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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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의 길을 찾아서
1
검 한 자루를 다루다
나는 길을 잃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불가능을 극복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조금만 더 용감하거나 미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가능을 넘어서, 더 나아가야 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였다.
그것은 용감해도 안 되고 미련해도 안 되는 문제였다.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지혜와 현명함이 요구되는 문제였다.
나는 그만 길을 잃어 버렸다.
그 주어진 운명과 개척한 운명사이에서 나는 길을 잃었었다.
그렇게 나의 삶 속에서
그 검 한 자루를 다루는 동안,
세상 위, 삶과 죽음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2
검 한 자루 들고
나는 늘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찾고 있었고,
그러다 한 때는 단정 지어놓고 찾아 다녔으며,
그리고 지금은 뒤죽박죽으로 복잡하게 뒤엉켜 있지만
분명하게 알고 찾고 있다.
언젠가 내가 비난과 갈채 사이에서 파행을 딛고
새로운 질서로 날을 겨누어 균형을 잡아
그렇게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찾아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부터 매이지 않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을 찾았을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늘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3
아직도 검 한 자루 들고 있는
나는 흔들리고 있다.
스승께서는 다가올 죽음 앞에서
붓을 들어 오늘을 너그러이 보내시는데
검을 든 나는
아직도 날마다 마주치는 죽음 앞에서
그저 비장한 채
거친 칼 날을 흩뿌리고 있다.
그렇게
더 이상 ‘인내’할 수 없고
더 이상 ‘성실’할 수 없는 순간에
나는 아직 여유롭지도 자유롭지도 못하다.
스승께서는 죽음 앞에서
머리 속의 비좁을 생각을 거두어내셨지만
나는 눈 앞에 펼쳐질 세상이
더 이상 없음에
칼 끝이 떨고 있는 것이다.
4
검 한 자루 들고 마주치는
그 순간에는
망설이지 않는다.
칼끝이 옆구리로 달려들어와 온몸으로
밀려오는 그 섬뜩함
그러나 그것을 견디어 내야만
칼등을 타고 흐르는 칼날의 울림이
손을 타고 가슴으로 밀려올 수 있는 선제공격,
의식하는 본능을 넘어 경계 속에서
선제를 가할 수 있고
그 칼끝으로 느낄 수 있는 가슴 쓸어내리는 그 싸아함....
그 순간은 늘 단 한 번 뿐이며
비켜갈 수도 망설일 수도 없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의
불꽃같은 순간일 뿐이다.
" 용기와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는 늘 그렇게 나를 구원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5
검 한 자루 들고
내가 찾고 있는 길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들의 고함소리를 들어보라
경계 ....
그 삶과 죽음, 승리와 패배,
갈채와 비난 사이의 경계에서 들려오는
그 환호와 절규의 전율하는 고함소리를 들어보라
그 상징과 실제가 어우러진 경계,
그 순간 속에 내가 찾고 있는 길이 있다.
그 길은 아주 오래 됐으며
언제나 변함없이 있었지만 늘 새롭다.
나는 거기서 길을 잃었었고
거기에서 길을 찾았다.
검 한 자루 들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