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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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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8일 16시 57분 등록
이유는 알 수 없어도

1.

들 길을 걷는다
오늘은 뛰지 않고 걷는다.

들녘엔 
아직 잎이 피지 않은 
가지런한 포도 넝쿨들이 봄을 준비하고 
그 사이로 
푸른 풀들은 벌써 소복하게 자랐고
열을 지어 노란 들국화가 
그위로 길게 길게 피었다.

2.
멈추어 선다
호흡을 쫓지 않고 하늘을 향해 섰다.

내 고향의 하늘 같은  파란 하늘을 향해
양팔을 들어 가슴을 열었다.
내 뻗어 움켜진 두 주먹엔  불끈 힘이 솟는다.

멀리 트렌또( Trendo) 너머
아스라이 알프스의 하얀 얼굴이 보인다.
흐흠...  백산이 거기에 있다.

3.

밀려온다.
내 깊은 곳으로...
오후의 태양은 따사롭고
칸소네의 높고 열정적인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와와 뇌리로 밀려온다.

지금,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지난 세월을 어떻게 살았는지...

4.

솟아 오르고 있었다.
내 속 깊은 곳에서...

시합장에서
검이 부딪치고,
그 눈 빛과 몸 짓들이 꿈틀러릴 때,

내 가슴 속에서는
불끈 거리며 불덩이가  치솟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서
거기 그렇게
뜨겁게 꿈틀거리는 심장을 가지고
온전히 나의 두 발로 서 있었다.

5.

웃고 있다.
이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다가올 시간들이 어떠하더라도....

오늘
눈붓신 하늘 아래서 
뜨거운 피가 내 팔뚝위에서  아우성 대고
움켜쥔 검은
눈깜작할 순간 사이를 향해 달린다.

그 순간,
검이 일으키는 바람 속에서  
삼켜 버릴 것처럼...

지금,
내 눈 속엔 불꽃이 인다.

6.

지금,  소리치고 있다.
나를 구원하는 전사의  목소리로...

내 깊은 곳에서
나를 이끄는 용자의  전설처럼,,,

오직 일념으로
원한과 절망에 찬
어두운 기억의 바다를 건너

온전한 내 영혼의 구원을 향해...

나 
지금 소리치고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어도...

***
" 서양의 구원은 메시아가 와서 해주지만,
  동앙의 구원은 스스로 말미암는다. "
                                                     ---  칼 융의 '태을금화종지'의 심리학적 해설 중에서... ---






IP *.203.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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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8 17:22:29 *.203.177.8
부활절에  스승님께 감사드려요,

아무 생각없이, 아니  모든 생각을 너머,   지냄니다.
그냥 순간이  좋습니다.
스승님의 그 목소리가 들립니다.
'백산아!  좋으냐? "

"네! '

------
부활절을 보내며  모두에게,,,  
인터넷 접속이 끊어질까봐 조마조마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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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7:59:27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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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9 20:06:24 *.75.22.184
스승님!  
항상,    거기 계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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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10.04.09 08:32:45 *.246.146.138
성님은 시로 얘기하는 것이 더 맘에 와 닿소.
그래 혼자 있으니 좋으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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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9 20:11:06 *.75.22.184
형산 아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땜시,
혼자 있어도 좋은 거시여... 알제.  ^^

우리 배짱 맞으니까... 
내가 길 닦아 놓을 텐께,   (자매 결연 같은 거...)
내 년 쯤은 모두가  여그서 칼부림을 한 번 할 수도 있은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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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인
2010.04.09 09:02:58 *.10.109.230
형!
'온전한 내 영혼의 구원을 위해'란
말에 깊은 공감이 돼.
수료여행 후 얼굴 못 봐서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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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9 20:13:32 *.75.22.184
무드있는 홍영아우! 

나,  걱정은 하덜 말고,,
지역모임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것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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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누님 범
2010.04.09 17:41:52 *.67.223.107
알로우, 백산
앙꼬없는 찐빵..ㅋㅋ 그대없는 세상이네요.
봄이 이젠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아요.
이번 연구원 총 동문회는 예전처럼 속초로 가요.
작년 요맘 때 내 앞에서 죽어간 그대를 ....올해는 제대로 살려 놓아버릴랑께
아무 걱정말고 신의 검, 칼 잘 다루다가 돌아와요.
근데 언제 오지? 카운트 다운 함 해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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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9 20:20:13 *.75.22.184
왕누님!
왕누님 글을 읽을 때는 컴퓨터가 절대로 말썽이 없네...요^^ 

독일에 들려봐야  돌아갈 날짜를 알겠네요!
5월 7~ 11까지 본에 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몬트리얼이나 시드니에 들렸다 가야합니다. 

9월 학기부터 강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 전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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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10.04.09 23:26:12 *.12.20.106
오라버니가 찡긋히 웃던 소년같은 미소가 아니라
언젠가 한번 매달려 봤던 팔뚝의 힘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돌아오시면 시집 한권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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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11 09:17:18 *.203.178.3

예쁜 추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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