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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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6. 아마추어, 꿈을 이루다!
꿈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실현하기에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면 은연중에 꿈을 이루어 보려고 하는 힘이 생기거나, 또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이 가치 있어 보이기도 한다. - 히로나카 헤이스케 <학문의 즐거움>중에서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이 된 작년 우리 반 아이 김광서. 아마추어, 열정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이 아이가 생각난다. 학기 초 광서에 대한 첫인상은 그 아이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이 1년 동안 고생하겠다고 위로의 말을 해주었던 때부터 정해졌다. 그런 아이가 3월이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향해 세 번째 손가락을 들다가 걸렸다.(모르시는 분을 위해서...세 번 째 손가락을 드는 것은 욕을 하는 것과 같다) 그것도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쳐보는 여선생님의 도덕시간이었다. 당황한 선생님을 대신해 담임인 내가 아이를 지도하게 되었다. 일단 집에 전화를 해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죄송하다며 당장 학교에 오겠다고 하신다. 1시간 뒤 얼굴이 창백한 병약해 보이는 어머니와 근심 가득한 얼굴의 아버지가 교무실로 들어오신다. 택시기사인 아버지는 집에 계시는 일이 드물고, 어머니는 심장이 좋지 않아 커가는 아이를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하신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적절한 방법을 배우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잘못이 자신의 죄인 듯이 미안해하며 앞으로 잘 지도하겠다는 부모의 말을 들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학기 초의 시간이 흘러 봄소풍을 가게 된다. 장소는 서울숲. 약속장소로 아이들이 모였다. 38명의 아이들 틈에서 아이가 자신은 경기도 광주의 집에서 출발해 버스를 갈아타고 왔다며 뿌듯해하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니 왜 가르쳐준 대로 지하철을 안타고 버스를 탔어. 한 번에 오는 것이 없어 여러 번 갈아타야 하잖아.’라고 무심코 말했다. 아이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전 어디든 버스로 갈 수 있어요.’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 땐 그냥 특이 하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우연히 관심없이 지나쳤던 학기초에 조사했던 아이의 장래희망을 보았다. “버스기사”!!! 이런 진심인가? 아이를 불러 물었다. ‘정말 커서 버스기사 할 꺼니?’ 아이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네!’ 난 또 뭐가 궁금해서인지 다시 묻는다 ‘어떤 버스의 기사할 껀데? 관광버스? 공항리무진? 우등고속? 아니면 택시기사가 낫지 않니?’ 아이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택시는 싫어요. 3-1번 버스기사요’ 나는 다시 되묻는다. ‘3-1번? 어디 가는 건데?’ 아이는 ‘성남에서 광주가는 버스요’라고 대답을 한다. 이런 3-1번 버스는 아이가 타고 다니는 통학버스이다.
그 뒤로 아이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살피고, 아이가 하는 말 하나도 흘려듣지 않았다. 1년 내내 관찰한 결과 정말 아이의 꿈은 버스기사였다. 아이는 광주와 성남지역의 버스 노선을 다 외우고 있고, 해당 버스의 기종도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아이는 어느 버스의 기사님이 친철하고 불친절한지도 알고 있어, 친절한 기사님 버스를 골라 타기도 한다. 아이의 취미는 버스를 타고 이쪽에서 저쪽 종점까지 다니는 것이고, 외출을 할 때는 아무리 멀어도 여러 번 갈아타도 꼭 버스만 탄다. 아이가 버스에 관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는 성적이 아주 나쁘다. 38명 정원에 35등 전후를 왔다 갔다한다. 영어는 알파벳은 아는 정도이고 읽고 발음할 줄은 모른다. 지금의 상태를 보면 대형운전면허를 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이런 쓸데없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매일 등교를 하며 버스를 탈 때마다 꿈을 꾸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반짝인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지만, 아이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C.W.Ceram의 “진지한 열정으로 추구하는 사람은 그 일 자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 사람, 그래서 순수한 애정으로 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최고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어제나 이런 아마추어들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말처럼 열정을 지닌 꿈꾸는 아마추어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교육이란, 배움이 수단인 전문가보다는 순수한 열정을 지닌 아마추어를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1등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마추어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그것이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