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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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사실부터 말하면, 그것은 편집된 이야기였다.
‘연금술사’중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행복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그것은 머리와 꼬리를 떼고 몸통만을 각색한 작품용이었다. 정작 중요한 알짜배기 비밀은 깊숙히 숨겼다. 지금 나는 완전한 그 이야기를 속시원히 밝힐 작정이다.
그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상인으로 큰 재산을 모았다. 이제 그 때가 다가왔음을 몸으로 느꼈다. 지금까지 조금씩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막상 오늘이 그 때라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마저 일었다.
세 아들이 방으로 들어와 상인 앞에 둘러앉았다. 상인은 장성한 세 아들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너희가 벌써 다 컸구나. 이제 각자 독립할 시기가 온 듯하다. 나도 물러나 쉬고 싶구나."
느닷없는 상인의 말에 세 아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첫째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는 아직 배움이 부족하여 아버지 밑에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장사하는 법도 배워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올해는 집도 새로 지어야 합니다."
상인은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나도 너희들처럼 철없이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희 할아버지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두 가지 선물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 선물을 받은 후부터 나는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냈을 뿐더러 상인으로도 성공하였다. 이제 너희에게도 내가 받은 똑 같은 선물을 주어야겠구나. 이 선물의 진가는 너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 아들은 선물이란 소리에 의아해하면서도 몹시 궁금해졌다. 그들은 꿍꿍이들이 서로 달랐다.
‘이제 재산을 나누어 주시려는가 보다. 나는 이 집안의 장남이니 동생들보다 많은 재산을 물려주시겠지.’ 첫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둘째이여도 상인의 자질이 형이나 동생보다 뛰어나니까 가게를 물려주시겠지.’ 둘째는 은근히 자신의 재능을 과신했다.
‘나는 형제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리고, 능력도 모자라서 아버지 곁에서 장사하는 방법이나 더 배웠으면 좋겠는데 ....’ 의외로 세째는 재산에 대한 욕심보다는 따로 살아야 하는 두려움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상인은 세 아들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선 이 지도을 받거라. 지도에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가면 뛰어난 현자를 만나게 된다. 그 현자에게서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너라.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다. 또 그 현자가 따로 물건을 줄 터이다. 그 물건을 나에게 오롯이 가져오는 사람에게 나의 전 재산을 물려주겠노라. 이것이 두 번째 선물이니라. 재산을 너희에게 모두 물려주고 나면 나는 이제 여행을 하며 세상을 떠돌아다니련다.”
세 아들은 지도를 받아들며 전 재산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먼저 현자를 만나려고 상인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여장을 꾸려 부랴부랴 여행을 떠났다.
다음에 (중편)이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