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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7일 14시 29분 등록

아얏!”

느닷없이 뒤통수를 때리는 스승님의 꿀밤에 매도 아프지만 하늘같이 믿고 따르는 스승님께서 때리셨다는 사실에 눈 앞에 별이 보이는 먼별이 울먹이며 질문을 던진다.

 

에공, 따부님. 왜 때리시는데요…?

어딘가 캥기는 구석이 있는지 자신 없는 목소리다.

 

몰라 묻냐?”

여전히 짧은 스승님의 말씀.

 

, 그게요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오락가락 하는데요헤헤

스승님의 심각한 표정에 아픈 머리를 쓰다듬으며 먼별이 금새 헤헤거린다. 그러나 스승님의 표정으로 보아 쉽게 표정을 푸실 것 같지 않다.

 

너 말이냐. 어째서 아직도 하산하지 않고 여기서 이러고 있냐? 작년에 내게 올 때, 일년만 기회를 주면 동이족 샤먼이 되어 환생하겠다고 두 손 모아 맹세하지 않았더냐?”

역시, 올 것이 왔다.

 

그게요그러니까 따부님그게 머냐하면요일년이란 기간은 쪼가 거시기해요..”

머 딱히 할 변명도 없으면서 그래도 분위기상 먼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급하게 더듬거리며 입을 떼 본다.

 

일년이 왜?”

어이없어 하시는 스승님.

 

그니까요, 저는 내려가고 싶은데요, 수희향이란 애가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 갸하고 합체를 해야 하는데요, 갸가 아직 영 비실비실한게 그래요

어쭈, 이제는 수희향 핑계를 댄다. 소위 천상의 샤먼이란게 비겁하기까지 하다.

 

수희향이 준비가 안 됐다?”

 

넹넹!! 작년에 크로아티에서 잠깐 만났었는데요, 애가 영~ 준비가 안됬더라고요. 그래서 현새 사자에 호랑이 프로젝트에 참가시켜서 열심히 훈련 굴리고 있어요. 그거 끝나면 좀 나아질까 해서요.”

스승님 표정이 살짝 풀리신 것 같은 틈을 타서, 먼별이 침을 튀며 수희향한테 모든 걸 뒤집어 씌운다.

 

네가 준비가 안된게 아니고?”

역시 스승님.

 

? 저요?”

급소를 맞은 먼별이 눈을 멀뚱히 뜬다.

 

. 나보기엔 수희향도 문제지만, 네가 더 문제인 것 같은데.

먼별이 너 이번 주 무슨 공부 했느냐?”

 

.. 이번주에그러니까.. 캠벨 스승님의 <신의 가면 1, 원시 신화>.”

목소리가 아주 기어들어간다.

 

그래? 좋은 분의 책을 읽었구나. 그럼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차이를 읊어보거라.”

 

아 그거는요. 구석기시대의 수렵시대로서 초현실주의적 표현이 나타나요. 철저히 수렵인 개인의 모습이 신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거죠. 반면 신석기 시대는 농경시대로서 우주의 순환원리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신화에서도 기호나 상징으로 표현하기 시작해요. 드디어 인류 문명상 집단 구성원이란 조직 문명이 출현하는거죠.”

아는 부분을 질문하셔서 다행이라는 듯 먼별이 갑자기 어깨에 힘주고 대답한다. 단순하기는.

 

그래서? 그게 신화의 원기능과 무슨 연관이 있는데? 네가 동이족으로 환생했을 때, 구석기 시대의 신화와 신석기 시대의 신화적 차이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데?”

부드러운 목소리이지만 날카로운 눈빛이 스승님의 질문이다.

 

..그러니까, 그건요…”

그러게 어째 하나만 알면 흥분을 하는지, 금방 말 더듬고 있는 먼별이다.

 

먼별아. 캠벨은 이번 책에서 신화의 기능을 뭐라 하시더냐?”

 

캠벨 스승님께선 신화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하셨어요. 하나는 사회라는 전체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그 사회의 규칙이나 의미에 맞도록 신화가 개인에게 가르침을 전수하고요.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회의 충실한 조직원이 된 후에는 그것을 뛰어넘어 우주의 깊은 곳과 맞닿을 수 있는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요. 이것이 바로 샤먼이 갈 길이라고요.”

 

그렇다면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신화를 거기에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어떠할까?”

스승님 특유의 스스로 생각하기 교육방식이다.

 

그건요 따부님. 그런거 아닐까요? 인류가 우주 순환의 비밀을 풀지 못한 구석기 시대에는 개인의 영혼이 그 어떤 조직적 구속에도 속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대로 묘사했다면, 우주의 비밀을 알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부터는 뭐랄까, 거대한 우주의 법칙 뒤로 숨어버린 거 아닐까요..?”

 

그래서?”

조금 더 사유를 밀어붙이신다.

 

그래서.. 인간의 영혼은 수렵인으로 살던,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는 거죠. 인류 역사의 80%는 수렵인의 시대였잖아요. 비록 농경시대로 접어들어 생활의 안정은 찾았지만, 그 때부터 인간은 사회나 국가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교육받고 훈육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내일을 예측하고, 한 달 뒤를 예측하고, 또 일 년을 예측할 능력이 생기긴 했지만, 그러니까 더욱 거기서 벗어나 어딘가의 구성원이 아닌 오롯이 하나의 개인으로 살던 그 시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거겠죠.”

말을 마친 먼별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스승님을 쳐다 본다.

 

먼별아. 샤먼이란 말이다,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이탈이나 도망이 아니야. 뛰어 넘는 거지. 그 길은 멀고 깊지만, 결국에는 모든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이 추구하고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의미인지 틀렸다는 말씀인지 가늠할 길 없는 먼별이는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다음엔 동양신화다.”

 

?” 생각에 잠긴 먼별이가 스승님의 말씀에 깨어난다.

 

동양신화는 말이야 참으로 오묘한 신비 사상을 품고 있지. 서구의 그 어떤 철학보다도 깊다. 그러나 너무 오묘하게만 펼쳐놓는 바람에 현대에선 서구인들이 오히려 논리적으로 그 발전 과정을 하나씩 밝혀가고 있단다. 동양인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할 부분이지. 어차피 넌 동이족으로 환생하길 소망하니, 동양신화를 잘 읽고, 잘 느껴보도록 하거라.”

 

스승님께서 쥐어주시는 <신의 가면 2: 동양신화>

그 안에는 또 얼마나 보석 같은 말씀들이 있을지, 먼별이는 가만히 책에다 귀를 가까이 대본다. 거기 깊은 그곳에서 울림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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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7 14:33:57 *.118.92.5
북리뷰 끝의 칼럼은 읽은 책을 가능한 제것으로 할 수 있도록
그 연장선상에서 제 언어로 배운 것을 연습해보겠습니다.

1주1인1칼럼은 별도의 특정 주제를 갖고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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