 가방을 들어주고 먹을 것을 나누면서 묵묵히 함께 걷다 보면 어느 덧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상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걸음이어야 한다.
그동안 ‘1년 수료’라는 봉우리를 보고 걸어 왔다. 다행히 선험적인 깨달음이 있어 봉우리만바라보지는 않았고, 한주 한주 괴로운 시간의 발걸음을 이겨내고, 떄로는 여행과 번개의 풍류도 즐기면서, 동기들과 서로 격려하면서 어울리면서 여기까지 왔다. 보람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봉우리 하나 올라왔을 뿐이다. ‘첫 책’이라는 봉우리가 저 멀리 구름 속에서 우리를 또 기다리고 있다. 언뜻 보아하니 쉬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처럼 또 계속 걸어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구름이 걷히고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을 것이며, 그리고 그 봉우리 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 뒤에는 또 다른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번째 책’, 그리고, ‘사회적 기업’, ‘봉사하는 삶’이라는 더 높고 큰 봉우리들…. 한 봉우리 한 봉우리 올라 가면서 우리의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1년 수료’ 봉우리에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지난 1년 동안 걸어온 길에 걸어놓은 나의 컬럼들을 쭉 읽어 보았다. 이쁜 것도 있고 너덜너덜한 것도 있다. 시스템 장애로 사라졌지만 캠벨의 책을 읽고 첫번째로 썼던 컬럼에 특히 눈길이 갔다. 제목이 ‘깨달음으로의 여정, 장막이 걷히다’였다.
새로운 깨달음으로의 여정의 시작이었다. 연구원 지원을 시작으로 선생님을 만나고, 스스로 찾아 나선 고행 길에 함께 동행할 동기들을 얻게 되고, 지식과 지혜의 위대함을 알려줄 인류 최고의 강사진을 만나 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그 아름다운 여정을 한 발 내딛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쁘고 즐겁다. 이 과정은 정말로 ‘우연이 필연이 되어 가는’ 과정, ‘이미 창세기부터 준비되어진 길 그 자체’인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새로이 시작된 나만의 천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동트는 아침 햇살처럼 찬란하게 펼쳐지기 시작함을, 그 길 위에서 나의 내적인 존재가 나와 공명하면서 하나된 내가 ‘살아있음의 황홀’을 느끼기 시작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갑자기 그날의 느낌이 떠오른다. 연구원의 첫걸음을 떼면서 비장했고, 각오로 충만했던 것 같다. 그 때 목표로 했던 하나의 봉우리에 막상 올라서니 그 때가 저 구름밑 세상 만큼이나 아련하다. 하지만 우쭐함은 없다. 그냥 그 과정을 열심히 걸어 하나의 삶의 과정을 지나왔을 뿐이므로. 높은 봉우리에 올라왔다는 사실이 자랑하기에 좋은 것일까? 아니다. 단연코 아니다. 이 봉우리도 내가 선택한,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 위에 내가 서 있다고 해서 내가 세상에 어떤 우쭐함을 느낄 어떤 이유도 없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있다. 그 봉우리에 오르기까지 내가 걸었던 걸음과,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기들과의 유대감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건강해진 내 신체와 정신이 있다. 하나 더 높은 봉우리에 기꺼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의지와 건강함이 있다. 그래서 더 높은 봉우리라는 도전에 대해 절망이 아닌 흥분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살아있음’에 대한 자각이 있다. 저 산 밑에서라면 절대 못 보고 못 가졌을 새로운 관점과 태도를 갖게되는 것이다.
‘나의 존재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언제 어떻게 오로지 나로서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일까?’ 가끔씩 숲을 거닐거나 도보 원행을 떠날 때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던 나만의 화두였다. 아직은 그 답을 잘 알지 못한다. 선의 스승들이 말하듯 그 답은 존재하지 않은 채로 여행 그 자체에서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제 2의 인생을 준비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독서를 통해 고전의 정신적 향연을 조금씩 느끼면서, 가끔 찾게 되는 시골의 자연 속에서 강렬한 이끌림의 의식을 느끼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일면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떠한 모습이든 나의 존재의 아름다움은 지금 이 시간을 가장 치열하게 경험하고 살아갈 때 발휘될 수 있음을, 온전히 그 시간을 느낄 수 있을 때 찾을 수 있음을 이제는 조금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 가능성을 느낄 수 있어서…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길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 안에서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여 기능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지금 내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 나는 이미 새로이 아름답게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열린 장막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들이 전해주는 따뜻한 봄의 메시지들이다.
다시 한 싸이클을 돌아 새로이 봄이 왔다. 진정 행복하다. 지난 1년간의 연구원 과정 속에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고, 나의 있는 그대로를 치열하게 경험했으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즐기고 어울리는 가운데 나의 새로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봄볓이 좋았던 날 길을 걸으며 만난 개나리의 노란 새순처럼 세상에 하나의 색깔로 존재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 지난 1년을 돌아 내 마음에 새로이 꽃이 피고, 다른 꽃들과 어울려 함께 흐드러질 수 있다는 것, 그 조화로움에 참여할 때 진정 삶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 지난 1년의 깨달음의 여정에 진정으로 감사한다.
댕큐, 5기 동기들, 도움주신 선배님들, 새로운 길을 나설 후배님들, 그리고 나의 영원한 스승 사.부.님. 모두 짱이야^^~~~.
음.. 흠.. 아무리 찾아봐도 없군여..
오라버니는 아시져.. 제가 뭘 찾는지.. ㅁ! ㄴ! ㄱ!.. 헤헤^^
동생들의 얕은 장난끼를.. 그저 구엽게 봐주시고..
깊은 마음으로.. 너그러이 호응?해주신.. 오라버니.. 무쟈게.. 고마워여..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신.. 언니?의 배려를.. 다.. 알 수는 없겠져.. ㅎ
무엇보다.. 진정이 느껴지는.. 오라버니의 깊은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여.. ^^
저희 5기의 든든한.. 영원한 웨버세여.. 와~ 아~아~ 땅! 땅! 땅!
오라버니의 깊은 꿈.. 깊이 응원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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