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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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을 지망하며 쓴 네 편의 칼럼은 주어진 제목은 다 달랐지만 내가 쓴 이야기는 모두 한 가지 이야기였다.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내 속에 무엇이 숨어있는가?’
매 주 읽은 책도 달랐고 글의 소재도 달랐지만 결국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에 대한 나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이 낯설었지만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맘으로 나의 두 번째 삶은 즐겁게,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나도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섣부른 생각도 살짝 들었다.
연구원 합격을 하고 쓴 첫 칼럼은 죠셉 캠벨의 <신화의 힘>을 읽고 쓴 ‘내 삶의 성배를 찾아서’였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지난 네 개의 칼럼보다 발전한 것이 무얼까?’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과 통찰이 발전하지 못하고 똑같은 내용을 표현만 바꾸어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쓰는 나도 그다지 새롭고 참신하지 못한데 읽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잘 쓰고 싶은데......
스승님이 올리신 ‘첫 문장을 채집해라’를 읽으며, 특히 ‘밋밋한 글, 맛없는 술이다. 읽는 이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마라’는 문장을 읽으며 무거운 마음은 더해갔다.
생각만으로 후딱 시간이 지났다. 다행히도 지난주에는 연구원 전체모임이 있어서 칼럼이 없고 북리뷰만 있었다. 두 권이 되는 책을 정리해야 했지만 칼럼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나 기쁘던지.
또다시 한 주가 지나고 어김없이 칼럼을 써야 할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칼럼에 좀 더 시간을 쏟고 싶어서 북리뷰를 부지런히 정리했다. 지난번 다른 연구원 북리뷰를 보고 느낀대로 도서관에서 저자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열심히 북리뷰를 작성했다.
책을 좀 빨리 보는 편이고 이번 책<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은 쉽게 읽을 수 있어서 고고학 화보집까지 함께 보며 즐겁게 책을 읽었다. 책을 보며 메모도 열심히 했고 칼럼에 쓸 수 있을 만한 주제도 생각했다. 어릴 때의 꿈을 따라간 슐리만과 샹폴리옹의 인생과 뒤늦게 안개 속에서 찾고 있는 나의 꿈에 대해 쓸까 싶었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재미있고 내가 지향하는 아마추어로서의 삶에 대해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북리뷰를 마치고 칼럼을 쓰려고 메모한 글들을 읽어보니 다시 막막했다. 컴퓨터를 꺼버렸다. 차라리 북리뷰를 두 개 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과 그렇게 자꾸 집어넣기만 하고 내 안에서 소화하고 새겨 내놓지 못하면 썩기만 하려나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원 지원을 하기 전에 글쓰기 강좌부터 들을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주말을 보내고 오늘 새벽 다시 칼럼을 쓰려고 끙끙대다가 문득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할까 생각해 보았다.
아, 나는 여전히 ‘잘 해야만 한다’,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구나!
결과에 집착하기 전에 그 과정을 즐기자는 새로운 다짐은 또다시 저만치 밀어놓고 스스로를 볶아대고 있었구나. 결과에만 집착하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었구나. 글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과거의 나와 비교해서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구원의 칼럼과 비교해서 내 글의 빈약함을 창피해 하고 있었구나.
과거의 습관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換骨奪胎의 고통이란 이런 거구나.
오히려 드러나는 행동의 변화는 쉬운 거였다. 하루의 시작을 주도적으로 “꿈”으로 하고 싶다던 나의 욕망은 작년 말 <새벽기상 100일 도전>을 계기로 양지에서 꽃을 피웠다. 힘든 100일의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싹을 틔워 꽃이 피는 과정을 눈부시게 바라보고 즐겼었다.
그런데 내 안에 깊게 뿌리내린 마음의 습관은 한 두 번의 다짐과 되새김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더 주의깊게 가꾸고 보살피지 않으면 곧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가고 마는 엄청난 복원력을 가졌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옛날로 돌아간 마음은 다시 행동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들은 담배의 위력과 똑같다. 10년을 금연했다고 해도 한 가치를 피우는 순간 1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던가. 어느 순간 새벽기상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지 못하는 새벽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깨달은 순간 나는 또다시 결심한다. 다시 시작하겠다. 매일 매일 마음을 가다듬고 행동을 가다듬겠다. 머리에서 생각하는 몽상이 아니라 마음에서 피는 꿈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꿈을 만들겠다. 나의 올 해 주제는 ‘습관’이다.
꿈을 실천하는 힘, 습관
작년 12월 12일부터 내 블로그 제목이기도 하다.

더 빨리...
정말 궁금한 건, 제가 운전 연수를 받고도 동네 운전, 시속 50 이상을 못 벗어난다는 걸 스승님이 어떻게 아시는지 입니다 --;;
아, 그렇구나, 차에는 브레이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셀이 있었구나.
브레이크가 있어서 자신있게 악셀을 밟을 수 있는 것처럼,
악셀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면 차는 자신이 몇 마력인지도 잊어버리겠군요.
몸에 밴 조심성과 움추림을 놓아버리는 것, 제가 도전해야 할 또 하나의 즐거운 과제입니당~
근데 제가 더 빨리 달려서 시속 40km 가 되어도 좀더 기둘려 주실거죠?
지금보단 두배로 빨라졌구요, 점점 더 가속도가 붙는 특별한 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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