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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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도 나왔다.
상인은 며칠 째 집 앞에서 먼발치를 쳐다보곤 하였다. 장성했어도 자식이기에 걱정이 앞선 탓이었다. 순간 상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멀리 흐릿한 사람들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점점 선명해지더니, 핼쑥한 얼굴에 초췌한 몰골이 영락없는 거지꼴이었다. 첫째였다. 둘째도 보였다. 깔끔한 옷차림에 윤기가 흐르는 얼굴로 말까지 타고 허세를 부리며 나타났다. 뒤따라 셋째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기운은 없어 보이나 모습은 떠날 때와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상인은 무사히 돌아온 세 아들을 반갑게 맞으며, 각자 현자를 만난 사연들을 물었다. 가장 초췌한 모습의 첫째부터 그동안 고생했던 사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현자에게 받은 황금을 짐 속 깊숙이 쑤셔 넣고 어깨에 단단히 짊어졌다. 황금 덩어리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그 고통만큼 값어치가 나간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들뜬 마음에 피곤함도 잊은 채 부지런히 걸었다.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낮에는 도적떼 걱정에, 밤에는 도둑 걱정에 마음을 졸였다. 몸은 점점 지쳐가도 잠든 사이 도둑이 몰래 훔쳐 갈까봐 밤을 꼴딱 새우기 일쑤였다. 주변의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수십 일을 뜬 눈으로 지새우니 낮에도 걸으면서 비몽사몽을 헤맸다. 드디어 출발한 지 삼십일 만에 집에 도착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상인은 아들의 수고를 격려하며 말을 꺼냈다.
“고생이 많았구나. 그래, 물건은 가져왔느냐?”
첫째는 어두웠던 얼굴이 밝아지며 대답했다.
“예, 여기 있습니다. 세상이 매우 험해 현자가 준 선물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것도 매우 힘이 들었지요.”
상인은 얼굴이 약간 굳어진 채 말을 건넸다.
“현자가 준 선물을 온전하게 가져온 약속의 대가로 나의 전 재산을 주겠노라. 집과 가게 모두를 너에게 주겠다. 앞으로 이 재산을 잘 간직하기 바란다.”
첫째는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며 뛸 듯이 기뻤다.
상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째 아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버지, 저는 비록 황금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황금보다 더 값비싼 말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말을 지금 시장에 내놓으면 황금 두 덩어리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립니다. 무겁게 황금을 가져오기보다는 말로 바꾸어오는 것이 좋지 않나요?”
이 말은 들은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너의 말이 맞다. 네가 가져온 말을 시장에 팔면 훨씬 많은 황금을 받을게다. 너의 수완을 높이 사서 둘째에게는 이 노트를 주겠노라. 이 노트 속에는 그동안 내가 장사를 하면서 터득한 장사의 비결이 적혀 있느니라. 앞으로 장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게다.”
둘째는 다소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만족했다. 이것만 있다면 첫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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