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해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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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너는 무엇을 가져왔느냐?”
근심어린 표정으로 상인은 물었다.
“저는 황금 한 덩어리 밖에 가져오지를 못했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셋째는 대답했다. 이어서 지난 일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며칠 째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어느 황막한 마을의 외딴 여관에 묵게 되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풀었다. 뼈마디가 저리도록 노곤한 몸을 쉬려는 데 배낭을 바라보던 여관 주인의 눈길이 자꾸 눈에 어른거렸다. 왠지 석연치 않았다.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밤중에 여관을 몰래 빠져나와 한적한 숲으로 갔다. 주변을 살핀 뒤 큰 나무 아래에 구멍을 팠다. 조심스럽게 황금 두 덩어리를 묻었다.
다음날 여관을 나서기 전 황금을 묻었던 곳으로 다시 가 땅을 팠다. 어찌된 일일까. 분명 거기에 있어야 할 황금이 보이질 않았다. 여관 주인의 눈초리가 수상했었는데. 증거가 없으니 다짜고짜 따지기도 만무했다. 이대로 집에 갈 면목이 없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여관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젊은 여인이 오더니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아마도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모양이지요?”
셋째는 풀이 죽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소중한 물건을 도둑맞았습니다. 범인을 짐작하지만 증거가 없어 애간장만 태우고 있답니다. 그 물건을 꼭 찾아 집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그 말을 듣고 여인이 되물었다.
“그런데 그 귀중한 물건은 대체 무엇인가요? 내가 그 물건을 찾아드리면 그 물건의 반을 내게 주시겠는지요?”
셋째는 의심의 눈초리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지. 말을 해야 하나. 황금 덩어리인줄 알면 모두 갖고 도망치질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밑져 봐야 본전 아닌가. 물건을 찾아서 반을 주더라도 잃어버렸던 황금 한 덩어리가 다시 생기니 손해 볼 일은 없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허름한 옷차림이어도 부드러운 인상에 서글서글한 눈매가 왠지 모를 믿음을 주었다. 다시 찾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여행을 떠나온 배경부터 황금덩어리를 잃게 된 경위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여인은 찾을 방도라도 떠오른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이 시간에 여기로 오시지요. 그러면 내가 황금을 돌려드리리다.”
- 5편으로 이어집니다. -